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닉붐 없는 초음속기 X-59 공개…차 문 닫는 소음 수준

곽노필 기자 2024. 1. 13. 09: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 항공우주국과 록히드마틴 공동 개발
새부리형 기수로 음속 돌파시 폭음 없애
공개 행사에 앞서 12일 새벽 록히드마틴의 스컹크웍스 계류장에 서 있는 X-59. 나사 제공

미 항공우주국(나사)이 록히드 마틴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초음속기 X-59의 완전체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나사가 2018년 록히드 마틴과 2억4750만달러에 초음속기 개발 계약을 맺은 지 6년만이다.

나사가 초음속 여객기의 부활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X-59는 2003년 은퇴한 세계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의 최대 단점 가운데 하나인 소닉붐(음속 폭음)을 없앤 것이 특징이다. 개발 프로젝트 이름인 퀘스트(QueSST)는 ‘조용한 초음속 기술’(Quiet Super Sonic Technology)의 약자다.

나사는 12일 오후 4시(한국시각 13일 오전 6시) 캘리포니아 팜데일에 있는 록히드마틴의 스컹크웍스 시험비행 시설에서 초음속기 X-59 공개 행사를 열었다.

미 항공우주국이 록히드 마틴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초음속기 X-59를 12일 처음으로 공개하는 행사를 가졌다. 웹방송 갈무리

 팸 멀로이 나사 부국장은 “우리는 단 몇년만에 야심찬 개념을 현실로 만들었다”며 “나사의 X-59는 우리가 여행하는 방식을 바꾸고, 훨씬 짧은 시간에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지난해 8월 X-59가 격납고를 나오는 모습이 공개되기는 했으나 외부 도색 작업을 마친 완전체가 모습을 드러낸 건 처음이다. 록히드 마틴은 지난해 11월 X-59 기체에 흰색과 빨간색, 파란색 페인트로 도장 작업을 마쳤다.

유리창이 깨질 정도의 엄청난 굉음을 발생시키는 소닉붐은 항공기의 속도가 음속(초속 343m)을 넘어설 때 발생한다. 항공기가 자신이 만들어낸 소리의 이동 속도를 추월하면서 소리가 겹치는 현상이 발생하고, 그 결과 원뿔형 충격파가 형성되는데 이것이 바로 소닉붐이다. 초음속기 탑승객은 이를 들을 수 없고 지상에 있는 사람들만 들을 수 있다. 콩코드의 경우 1만5000m 고도를 비행할 때 지상 100km 범위의 지역에 소닉붐을 생성했다.

시속 1500km에도 소음은 차 문 닫는 소리 수준

미 항공우주국과 록히드마틴이 공동개발하고 있는 소음 없는 초음속기 X-59 비행 상상도. 나사 제공

X-59 개발진은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항공기의 앞쪽을 새의 부리처럼 뾰족하게, 동체도 길쭉하게 설계했다. 이날 공개한 X-59 실증기의 경우 길이가 29m, 날개가 9m다. 초음속 전투기 F-16과 비교하면, 날개는 더 작고 길이는 거의 2배다. 조종석 앞에 뾰족하게 나온 부분만 길이가 전체 길이의 3분의 1이 넘는 11.5m다.

그러다보니 조종사 앞쪽의 기수가 매우 길고 좁아서 조종사 시야 확보가 안 된다. 조종석이 비행기의 거의 가운데에 있다. 록히드마틴은 이에 따라 아예 창문을 아예 없애고, 조종사가 항공기 앞쪽 상단과 바닥 아래쪽에 장착된 2대의 카메라와 연결된 조종석 내의 모니터를 통해 전방을 주시할 수 있도록 했다. 외부비전시스템(XVS)이라는 이름의 이 장치는 모니터에 비행 관련 데이터를 함께 띄워줌으로써 조종사에게 증강현실 화면을 제공해준다. 비행기 바닥 아래쪽에 장착된 카메라는 착륙시 활주로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접이식 카메라다.

나사는 이와 함께 소음을 줄이기 위해 비행 속도도 시속 2000km가 넘었던 콩코드보다 느린 시속 1500km 정도로로 낮췄다. 설계상 X-59의 최대 속도는 시속 1590km, 순항 속도는 1489km(음속 1.4배)다.

컴퓨터를 이용한 모의 실험 결과, 이렇게 할 경우 초음속기 소음은 자동차 문을 ‘쾅’ 닫을 때 나는 소리 수준(75dB)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에서 듣는 콩코드의 소닉붐은 105dB이었다.

초음속기 XC-59의 조종석을 묘사한 그림. 전면에 창문을 대신한 증강현실 모니터가 있다. 록히드 마틴 제공
위에서 본 X-59. 웹방송 갈무리

올해 말 첫 시험비행…온실가스 과다배출 우려도

나사는 올해 말 X-59의 첫 시험비행에 나설 계획이다. 이후엔 미국의 몇개 지역을 골라 고도 1만6800m에서 순항 속도로 초음속 시험비행을 하면서 지상에 있는 사람들에게 들리는 소음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조사할 예정이다.

나사는 조사 결과에 따라 항공당국의 초음속 비행 금지와 관련한 규정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소닉붐으로 인한 소음 피해를 우려해 1970년대 초반부터 초음속기의 육상 비행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초음속기엔 소음 말고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있다. 2021년 나사 보고서에 따르면 초음속기는 일반 제트기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할 수 있다. 미국의 환경단체 피어(PEER)는 지난해 빌 넬슨 나사 국장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국제청정교통협회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초음속 여객기는 일반 여객기보다 승객 1인당 연료를 최대 9배 더 많이 쓴다”며 초음속 비행의 증가는 기후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사와 록히드 마틴만이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하고 있는 건 아니다. 콜로라도에 본사를 둔 붐 수퍼소닉도 2027년 첫 비행을 목표로 초음속 여객기 XB-1을 개발하고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