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온도 28도'…무더기로 쌓인 패딩들[남기자의 체헐리즘]
평균 24~25도, 높게는 28도에 육박하기도, 반팔 입어도 더울 지경
냉방과 난방은 매년 배출하는 온실가스 510억톤의 7% 차지, "권장 실내 온도는 18도"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 시내를 다녀 봤습니다. 세상이 처음 불편해졌지요. 직접 체험해 알리는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체험과 저널리즘을 합친 말입니다. 사서 고생하며 깊숙한 이면을 알리고, 가장자리가 보이도록 힘쓰려합니다.


'한겨울에 반팔 티셔츠을 입고 다녀봐야겠다.'
이 기획에 영감을 준 건 충격적인 사진 한 장이었다. 이를 찍고 제보한 수옥씨는 최근 코엑스에서 진행한 일러스트페어 전시회를 딸과 다녀왔단다. 그날은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실내로 들어오니 정반대의 광경이 펼쳐졌다. 난방을 심하게 틀어 과하다 싶었다. 입구 한쪽 벽면엔 패딩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관람객들도 "덥다"고 목소릴 모았단다. 수옥씨는 "이 난방비는 어떡하나, 다들 아끼려 애쓰는데 여기에선 무색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같은 생각을 했었다. '반팔 티셔츠를 입고 다니고 싶다, 이정도 더위라면.'
한여름에 한 생각이 아녔다. 한겨울에 간절히 떠올린 거였다. 서울 지하철에서였다. 두터운 겉옷을 벗고도, 이마에 땀이 줄줄 흘렀다. 잠시 뒤엔 에어컨 바람이 나왔다. 시원해 살 것 같았다. 그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추워서 난방을 틀고, 그게 과해서 또 냉방을 튼다. 여러 생각이 오갔다. 정말 이래도 좋은 걸까.

빌 게이츠가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김영사)'이란 책에서 말했다.
'기후 변화와 관련해 당신이 기억해야 할 숫자가 두 개 있다. 하나는 510억이고, 다른 하나는 제로(0)다. 우린 매년 510억 톤의 온실가스를 대기권에 배출한다. 제로는 우리가 달성해야 할 목표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인류는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냉방과 난방은, 연간 배출량 510억 톤의 7%를 차지한다고 했다. 그러니 이대로는 좋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반팔 티셔츠'를 입고 실내를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한겨울, 영하 2도였던 날. 온도·습도계를 들고.

지하에서부터 위층까지 차례차례 올라가며 실내 온도를 쟀다. 대략 22도에서 높게는 22.6도 정도를 오갔다.
복장은 청바지(내복 안 입음)에 두께감이 얇은 반팔 티셔츠. 겉옷은 가방에 다 넣은 뒤 30분 정도 돌아다녀봤다.
추운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덥진 않은, 딱 포근한 정도의 느낌이었다. 오래 다녀도 아무렇지 않았다. 나처럼 반팔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하나는 의류·음식·잡화 등을 파는 대형 매장이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따뜻한 공기가 확 느껴졌다.
20분 정도 머무르며 온도를 쟀다. 실내 온도가 22.9도로 오르더니, 23.5도, 24도, 24.5도, 급기야 25.1도까지 올랐다.
휴대폰 등 전자 기기를 파는 매장도 들어가 봤다. 여긴 온도가 더 높아서, 25.4도까지 올랐다.
따뜻한가 싶었는데, 오래 머무니 살짝 덥기까지 한 정도의 느낌이었다.

의자에 앉아 실내 온도를 측정했다. 천장에서 히터 바람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었다.
온도계에 26.5도란 숫자가 뜨더니, 멈추지 않고 계속 올랐다. 어디까지 오를 참인지 기다렸다.
15분 정도 지나니 27.8도까지 올랐다. 반팔을 입고 있음에도 더워서 나가고 싶었다.
실내에 있던 이들 중 겉옷을 입은 사람도 거의 없었다. 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물으니 "여기 내부가 좀 더운 것 같다"며 손으로 부채질하는 시늉을 했다.

