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결산] ② "올해는 AI 원년"…국내 기업들, AI 기술 뽐내며 맹활약
SK, 'AI 구현 핵심' 반도체 선도 의지…현대차·기아, AI 기반 전환
재계 총수, 신기술 흐름 읽고 새 사업 기회 모색…스타트업도 기술력 뽐내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장하나 임기창 오규진 기자 = 12일(현지시간) 폐막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 인공지능(AI)이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AI를 접목한 기술과 제품을 잇달아 쏟아내며 맹활약했다.
올해 CES는 전 세계 150여개국에서 총 3천500여개의 기업이 참가했으며, 이중 한국 기업은 500여곳으로, 중국(1천100여곳), 미국(700여곳)에 이어 3번째로 많았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모두를 위한 AI'를 내걸었다.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간담회에서 "올해 매일 사용하는 핵심 기능을 중심으로 생성형 AI를 적용하기 시작해 새로운 디바이스 경험으로 혁신할 계획"이라며 "올해는 AI 기능을 적극 도입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LG전자는 AI를 '공감지능'으로 재정의했다. 조주완 대표이사 사장은 "우리의 초점은 AI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변화를 일으켜 고객에게 실질적인 이점을 제공하는지에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CES에서 나란히 AI 반려 로봇인 '볼리'와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AI 기술 발전에 따른 일상의 진화를 선보인 셈이다. 볼리는 삼성전자의 첫 생성형 AI 탑재품이다.
양사는 주력 제품인 TV에서도 탑재된 AI 프로세서의 성능 향상을 강조했다.
삼성전자 전시장에는 개막 첫날부터 관람객이 줄을 서며 평균 30분∼1시간가량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했다. 세계 첫 투명 무선 올레드 TV를 내세운 LG전자 부스에도 하루 평균 6만명 이상의 참관객이 찾았다.
SK그룹은 과거 미국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었던 점술사 기계 '졸타'(Zoltar)에서 착안한 'AI 포춘텔러'를 부스에 설치하는 등 놀이공원 콘셉트의 전시 부스로 큰 관심을 끌었다.
AI 구현의 핵심인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SK하이닉스는 AI의 방대한 데이터 처리에 꼭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반도체 분야를 계속 선도하겠다며 '메모리 센트릭'(Memory Centric) 비전을 제시했다.
올해 CES에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한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차가 수소에너지 생태계 구축과 소프트웨어(SW)·AI 기반의 대전환을 통해 '인간 중심적인 삶의 혁신'을 일군다는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기아는 승차 공유 서비스 기업 우버와 손잡고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를 개발하고 AI 기반, 사용자 중심 솔루션을 개발·제공하기 위한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PC와 모바일을 넘어 클라우드 기반 AI로 급속히 발전하면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생성되고 소통되는 시대가 온 만큼 데이터 처리 속도와 효율이 AI 시스템 성능을 좌우할 전망이다.
"미래 산업의 기술 실현은 반드시 부품·소재가 기반이 돼야 가능"(장덕현 삼성전기 사장)하기 때문에 각종 전자기기 부품을 생산하는 업계도 AI를 매개로 새로운 시장이 등장하는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AI 시장 확대로 '온디바이스 AI' 시장이 본격 개화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삼성전기는 핵심 기술 개발에 주력할 4대 미래산업 분야의 하나로 AI를 꼽았다. LG이노텍도 AI 보급 확대로 수요가 급증하는 고부가 반도체 기판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등을 소개했다.
미래 신기술의 흐름을 읽기 위해 CES를 찾은 재계 총수들과 경영진도 분주히 움직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개막 첫날부터 자사 부스뿐 아니라 국내 주요 기업 부스를 돌며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전시를 둘러봤다.
최 회장은 "AI는 이제 시작하는 시대이며, 어느 정도 임팩트와 속도로 갈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국내 비(非)가전업체로는 처음으로 CES 기조연설에 나선 데 이어 개막일부터 직접 부스에서 VIP뿐 아니라 일반 관람객까지 맞이하며 육상 비전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비롯한 재계 총수들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 등도 주요 부스를 둘러보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국내 AI 스타트업의 약진도 돋보였다.
국내 기업은 올해 신설된 AI 부문의 혁신상·최고혁신상 37개 중 17개를 휩쓸었다. 이중 LG전자와 두산로보틱스를 제외한 15곳이 중소기업·스타트업이다.
2021년 삼성전자에서 스핀오프한 스타일테크 스타트업 '스튜디오랩'은 이미지를 업로드하면 상품 소개 이미지와 콘텐츠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솔루션 '셀러캔버스'를 소개해 독일 자동차 부품 업체 보쉬와 나란히 AI 부문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팹리스) '딥엑스'는 온디바이스 AI에 쓰이는 저전력 신경망처리장치(NPU) 솔루션 4종으로 혁신상 3관왕에 올랐다. 딥엑스의 NPU는 가격과 전력 대비 성능 비율(전성비)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외에서 40곳 이상의 고객사를 이미 확보했다.
CES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 세션에 AI 반도체 기업 대표로 초청된 김녹원 딥엑스 대표는 "올해 대세가 AI라면, 내년은 온디바이스 AI가 대세"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로봇 손가락 의수를 개발하는 '만드로'와 효과음 생성 AI 기술을 내놓은 '가우디오랩'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의 깜짝 방문으로 화제가 됐고, 코골이를 완화해주는 움직이는 베개를 선보인 '텐마인즈' 부스 등도 인기였다.
이 밖에도 포항공대(POSTECH) 학부생이 창업해 웹툰 작가를 위한 AI 보조작가 '에이드'(AiD)를 선보인 '크림'을 비롯해 딥브레인AI, 포바이포, 뤼튼테크놀로지스(뤼튼), 네이션에이 등이 참여해 저마다 기술력을 뽐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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