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미건조한 킬러 이동욱의 애틋한 조카 사랑…'킬러들의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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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같이 산 삼촌이 세상을 떠났지만, 유일한 상주인 조카 정지안(김혜준 분)은 빈소를 지키는 내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삼촌은 고작 초등학생이던 지안이 자기 덩치만 한 가방을 옮기다가 넘어져도 일으켜주지 않았고,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기어코 혼자 등하교하게 했다.
킬러 정진만과 어린 시절 정지안이 함께 살기 시작하며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갔던 과거 시절을 그려낸 2화는 영화 '아저씨'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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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10년을 같이 산 삼촌이 세상을 떠났지만, 유일한 상주인 조카 정지안(김혜준 분)은 빈소를 지키는 내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지안이 마음껏 울지도 못 하는 사람으로 큰 이유는 삼촌 정진만(이동욱) 탓이 크다. 어린 나이에 끔찍한 사고로 부모를 여읜 지안을 거둬들인 삼촌은 처음부터 당부했었다. "난 네 엄마, 아빠가 아니야. 그들이 해준 건 해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해."
삼촌은 고작 초등학생이던 지안이 자기 덩치만 한 가방을 옮기다가 넘어져도 일으켜주지 않았고,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기어코 혼자 등하교하게 했다. 다정한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삼촌은 조카가 잠든 뒤에야 그의 침대맡에 앉아 남몰래 걱정해주곤 했다.
지안도 이런 삼촌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다. 엄마가 곱게 양 갈래로 땋아주던 머리는 어설프게나마 알아서 질끈 묶고 다녔고, 배가 고프면 까치발을 들고 밥솥에서 밥을 퍼 차려 먹었다. 그렇게 지안은 삼촌이 바라던 대로 강하게 컸다.
오는 17일 공개되는 디즈니+ 새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은 정지안이 자신을 향해 몰려드는 정체불명의 킬러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이 무자비한 킬러들에게 맞서 싸우며 성장하는 이야기 구성 자체는 흔한 소재지만,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삼촌과 조카로 호흡을 맞춘 이동욱과 김혜준은 뻔하지 않은 케미로 웃음과 감동을 자아낸다.
무뚝뚝하고 건조한 성격의 정진만은 다정한 삼촌이 돼주지는 못 해도 나름의 방식으로 조카를 지킨다. 조카 아르바이트 월급을 떼먹은 사장을 혼내 돈을 받아주고, 5층 자취방에 방범창을 달아주는 게 그의 사랑 방식이다.
주인공인 정진만이 죽은 뒤 이야기를 펼쳐내는 전개를 택한 이 드라마는 정진만과 정지안의 서사를 역순행적 구조로 담아내며 애틋함을 자아낸다.
킬러 정진만과 어린 시절 정지안이 함께 살기 시작하며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갔던 과거 시절을 그려낸 2화는 영화 '아저씨'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강지영 작가의 소설 '살인자의 쇼핑몰'을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언론에 1~2화를 미리 공개했다.
총 8부작으로 제작됐고, '최악의 빌런'이라는 베일(조한선 분)은 2화까지는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액션물로서 작품의 완성도를 평가하기에는 이르지만, 이야기는 비교적 촘촘한 밑그림을 갖춘 느낌이다.
1화에서는 정진만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복선을 곳곳에 심어뒀고, 이어지는 2화에서 곧바로 그 복선들을 회수하며 몰입감을 높인다.
탄탄한 얼개에 비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서 개연성이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어린 지안이 대학 병원에서 킬러에게 쫓기다가 시체 안치실로 숨어드는 장면 등에서는 개연성보다는 오락성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그런데도 흡인력 있는 이야기의 힘은 충분히 다음 화가 궁금하게 만든다. 감독은 시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출로 결과를 먼저 보여주고, 사건의 전말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식으로 영리하게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든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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