실내 온도가 얼마쯤인지 궁금했다. 재어보니 24.8도까지 올랐다. '그래서 더웠었구나' 싶었다.
출퇴근 시간대가 아닌, 오후 시간대 실내 기온도 재어봤다. 9호선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였다. 실내 온도는 24.5도까지 올랐고, 습도는 30%였다.
5호선과 9호선 모두, 따뜻하거나 약간 더운 정도 느낌이었다. 1시간 정도 타고 있으니 덥고 답답했다.

도서관 있는 곳 즈음에서 실내 온도를 재어보니, 23.5도. 습도는 24% 정도였다.
내부에 있는 대형 서점에 들어가니 기온이 확 올랐다. 25.9도로 뛰더니, 가만히 더 기다리자 26.1도로 올랐다.

합정역에서 탑승한 시내버스였는데, 실내 온도가 높지 않았다. 이 역시 기사님과 노선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실내 온도를 재어보니 17.2도, 습도는 51%였다. 서늘한 느낌이 들어 니트 점퍼를 입었다. 그날 들어 처음 입은 거였다.
얇은 겉옷 하나를 걸치고 앉아 있으니, 딱 쾌적한 느낌이었다. 공기가 외려 건조하거나 답답하지 않아서 좋았다.

"배구 경기장이요. 유니폼이 얇긴 하지만, 한겨울에도 반팔 입고 갑니다."(1uc님)
"요즘 회사 사무실에서 선풍기 틀고 지냅니다."(wkd님)
"대형쇼핑몰들, 백화점, 음식점들이 더워요. 에너지 낭비란 생각을 자주 합니다."(이유님)
"실내 콘서트장이요. 히터에 인구 밀도도 높아서, 한겨울에도 반팔이 필수입니다."(abbm님)
"고속버스 너무 덥습니다.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emos님)
"은행이요. 숨이 턱 막힙니다."(홍도토리님)
"지인 결혼식에 다녀왔는데 다들 더워서 외투 벗고 있었어요."(은님)
"페어나 박람회장은 대부분 더운 것 같습니다."(클라레바움님)
"최근 한 밴드 공연에 다녀왔는데, 문 열리니 입김나듯 공기가 빠지더라고요."(수지님)
"송구영신예배 드리면 교회 예배당, 정말 더웠습니다."(윰님)

한겨울에 반팔을 입어도 좋을만큼, 지구는 괜찮은 건가. 내내 그런 질문이 떠나질 않았다.
타일러 라쉬는 저서 '두번째 지구는 없다'에서 '6도의 멸종'이란 걸 언급했다. 지구평균 온도가 1도씩 오를 때마다 일어나는 상황들.
'1도 상승하면 북극 얼음이 녹는 속도가 빨라져 북극곰이 멸종 위기에 놓인다. 2도 올라가면 그린란드 전체가 녹아 마이애미, 맨해튼이 바다에 잠기고, 열사병 사망 환자가 수십만 명으로 늘어난다. 3도 오르면 지구의 폐 아마존이 사라진다. 4도 오르면 높아진 해수면 상승으로 뉴욕이 물에 잠긴다. 5도 이상 오르면 정글이 모두 불타고 가뭄과 홍수로 인해 거주 가능한 지역이 얼마 남지 않는다. 살아 남은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전쟁을 벌이게 된다.'

그렇다면 평균 온도가 6도까지 오르면 뭘까. 생물의 95%가 멸종한단다. 그는 대학교 때 이 책을 처음 접했으며, 누구도 끝까지 읽지 못했다고 했다. 너무 끔찍했기 때문이다.
지구 온도는 왜 오르는 건가. 주요 원인이 온실가스 배출이다. 그중 가장 문제되는 게 이산화탄소와 메탄이다. 양수영 박사는 저서 '탄소와 에너지'에서 인류가 가장 통제해야 할 온실가스는 '화석연료의 연소와 산업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라고 했다. 온실가스 배출 요인 중 64%를 차지한단다.

