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김여정 ‘말 폭탄’…‘김주애 띄우기’도 기획?

KBS 2024. 1. 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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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북한이 대남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신년부터 말 폭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부각되면서 김 부부장의 입지가 약화된 것 아니냐, 이런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대남-대미 스피커 역할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일각에선 김주애의 등장 역시 김여정 부부장의 기획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김여정 부부장의 역할과 위상을 집중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신년사에서 강력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에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체제를 완성하여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원천 봉쇄할 것입니다."]

그러자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윤 대통령 신년사를 저격하고 나섰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신년 메시지> 담화를 내고 안보 불안이 대한민국 일상사가 된 것은 전적으로 윤 대통령의 공로라며 비꼰 겁니다.

윤 대통령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비교하기도 했는데요.

문 전 대통령을 두고는 "어눌한 말투로 간을 녹여내는 솜씨가 여간이 아니었다”며,“영특하고 교활했다”고 언급했고 반면 윤 대통령은 북한의 군사력 강화에 공헌한 ‘특등공신’이라며 교묘하게 비방했습니다.

이에 우리 외교부는 “우리의 정당한 조치에 책임 전가를 시도하고자 하는 것은 저급하고 비열한 잔꾀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냈고, 통일부 역시“정부의 원칙 있는 남북관계 정상화와 안보 강화에 대해 북한이 당황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김여정 부부장은 북한군 포사격 하루 만에 또 담화를 내고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갔습니다.

[김여정/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담화/1월 7일 : "저런 눈뜬 소경들에게 안보를 맡기고 막대한 혈세를 섬겨 바치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참 불쌍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럴 바엔 차라리 청, 후각이 발달된 개에게 안보를 맡기는 것이 열 배는 더 낫다."]

전문가들은 김 부부장의 정치적 위상과 역할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김진무/전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 "북한에 가장 중요한 상대국인 미국과 남한을 향해서 담화나 성명을 김여정 명의로 할 수 있다는 것은 북한 내에서 정책 결정 의사 결정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판단할 수 있거든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국제무대에 공식 등장한 김여정 부부장.

이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모두 동행하며 국제 외교무대에서도 존재감을 키워갔는데요.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엔 담화문을 통해 대남, 대미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 강원도 원산에서 초대형 방사포 2발을 시험 발사한 북한.

[조선중앙TV/2020년 3월 :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인민군 전선 장거리 포병 구분대들의 화력 타격 훈련을 지도하셨습니다."]

우리 정부가 즉각 우려를 표명하자 김여정 부부장이 대응에 나섰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건 첫 담화를 발표한 겁니다.

‘저능한 사고방식’ ‘세 살 난 아이들’‘완벽하게 바보스럽다’와 같은 원색적인 비난이 담긴 담화.

이후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선‘똥개’‘쓰레기’와 같은 막말을 써가며 비난 수위를 높였습니다.

급기야 담화를 통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없애겠다고도 공언했는데요.

[조선중앙TV/2020년 6월 : "북남 관계 총파산의 불길한 전주곡.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완전 파괴됐습니다."]

김여정 부부장 담화 공개 사흘 만에 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됐습니다.

코로나19 방역사업에 투입된 북한 군인들 앞에선 처음으로 육성 연설을 하기도 했습니다.

[김여정/노동당 부부장/2022년 8월 : "동지들! 그처럼 엄혹했던 방역대전의 나날을 총화(평가)하는 이 자리에 서니 형언할 수 없는 격정을 솟구치게 합니다."]

당시에도 김 부부장은 코로나19 발생 원인이 남측의 대북 전단지에 있다며 억지 주장을 펼쳤습니다.

[김여정/노동당 부부장/2022년 8월 : "경위나 정황상 모든 것이 너무도 명백히 한곳을 가리키게 되었는바, 따라서 우리가 색다른 물건짝들을 악성 바이러스(코로나19) 유입의 매개물로 보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 나라 수백만 부모들에게 끝끝내 불안과 고통을 들씌운 주범이 바로 남쪽에 사는 귀축(야만인) 같은 너절한 것들입니다."]

