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랑을 해야 한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다운 포 러브’[오마주]

고희진 기자 2024. 1.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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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 포 러브. 넷플릭스 제공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연애 리얼리티 전성시대다. 멋진 모습의 출연자들이 외모와 학력, 직업 등 상대의 스펙을 비교해가며 만남을 오가는 것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에 빠져든다. 출연자들의 시기와 질투가 그려지며 소위 ‘빌런’이라 불리는 욕먹는 출연자가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자극도 심하면 피로가 온다. <솔로지옥>이나 <나는 솔로>같은 프로그램에 지쳤다면, 넷플릭스 <다운 포 러브(Down for Love)>는 어떨까.

다운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이 데이트를 하면서 어려움과 기쁨을 경험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뉴질랜드 연애 리얼리티 시리즈다. 단순한 소개팅을 넘어서 출연자들이 사람과의 관계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다. 출연자 소개로 시작한다.

조시 레이먼드 브래들리. 곧 21살이 되는 남성이다. 부모님과 함께 오클랜드에 산다. 테마파크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는 “4년째 여자친구를 찾고 있는데, 너무 힘들고 답답하다”고 말한다. 동생은 여자친구가 있는데, 자신은 없는 것이 속상하다. 노력은 해봤다. 데이팅 앱에 자신의 프로필을 올려놓고 여성들과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한다. 조시의 부모님이 그에게 여자친구 사귀는 게 왜 힘드냐고 묻자 “제가 말을 잘 못해서요”라고 한다. 그런데도 자신은 여자에게 인기가 있을 거라고 웃으며 말한다. “저는 뻔뻔하고 재밌거든요. 저처럼 뻔뻔한 여자가 이상형이에요. 강하고 섹시하고요.”

다운 포 러브. 넷플릭스 제공

출연자 가족의 이야기도 주요하게 다룬다는 점이 여느 연애 리얼리티와 다르다. 조시의 부모는 조시가 다운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를 돌아보며 그들이 감당해야 했을 어려움을 비춘다. 하지만 조시는 그들에게 다른 누군가와도 다름없는 한 인간일 뿐이다. 그의 어머니는 말한다. “다운증후군은 염색체가 하나 더 있을 뿐입니다. 그것 빼고는 똑같아요.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갈망하고 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조시도 누릴 수 있어야죠.”

또 다른 참여자 리비 헌스데일. 19살이다. 최근엔 다운증후군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의 주인공으로 연기를 했다. ‘사랑해 본 적 있나?’는 제작진의 질문에 “부모님과 해봤는데 그게 다예요”라고 말한다. 그는 “지적 장애가 있으면, 맞는 사람을 찾기가 정말 힘들다”며 “의사소통과 능력과 지적 수준이 저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한다. 제작진의 주선으로 첫 데이트를 앞둔 날, 리비는 들뜬 마음으로 옷을 고르며 말한다. “첫 데이트라니, 엄마가 자랑스러워할 거예요.”

조시와 리비는 각각 헤일리와 데이미언이라는 이성을 만난다. 아쉽게도 첫 데이트에서 두 사람은 짝을 만나지 못한다. 그리고 이번엔 조시와 리비가 만난다. 와이너리에서 만난 두 사람은 처음부터 대화가 잘 통한다. 좋은 징조일까.

다운 포 러브. 넷플릭스 제공

데이트에 설레는 출연자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자신에게 솔직한 출연자들의 모습이 매력적이다. 바다 위 요트나 해변, 멋진 레스토랑 등 데이트 장소도 예쁘다. 조시와 리비의 웃는 얼굴처럼 프로그램은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를 유지한다. 음악도 경쾌하다.

물론 데이트의 결과도 항상 음악과 같지는 않다. 삶의 모든 부분이 그렇듯 연애도 성공과 실패가 오간다. 출연자들은 그간 몰랐던 성정체성을 알아가기도 하고 데이트를 통해 자신은 어떤 사람이며, 연애와 삶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도 고민한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한 커플은 아이에 대해 고민한다.

이들의 사랑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시청자도 있겠다. 장애인이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고 보는 시선 때문이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이 범죄가 된 한 회차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출연자의 “제 짝을 찾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 사람은 사랑을 해야 하니까요”란 말처럼, 인간은 누구나 사랑이 필요하다.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한 연애 코치의 말대로 비록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도 사람은 “관계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5개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설렘’ 지수 ★★★★ 어떤 연애 리얼리티보다 진정한 사랑을 꿈꾸게 한다.

‘도파민 폭발’ 지수 ★★ 빌런은 없다. 자극도 없다. 그러나 왜인지 마음이 따스해 진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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