'기후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걸 막으려면, 이제는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해야한다. 그 일을 해내려면 모든 사람이 움직여야 한다. 개인, 정부, 기업뿐 아니라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조직과 기관이 움직여야 한다. 지금은 느긋하게 사람들을 모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
시간이 걸린 문제란 거다. 초침이 째깍거리고 있단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했다.
그럼 할 수 있는 게 뭘까. 빌게이츠는 책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우리는 가스와 휘발유가 아닌 다른 것으로부터 열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전기화'해야 한단 얘기다.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와 톰 리빗카낵이 쓴 책 '한배를 탄 지구인을 위한 가이드'에서도 '200개에 이르는 기업들이 이미 100퍼센트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고 있거나, 그런 목표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를 현실화하려면 정치권과 각종 기관의 의사 결정권자들이 제도 차원에서 보급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1. 20년 동안 특정 지역의 종 다양성 80퍼센트가 '손실'됐단 자료.
2. 20년 동안 특정 지역의 종 다양성 80퍼센트가 '회복'됐단 자료.
1번 자료를 접한 참가자들이 "그래서요?"란 반응을 보인 반면, 2번 자료를 접한 이들은 커다란 감정적 반응을 보였단다. 사람들이 멸종당하는 동물 이야기에 큰 충격을 받을 거란 생각이 잘못됐단 것. 그는 '절망적이고 슬픈 이야기는 사람들의 희망을 빼앗아 움츠러들게 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끼게 한다'고 했다.

그렇기에 그는 '오늘날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지구 환경과 수많은 생물의 행복이 좌우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풍요롭고 행복한 미래는 아직 우리에게 활짝 열려 있다'고 희망을 강조했다.

특히 테사 워들리는 추울 땐 북유럽 사람들처럼 두꺼운 옷을 입고, 담요를 덮자고 했다. 환경과 동물복지를 깊이, 지속적으로 얘기하는 패션잡지 '오보이!(OhBoy!)'의 김현성 편집장도 "추우면 옷을 일단 입고 그래도 추우면 난방을 해야하는데, 한겨울에도 집에서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뜨끈뜨끈하게 사는 게 습관이 됐다"고 했다. 김 편집장은 실내 온도를 18도 정도에 맞춰놓고 거의 난방을 안 한단다.

나의 행동은 누군가에게 영향을 준다. 그게 또 희망이다. 툰 베리는 '기후책'에서 이리 말했다.
'아무리 이렇게 해봐야 바다에 떨어지는 비 한 방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 거다. 실망하긴 이르다. 우리가 다른 사람 의견과 행동에 영향을 받는 것처럼, 다른 사람도 우리에게서 영향을 받는다. 많은 연구들이 확인한 결과, 사람들이 하는 환경친화적인 선택의 수준은 타인의 행동을 보고 어떻게 평가하느냐와 관련이 있다. 어떤 가구가 태양광 전지를 설치하면 이웃집이 태양광 전지를 설치할 가능성에 뚜렷한 영향을 미친다.'

에필로그(epilogue).
코엑스 전시장 앞 통로 공간을 다닐 때였다.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자니 팔에 닭살이 돋고 추웠다.
니트로 된 겉옷을 걸친 뒤에야 다소 한기가 가시는 게 느껴졌다.
그 주변엔 '안내 데스크'가 있었다. 가만히 앉아 계속 일해야 하는터라 춥겠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안내하는 직원은 무릎 담요를 덮고 아래쪽에 난로를 쬐고 있었다.
코엑스 전시장. 너무 더워서 한쪽 벽면에 관람객들이 패딩을 쌓아두었다던 그곳. 그런데 전시장이 아닌, 안내데스크 직원이 종일 근무해야 하는 공간은 왜 추울까. 문 하나를 넘었을 때의 온도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온도계를 꺼내어 몇 도인지 측정했다.
18.8도. 그날 다녀본 건물의 실내 공간 중, 유일하게 20도를 넘지 않는 곳이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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