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건물주 김원장님은 어쩌다 ‘빌딩 푸어’가 됐나? (2)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1편)에 이어 청담동 건물주 김원장님 사례를 좀더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김원장님께서 빌딩에 투자하면서 놓친 부분은 무엇일까요?
우선적으로 눈에 띈 점은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존재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김원장님이 구입한 건물에 입점한 모든 임차인들이 자신의 정당한 생존권을 주장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분들이라는 걸 간과한 것이죠.
해당 건물 임차인들은 최초 입점 시기가 3년이 채 지나지 않았거나 갱신된 계약으로 인해 10년간 자신이 임차한 공간을 사용 및 수익할 수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김원장님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던 걸까요?
확인해본 결과 김원장님은 당시 이런 내용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결정했던 것인데 이는 당시 김원장님께 해당 물건을 추천해주신 부동산업자가 제시한 가이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원장님이 추천받은 명도 전략은 낮은 수준의 건축물 안전등급을 받아 이를 명분으로 임차인을 강제로 퇴거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즉 건물의 노후화로 인해 붕괴 또는 인사사고가 날 수도 있음을 명분으로 구조안전진단을 받았고, 진단업체는 D등급 평가를 내렸는데, 이 진단결과를 임차인에게 제시해서 강제적으로 퇴거시키자는 것이었죠.
여러분께서 보시기엔 어떤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구조안전진단 D등급 판정을 이유로 현 임차인과의 계약관계를 정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건물이 노후해 가게를 운영하기에 불편한 것은 물론 자칫 인사사고마저 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니 현 건물을 철거해야 하고 따라서 임대차계약도 종료할 수밖에 없다 라는 것인데 이렇게 되려면 반드시 구조안전진단 'E등급'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서울시 상담사례집을 찾아보더라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개정 취지와 건축물의 안전등급 등을 반영하여, E등급의 경우에는 곧바로 임대인의 계약갱신 거절의 사유가 인정되나 D등급의 사유만으로는 임차인들을 강제적으로 퇴거시킬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일 D등급 임에도 건물 철거 후 신축을 하겠다면 건축물 자체의 객관적인 상태 평가들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지, 중대한 하자여부를 입증해야만 합니다.
결국 건물주인 김원장님이 건축물의 물리적 하자로 인한 계약 해지를 주장하려면 기존에 받은 D등급이라는 구조안전진단 결과와 함께 입증책임에 대한 부분까지 철저히 준비해야 하고, 그 결과는 1년이 족히 넘는 긴 소송기간을 감내하며 지켜봐야만 합니다.
Check Point 3. 김원장님의 성향에 적합한 투자 방법이었나?
김원장님은 한평생 자신의 병원과 환자 진료에 매진하셨던 분이었습니다. 이렇다 할 투자 경험이 단 한차례도 없었습니다.
주변인의 관점으로 김원장님을 보자면 우선 다양한 방향으로 사고를 하시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며, 주변의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이어서 청담동 프로젝트와 같이 1년 이상 소요되는 기간 동안 이해관계가 극심하게 갈리는 당사자들과 합의를 끌어내야 하며 그 결과 역시 불확실성을 상당부분 내포하고 있는 명도와 철거, 신축으로 이어지는 개발 프로젝트는 신중히 접근해야 할 투자대상이었다는 판단입니다.
1~2년 만에 자산가치를 많이 높일 수 있는 재테크를 하기 위해 투자에 나섰으나, 그 이후의 과정들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고, 성실한 노력의 대가는 모두 은행 대출을 상환하는데 소요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따라서, 결과로 드러난 투자수익률이라는 숫자에만 매몰되지 않고, 투자의 방법과 과정이 내가 충분히 소화하고 대처할 수 있는 것인지 되짚어 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겠습니다.
Check Point 4. 사업성 검토 시, 적정한 운용수익과 처분수익을 예상했나?
김원장님이 투자한 청담동 프로젝트의 경우 최초 취득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사업성 검토가 선행되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당지역의 임대사례 비교와 거래사례 비교 등을 기초로 한 상권분석, 배후세대분석, 임대가분석, 업종분석, 위험요인분석 등을 토대로 내가 투자한 최초 투자금액 대비 운용단계에서 어느 정도의 임대수익이 예상되고, 향후 처분단계에서는 (1) 수익환원법에 근거한 수익률에 맞춰 매각할 것인지? 아니면, (2) 지가상승을 고려한 거래사례비교법을 적용해 매각을 할 것인지에 대한 포트폴리오가 갖춰져야 합니다.
김원장님의 경우 사전 사업성 검토가 매우 부실했음을 알 수 있었고, 이점은 큰 아쉬운 점으로 남습니다.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았을 때, 김원장님이 건물 매입 후 1년이 지나도록 당초 계획했던 철거 후 신축은 커녕 아무런 행위도 하지 못한 채 임대수입으로도 감당이 되지 않는 대출이자만 부담하며 ‘빌딩 푸어’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근본적 이유는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겠습니다.
(1) 과도한 대출 차입금 대비 건물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입이 적어 역마진이 발생했다는 점
(2)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임차인들의 생존권을 깨뜨리기 위해 물리적하자 D등급을 내세우며 접근해 임차인들과 대립의 골이 깊어 졌다는 점
(3) 프로젝트가 갖는 난이도와 속성이 김원장님의 성향과는 맞지 않았다는 점
(4) 철저한 사업성 검토가 수반되지 않았다는 점
‘빌딩’에 투자한다면 누구에게나 가진 재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마련입니다. 그만큼 신중히 따져봐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복합적이고 유기적인 매커니즘을 이해해야 하는 ‘밸류업 투자’에 있어서는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현장은 이론과 다른 부분도 많고, 얘기치 않게 발생하는 변수도 다양합니다. 그래서 성공사례 뿐만 아니라 실패사례까지도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줍니다. 스마트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 다양한 사례들을 꼭 살펴보시길 추천합니다.
정재윤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법률 TF Team / 밸류업이노베이션 변호사
조아람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부동산 TF Team / 밸류업이노베이션 공인중개사
배준형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수석전문위원(landvalueup@hankyung.com) / 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
'빌딩 투자 업그레이드 플랫폼'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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