윤석열 정부를 향한 비난도 서슴지 않았는데요.

[김여정 부부장 담화/2022년 8월 : "오늘은 ‘담대한 구상’을 운운하고 내일은 북침 전쟁 연습을 강행하는 파렴치한이 다름 아닌 윤석열 그 위인이다.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

그런데 2년 전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등장하면서부터 김여정 부부장의 입지나 위상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실제 열병식 등에선 김 부부장이 뒤편에 홀로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됐는데요.

하지만 이는 김여정 부부장이 속한 선전선동부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평가입니다.

[김진무/전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 "김정은이 등장하는 1호 행사, 예를 들면 열병식 같은 데서 보면 항상 주인공은 김정은 리설주 김주애입니다. 그런데 그 어마어마한 행사를 기획하고 막후 실세로 모든 것을 빈틈없이 준비하고 기획하고 그것을 진행하는 사람이 김여정이라고 생각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자기가 기획한 대로 모든 것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이렇게 보고 있는 거거든요."]

새해 첫날부터 딸 주애와 팔짱을 끼고 공연장에 입장한 김정은 위원장.

[조선중앙TV/1월 2일 : "김정은 동지께서 존경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관람석에 나오시자 장내는 격정의 도가니로 화했습니다."]

심지어 북한의 최고 핵심 간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주애의 볼에 입맞춤을 하기도 했는데요.

이 역시 김여정 부부장의 기획된 연출이라는 겁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 "김주애 띄우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게 당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고 그 선전선동부에서 김여정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죠. 김정은이 김주애를 가장 사랑한다는 것을 김여정 말고 다른 간부들이 얼마나 제대로 알겠습니까. 김여정의 지시 없이는 그렇게 글을 못 쓰는 거죠. 김주애 띄우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김여정이라고 봐야 하고."]

그렇다면 김여정 부부장은 왜 조카 김주애까지 선전선동 전면에 내세운 것일까?

여기엔 김씨 일가의 정권 유지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김진무/전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 "수령이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느냐? 특히 장마당 세대들을 중심으로 그런 여론이나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거든요. 로열패밀리, 북한의 백두혈통들이 주민들에 대해서 좋은 이미지를 계속 부각하면서 존재를 과시할 필요가 있겠다. 그것이 정권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인식하면서 지금 로열패밀리들, 북한의 백두혈통이 총출동하고 나오고 있는 거 아닌가."]

등장 이후 군사 분야에 집중됐던 김주애의 행보가 신년에 지방 닭 공장 등 민생 현장으로 변화한 것도 비슷한 의미로 해석됩니다.

조카 김주애를 대내 결속용으로 활용하고 자신은 오빠 김정은 위원장을 보좌해 대남 비난에 집중하겠다는 겁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 "김여정과 김주애는 공생 관계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관계. 그래서 과거에 김경희가 김정은의 후견인이 됐던 것처럼 지금 김여정과 김주애는 백두혈통으로서 김 씨 가문의 유지를 위해서 서로 협력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따라서 김여정 부부장의 위상을 김주애와 견주기보다는, 그의 발언과 위협 수위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인데요.

하지만 김여정 부부장이 쏟아내는 거친 담화에서 한편으로는 북한 정권의 불안감을 읽어 낼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김진무/전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 "사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북한이 전면전을 불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면전도 불사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거는 한미일 공조 체제에 대한 어떤 두려움을 에둘러 표현하는 부분도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죠.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자꾸 의지를 이야기한다는 건 뭐예요. 두렵다 그 얘기죠."]

[김여정 부부장 담화/1월 7일 : "이미 천명한 대로 만약 사소한 도발이라도 걸어올 때에는 우리 군대는 즉시적인 불세례를 가할 것이다. 계속 그렇게 오기를 부리다가는 즉사, 강제 죽음, 끝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새해부터 거침없는 말 폭탄으로 존재감을 과시한 김여정 부부장.

올해는 한국의 4월 총선과 11월 미국 대선이 있는 만큼 그녀의 발언 수위가 얼마나 더 거세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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