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13년 왕좌`에서 내려왔다…MS, 글로벌 시총 1위 `등극`

안경애 2024. 1. 13. 09: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PC의 MS → 폰의 애플 → AI시대, 다시 MS로 1위 뒤집혀
클라우드 이어 인공지능 기술로 빠르게 혁신한 게 주효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지난 20여 년간의 시가총액 변화. <자료:LSEG 데이터스트림>
사티아 나델라 MS CEO
로이터연합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데이터센터 MS 제공

10년 이상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이란 위치를 지켜온 애플이 숙명의 경쟁상대 마이크로소프트에 자리를 내줬다. 애플은 2011년 엑손모빌(Exxon Mobil)을 제치고 세계 1위 시가총액 기업으로 올라선 이후 거의 흔들림 없이 자리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생성형 AI(인공지능)가 산업의 모든 룰을 바꿔놓는 시대가 열리면서 권력 이양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980년대 PC시대 때부터 이어온 두 회사 간의 디지털 산업 주도권 경쟁에서 PC는 마이크로소프트, 휴대폰 시대는 애플이 주도한 데 이어 AI 시대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시 승기를 잡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 3800조 vs 애플 3773조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년간 기업가치가 1조 달러 이상 급등한 데 힘입어 12일(현지시간)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시총 1위에 올라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날 2조8900억(약 3800조원) 달러 시가총액으로 장을 마감해 애플의 2조8700억 달러(약 3773조원)보다 200억 달러 높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년간 61%나 몸값이 높아지면서 39% 상승한 애플을 압도했다. 요인은 AI로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빠르게 투자하는 동시에 윈도우, 오피스를 비롯한 자사 모든 제품에 AI를 빠르게 접목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라는 클라우드 부문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가 클라우드 회사를 천명한 후 마이크로소프트는 신속한 변신을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이어왔다. 클라우드라는 거대한 컴퓨팅 인프라를 갖춘 위에 생성형 AI란 소프트웨어적 혁신이 더해지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파괴적인 AI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체력과 지력을 다 갖췄다는 평가다.

DA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에 "생성형 AI 혁명의 혜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MS가 애플을 추월하는 것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MS, 클라우드 체력 위에 AI 지력 더했다

이에 반해 애플은 올해 첫째 주 아이폰의 중국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줄어들고 애플워치 판매 중단, 법적 분쟁, 반독점법 이슈 등의 악재를 만났다. AI 경쟁에서도 다른 빅테크와 달리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

1990년대 PC 시대에 부동의 시총 1위를 지키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마트폰 시대를 개척한 애플에 2011년 자리를 내줬다. 그 사이에 엑슨모빌, GE, 페트로차이나, 아람코 등이 잠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시총 1위 자리는 주로 두 회사 간의 경쟁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시총 1위 변동이 생성형 AI의 출현으로 촉발된 주식 시장의 재편성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들이 글로벌 주식시장 몸값 상위를 휩쓸고 있지만 앞으로는 AI 네이티브 기업들이 또 한번 순위변동을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엑슨모빌에서 1위 자리를 가져왔을 때 애플은 기술 패권 시대를 열었다.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가치는 월마트, JP모건체이스, 제너럴모터스 같은 과거의 시장 리더들을 왜소하게 만들었다"면서 "기술 기업들이 여전히 시총 상위를 지배하는 가운데 생성형 AI의 기회를 잘 활용하고 이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바꾸는 기업이 가장 큰 모멘텀을 확보했다"고 봤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합산 가치는 지난해 2조5000억 달러(약 3290조원) 증가했다. 이들은 모멘텀과 꿈을 제시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적에서 애플을 능가했다.

◇AI 스토리 못 보여준 애플의 뼈아픈 결과

투자은행 스티펠(Stifel)의 애널리스트 브래드 리백(Brad Reback)은 "생성형 AI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장 큰 사업을 포함해 이 회사 모든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애플은 아직 AI 스토리를 많이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윈도우로 PC 시대를 지배한 이후로 인터넷, 휴대폰, 소셜미디어의 부상이란 기회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마이크로소프트에 반전을 가져온 기술은 클라우드다. 2014년 부임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다른 빅테크에 혁신 주도권을 내주고 흔들리는 회사의 초점을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맞췄다. 이 분야를 주도하는 아마존에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며 회사의 체질과 성적을 반전시킨 데 이어 생성형 AI에 공격적인 베팅을 함으로써 이 시장의 전통적 강자인 구글을 앞서가는 구도를 만들어냈다.

◇'미친 속도'로 달려나가는 MS

오픈AI라는 무기를 장착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 어떤 스타트업보다 빠른 속도로 변신 중이다. 2022년 중반 GPT-4를 접한 후 마이크로소프트는 '미친 속도'로 자사 제품에 생성형 AI를 추가하기 시작했다. 빙 검색 엔진에 챗봇을 추가하는 것으로 시작해 운영체제와 엑셀, 아웃룩 같은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애저(Azure)를 통해서는 오픈AI의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재무적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생성형 AI는 지난 7~9월 분기에 애저의 성장폭을 키웠고 지난 11월에는 월 30달러 짜리 AI 탑재형 생산성 소프트웨어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번 순위변동은 근본적인 변화 시사"

뉴욕타임스는 "최근 수년 사이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을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 2018년과 팬데믹으로 인해 애플 아이폰 제조가 중단된 2021년에 그랬다. 그러나 이번 변화는 기술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로이터는 "현재 월스트리트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더 긍정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매도'로 평가하는 증권사가 없고, 커버하는 증권사의 약 90%가 매수를 권장한다"면서 "이에 비해 애플은 '매도' 평가가 두개 있고, 커버하는 애널리스트의 3분의 2 정도만 '매수' 평가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스이스트은행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겸 애널리스트인 댄 모건(Dan Morgan)은 "문제는 시총 3조5000억 달러를 뛰어넘을 수 있는 무기를 누가 갖고 있느냐"라며 "마이크로소프트가 현재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애플은 다음 대작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