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로드] 새벽 기상에 카드 안 쓰기 챌린지까지… MZ들의 ‘갓생’은 계속된다
아침 일찍 눈 떠서 공부·운동하는 ‘미라클 모닝’
모바일 환경이 익숙한 ‘요즘 애들’은 쇼츠나 릴스 등 짧지만 강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는 문화를 이끌면서도 아이러니하게 90년대 유행하던 레트로 감성을 재현한 통 넓은 바지를 입거나 LP판 카페를 찾아간다. 이들은 최신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색적인 경험을 중시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고 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을 ‘MZ’라고들 하지만 사전적으로 보면 1980~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통칭한다. 이들은 치열한 세상살이 속에서도 각자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며 살아간다. 강원도민일보 디지털국 뉴스부 MZ기자들이 ‘MZ세대’의 트렌드와 문화의 길을 따라가 본다.
2. 여전히 뜨거운 ‘갓생 챌린지’, 그들의 꾸준함을 들여다봤다
“갓생 살테니 취업 잘하게 해주세요!”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 송 모 씨(25)는 1월 1일 붉은 첫해가 떠오르자 이런 소원을 빌었다.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 한다’며 욜로(YOLO)를 외치던 MZ 세대에게 ‘갓생’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갓생이란, 신을 뜻하는 갓(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生)을 붙여서 부지런하고 생산적인 삶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지난해 11월 전국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갓생은 MZ 세대 사이에서 높은 인지도를 보였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79.5%, 30대가 59.9%, 40대가 43.1%, 50대가 27.5%로 연령이 낮을수록 갓생에 대한 인지도가 높았다.
갓생을 위한 필수 요소를 묻는 질문에는 ‘자기개발’이란 응답이 41.6%로 가장 높았다. 이외에도 재테크, 주기적 운동, 건강한 식습관 등이 있었다.
이들은 왜 ‘갓생’을 추구할까. 스스로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무기력을 극복하기 위함 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극복 등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그렇다면 MZ들은 어떻게 ‘갓생’의 첫 단추를 끼우고 있는지 물었다.
◇ 고물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만의 생존법
MZ 세대 사이에서는 고물가 시대에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기 위한 ‘현금 챌린지’가 인기몰이 중이다.
직장인 이지은(30)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현금 챌린지를 시작했다. 그의 한 주 시작은 돈을 보관하는 수첩 ‘현금 바인더’에 요일별로 사용할 예산을 집어넣는 일이다.
현금 챌린지란 매주 또는 매달 단위로 지출할 현금 한도를 정한 후, 신용카드 대신 오로지 현금으로 생활하면서 과소비를 막기 위한 이들만의 생존법이다.
입사 1년 차인 이씨는 “사실 입사 초기엔 달마다 안정적인 수입이 들어온다는 생각에 ‘플렉스’(과시형 소비문화를 일컫는 말)하던 삶을 살았다”며 “그런데 돌아보니 저축 비용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심각성을 깨달았고,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일 예산 하루에 1만원, 약속이 많은 주말 예산은 12만원으로 자신만의 지출 기준을 세웠다. 혹시 모를 비상금 3만원까지 챙기고 수첩에 스티커를 붙여 꾸미고 나면 일주일을 맞이할 준비가 끝난다.
사실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자취를 하는 그는 생필품이 떨어지면 바로 채워 넣어야했고, 회사 구내식당이 아닌 밖에서 점심을 먹는 날이면 밥값이 만원을 훌쩍 넘는 현실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씨는 이에 맞서 평소 택시를 즐겨 타던 습관부터 고치기 시작했다. 줄곧 택시를 이용하던 출퇴근 길은 미리 충전해둔 교통카드를 사용해 버스를 탔다.
또 카페를 갈 때마다 필수로 시키던 디저트도 자제했다. 의지만 있다면 줄일 수 있는 불필요한 소비였음을 알게 된 계기였다.
이렇게 신용카드 없는 생활에 도전하고 난 후, 이씨는 현금 챌린지에 대해 ‘절제의 첫 걸음’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카드를 사용하면 돈을 지불할 때 얼마만큼 사용했는지 문자로 알림이 온다. 하지만 화면에 뜨는 금액은 몸소 와닿지 않아 평소 돈의 중요성을 체감하기 어려웠다”며 “현금챌린지를 시작한 후엔 소비 습관을 점검할 수 있게 됐고, 목표한 금액으로 성공적인 한 주를 마치면 뿌듯함이 몰려왔다”고 전했다.
◇ 일찍 일어나는 MZ가 공부하고 운동 간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공부나 독서, 운동 등 아침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미라클 모닝’은 MZ들에게 꾸준히 화제다. 더군다나 새해를 맞이했으니 이른 아침 일어나 자기개발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딱인 셈이다.
취업 준비생 김도윤(27) 씨는 지난해 7월부터 6개월째 미라클 모닝을 지속하고 있다. 그는 기상 후에 가장 먼저 ‘합격 기상 스터디’ 카카오톡 오픈 채팅 방에 ‘기상’ 인증을 남긴다.
방에 모인 이들은 서로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이 목표로 하는 공부나 독서 시간을 이름 칸에 적어두고 아침 일찍 자율적으로 일어났다는 표시를 꾸준히 남기면서 서로에게 자극을 줬다.
김씨는 “스스로와 약속한 느낌으로 어느덧 지금까지 이어왔다”며 “혼자서 시작한 다짐을 모두에게 공표하다 보니 더 신경 쓰면서 눈을 뜨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침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평소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곤 한다. 무작정 잠을 줄이는 것이 아닌 평균적인 수면시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피곤함보다 개운함이 커졌다.
김씨는 미라클 모닝을 통해 불안정했던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고 말한다. 먹구름이 걷히지 않는 취업 시장과 준비하고 있는 시험의 티오(TO·정원)마저 적어진 상황 속에서 미라클 모닝으로 꾸준히 마음을 잡았다.
그는 “같은 24시간이 주어지는 세상 속에서 남들보다 쓸 수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난 느낌”이라며 “하루의 소중함과 함께 시간을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고 전했다.
대학생 송미르(25) 씨가 오전 기상 후 향하는 곳은 바로 테니스장이다. 그는 원래 집에서 도보 30분 거리인 테니스장을 다녔는데, 미라클 모닝을 본격 시작하면서부터 더 가까운 테니스장으로 옮기기까지 했다.
학기 중에 미라클 모닝을 시작했다는 송씨는 “초반에는 아침 일찍 운동을 하고 등교를 하는 게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침 운동에 익숙해지고, 일찍 움직이는 생활의 장점을 깨닫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할 일 목록을 체크하는 ‘todo mate’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서 테니스 과정을 기록하는 중이다. 친구들과 공유도 가능해서 책임감을 갖고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송씨는 “아침 운동을 한 날에는 신체 뿐 아니라 정신도 맑아져서 강의시간에 집중이 잘 됐다”며 “또 하루의 시작부터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에 탄력을 받아 다른 일들도 열심히 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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