미국이 금리 올릴 수도 있다? ‘인하’에 베팅했다간 낭패볼수도 [2024경제전망 말말말]

문가영 기자(moon31@mk.co.kr) 2024. 1. 1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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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전미경제학회 르포]
연준이 정책 신뢰도 확보
기대인플레이션율 잡아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보다 지속적인 경로로 진보”

미국에서는 매년 초 저명한 경제학자들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모여 경제상황을 진단하고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행사가 열린다. 이른바 전미경제학회(AEA) 연차총회다.

지난 5~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진행된 올해 연차총회에는 수백 명의 학자들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올해 총회를 취재하며 인상적이었던 학자들의 말, 말, 말을 정리했다.

“2023 글로벌 공급망 위기, 이렇게 빨리 수습될 줄 몰랐다” 경제학자들의 반성
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연차총회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재니스 에벌리 노스웨스턴대 교수, 제임스 하인스 미시간대 교수, 에미 나카무라 UC버클리 교수 <사진=매경 샌안토니오 특별취재팀>
올해 전미경제학회 연차총회의 화두는 단연 ‘인플레이션’이었다.

작년 총회에서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통화긴축을 펼칠 경우 실업률 상승과 경기침체가 동반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고용 및 소비 지표가 강하게 유지되면서, 올해 총회에서는 미국 경제가 이대로 연착륙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왔다.

특히 급격한 금리 인상에도 경기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율이 잦아든 원인에 대한 다양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작년 7월까지 1년 4개월 간 기준금리를 무려 11차례 인상한 바 있다. 이 기간 연준은 기준금리를 0%~0.25%에서 5.25%~5.5%로 5.25% 포인트 끌어올렸다.

미국 재무부 차관보를 역임한 재니스 에벌리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이번 인플레이션이 큰 고통없이 안정된 이유로 ‘공급망 회복’을 꼽았다.

에벌리 교수는 “2022년 초까지 공급망 압박이 있었는데 연중 안정이 됐고, 이것이 실업률 급등 등 큰 고통 없이 인플레이션율을 낮추는데 기여했다”며 “노동시장 참여가 증가한 것도 공급 측면에서 도움을 줬다”고 지적했다.

코로나로 인해 공급체인 쇼크가 있었는데 이 부분이 회복되면서 예상보다 빠른 물가 안정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특히 에벌리 교수는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팬데믹 직후 기존 경제 데이터를 역사적 데이터를 토대로 한 모형에 대입한 결과,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 판단하게 됐다”고 경제 연착륙을 예측하지 못한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이어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을 인용해 “모든 사이클은 제각각 나름으로 문제가 있다”며 “경제 모형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 밝혔다.

“충분히 긴축 유지하지 않으면 금리인상 가능성도 배제못해” 경계론 나와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가 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매경 샌안토니오 특별취재팀>
제임스 하인스 미시간대 교수 역시 “애초에 왜 물가가 급등했는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니 물가가 생각보다 빨리 내려왔다고 놀랄 것도 없다”고 화답했다.

연준이 통화긴축에 있어서 적극적인 입장을 고수하며 정책 신뢰도를 확보한 점도 유효했다는 평가다.

에미 나카무라 UC버클리 교수는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은 효과 중 연준이 그 공을 인정받아야 할 부분이 바로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잡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도 이 같은 성과에 다소 자신감을 가지는 모양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올해 전미경제학회 연차 총회에 참석해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고 있는 점에 대해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로건 총재는 특히 견조한 고용 지표를 언급하며 “보다 지속적인 경제를 위한 경로로 나아가는 데 많은 진보를 이뤘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자평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그는 충분히 긴축을 유지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율이 다시 치솟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아직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올해 美 인플레 재발했다간 통제 난망... 중장기 인플레 대책 세워라”
지난 2011년 노벨상을 받은 거시경제학계 거물 크리스토퍼 심스 교수는 올해 인플레이션이 재발된다면 통제가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이 이미 오를 대로 오른 기준금리를 더 올렸다가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불가피해지고, 안 올리자니 인플레를 잡을 방법이 없는 딜레마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금 인상이나 재정지출 감소 정책 중 우선 순위를 정해 중장기 인플레이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심스 교수는 강조했다.

재니스 에벌리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최근 2년 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오히려 자산 가격 상승을 부추긴 사례를 들며 ‘긴축정책의 부작용’을 지적하기도 했다.

에벌리 교수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기준금리를 따라 급등한 결과, 주택시장은 매물 품귀 현상으로 거래는 줄고 집값만 2020년 대비 40%나 올랐다”고 했다. 기존에 낮은 금리로 모기지를 받은 집주인들이 새 집으로 갈아타기 위해 더 비싼 이자로 모기지를 받을 엄두를 내지 못하다보니 집 팔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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