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선거 유세에 ‘가짜 김정은’ 등장한 이유는
대만 총통 선거를 하루 앞둔 12일 밤, 대만 신베이에서 열린 마지막 국민당 유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분장을 한 남성이 등장했다. 머리칼을 모두 뒤로 빗어 넘긴 ‘올백’ 스타일에 검정 인민복까지 차려 입은 그는 가짜 지폐를 뿌리고 미사일 모양의 풍선을 흔들며 “나는 너(허우유이 국민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외쳤다. 대만 자유시보는 “유세 현장의 보안 요원들과 경찰은 그가 무대로 다가가자 즉시 제지하고 파출소에 데려갔다”고 전했다.
대만 선거 유세에 난입한 ‘가짜 김정은’은 김정은의 외모를 빼닮아 유명한 중국계 호주 국적 코미디언 하워드X(40)다. 지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싱가포르에 입국해 김정은을 풍자하며 유명세를 얻었다. 2019년에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개최지인 베트남에 갔다가 현지 경찰에 의해 추방 당하기도 했다. 2022년에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중국의 정책은 북한과 다름 없으니 내가 홍콩 대표로 적합하다”라고 했다.
이날 ‘가짜 김정은’으로 나타난 하워드X는 중국에 우호적인 국민당을 노골적으로 조롱했다. 그는 “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대표해 (국민당) 허우유이와 자오사오캉의 당선을 지지한다”면서 “당신들이 당선되면 중국은 무력 통일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워드X는 지난 10일에는 제2야당 민중당 유세 현장에 난입해 “민중당 동포들이 국가 통일 대업에 함께해줘서 고맙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는 ‘양안은 한 가족’(兩岸一家親)이라고 주장하며 중국과의 적극적 교류를 지지한다.
하워드X는 이날 파출소에서 조사를 받은 직후 풀려나 숙소로 돌아갔다. 자유시보에 따르면 하워드X는 이달 초 합법적으로 대만에 들어왔고, 이날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대만 경찰에게 “정치적 목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만에서는 13일 차기 총통을 뽑는 선거가 실시된다. 이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와 세계 안보 정세, 기술·무역 등 경제 지형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선거에서도 친중과 반중의 구도가 짜여졌다. 친미(親美), 대만 독립 노선을 추구해온 집권 민진당 차이잉원 현 총통이 3연임 제한으로 불출마하는 가운데, 2인자 라이칭더 부총통이 여당 후보로 정권 재창출에 도전한다. 이에 맞서 친중(親中) 성향으로 중국의 지지를 받아온 제1 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는 8년 만의 정권 탈환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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