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쏴라'... 신년특집 고수를 찾아서!
태껸의 특징은 '변화무쌍'
‘고수를 찾아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무술인들의 관심을 받았던 국제신문의 오랜 콘텐츠다. 고수를 찾아서는 2007년에 시작해 큰 인기를 얻었고 4번째 시즌까지 연재할 수 있었다. 2022년에 멈춰 있던 ‘고수를 찾아서’를 계속 연재해달라는 구독자들의 요청에 힘입어 2024년 신년특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2일 ‘신년특집 고수를 찾아서’ 취재진은 16년 동안 태껸을 수련해 온 ‘윗대태껸’ 강태경 관장을 만났다. 태껸은 조선 말 실전될 뻔 했던 위기를 지나 ‘송덕기’라는 무술가를 통해 오늘날까지 전승됐는데, 그의 수제자가 고용우 선생이다. 강 관장은 그런 고용우 스승에게 2008년부터 16년 간 태껸을 배운 애제자다. 강 관장은 국내에서 고용우 선생에게 태껸을 배운 기간이 가장 긴 제자다.
우리나라 전통 무예인 태껸은 유연한 동작으로 움직이다 순간적인 몸짓과 탄력으로 상대를 제압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는 관용 표현과 잘 어울리는 이유다. 청계천을 기준으로 상류는 윗대, 하류는 아랫대로 불리는데, 윗대 인왕산 자락에서 했던 태껸을 ‘윗대태껸’이라 부른다. 태껸을 전승시킨 송덕기옹의 수련지도 역시 이곳이었다.
‘태권도’하면 ‘발차기’가 주요 기술이라는 것이 단박에 연상된다. 태껸의 주요 기술은 뭘까. 태껸의 주요 기술을 묻는 취재진에 강 관장은 자신있게 ‘어르기’라고 답했다. 그는 “어른다는 표현은 ‘싸운다, 달랜다, 속인다’ 등 굉장히 중의적인 말”이라면서 “다른 무술들이 팔레트처럼 색깔이 하나하나 정해져 있다면 태껸의 어르기는 ‘치고, 차고, 메치고, 꺾는다’는 개념들이 부드러운 스펙트럼처럼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취재진은 ‘어르는’ 동작을 포함해 태껸의 기본 동작부터 심화 동작까지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태껸 움직임의 기본이라는 ‘품밟기’와 ‘활갯짓’을 배웠다. 강 관장은 “어르기를 잘 하려면 잘 속여햐 하고, 변화를 무쌍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그렇게 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이 품밟기”라고 설명했다. 물건 품(品) 자의 형태대로 세 꼭짓점의 간격을 번갈아가면서 밟아서 ‘품밟기’라는 이름을 가졌다.
‘활개를 치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활개는 팔다리를 뜻한다. 활갯짓은 둥그스름하게 모은 팔을 뻗고, 가져오기를 반복하는 동작이다. 이는 상대와 겨룰 때 허공에서 계속 취하는 동작이라기보다 쓰임을 고려해 상대의 팔을 치고, 채 오고, 방어하며 쓰인다. 강 관장은 “이런 변화무쌍함이 태껸의 매력”이라며 태껸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윗대태껸은 ‘달기’라는 독특한 훈련법을 수련에 활용하고 있다. 다리를 매단다고 해서 ‘달기’라는 이름을 가진 이 훈련법은 자신의 다리를 완전히 접은 상태에서 띠를 이용해 묶고, 발차기를 훈련 하는 방식이다. 종아리와 허벅지가 하나가 되도록 꽉 묶은 채 한 발로만 중심을 잡으며 연신 발차기를 하면 된다. 다리를 묶고 달기 훈련을 직접 체험해 본 취재진은 발차기는커녕 중심조차 잡기 어려워 넘어지기 일쑤였다. 강 관장은 “송덕기옹이 그의 스승 임호 선생에게 (이 훈련을 위해) 하루종일 끌려다녔다고 한다”며 “묶여있기 때문에 파워가 줄어들 것 같지만 생각보다 파워가 잘 나온다”고 달기 훈련을 설명했다. 훈련 성과는 어떨까. 취재진이 다리에 묶었던 띠를 푸니, 마치 답답한 침낭에서 나와 크게 기지개를 켜는 듯 실제로 발차기가 더 세게 차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배운 것은 태껸의 고난도 동작 ‘발신걸이’. 다양하게 응용 가능한 이 동작은 상대의 몸 위에 순식간에 올라타 공격하는 기술이다. 무술 영화 ‘옹박(2003)’에도 자주 등장하고, 최근 쿠팡플레이 인기작 ‘소년시대’ 주인공 흑거미가 사용하기도 했다. 상대의 팔을 순간적으로 당기면, 상대는 공격받지 않으려 버티기 마련이다. 이때 단단하게 버티고 있는 상대를 오히려 이용해 골반을 밟고 올라서는 것. 한 발로는 상대의 골반을 밟고 일어서고, 나머지 한 발로는 상대 가슴을 강하게 밀어내 넘어뜨린다. 골반을 밟고 올라가 무릎으로 상대 머리를 치면 ‘달치기’가 된다. 마찬가지로 골반을 밟고 올라가 팔꿈치로 상대 머리를 찍는 방법도 있다.
태껸은 일반적으로 얼굴을 발로 차거나 상대를 넘어뜨리면 이기는 방식으로 시합을 해 오고 있지만 협회마다 세부 규정이 다른 실정이다. 윗대태껸 또한 아직 정식적인 시합 규칙을 갖추진 못했다. 태껸의 전체 모습을 우선 찾고 이후에 시합 형태를 찾는 것이 수순이라는 생각에서다. 강 관장에 따르면, 윗대태껸은 올해 중 시범적이나마 규칙을 갖추고 시합을 열 계획이다. 그는 “현재와 같이 ‘얼굴을 발로 차거나 넘어뜨리는 경기’보다는 더 무술적 범위가 넓은 형태의 시합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태껸의 인식을 바꾸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태껸이 대중화를 겪으며 인식된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형태 등의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일조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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