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日샴푸 사러 청담동 미용실 4시간 왕복"

이상휼 기자 2024. 1. 13.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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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카' 출간한 조명현씨
“법카 유용 폭로 안했으면 죽을 때까지 후회했을 것”
이재명 부부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세상에 알린 공익제보자 조명현씨. 2024.1.9/뉴스1 ⓒ News1 이상휼 기자

(경기=뉴스1) 이상휼 기자 = '공익제보자 A씨.'

이재명·김혜경 부부의 법인카드 불법 사용·의전 의혹을 폭로한 조명현씨(46)는 지난 몇 년 간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공익제보자 A씨로 불렸다. 조씨는 지난 9일 서울에서 뉴스1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에 응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차분한 어조로 직접 보고 겪은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에 대한 견해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그는 불과 얼마 전까지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주변을 살펴보거나 사람들이 공개된 장소에 가는 것을 꺼렸다고 한다. 지금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로부터 비난과 협박에 가까운 언사를 듣기도 하고, 특히 극렬 지지층들로부터 위협을 받기도 해 여전히 두렵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가장 두려운 것은 따로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양극단화된 정치적 상황, 그리고 그러한 정치를 조장하는 인물들에 의해 암울해지는 것’이라고 한다. 조씨는 “공익제보를 하지 않았으면 죽을 때까지 후회했을 것이고, 그것이 두려워 공익제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2021년 3월부터 그해 10월까지 민선7기 경기도 7급 공무원으로 일했고, 그해 겨울 공익제보를 결심한 이후 3년이 지났으나 이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조씨로부터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법카 유용 논란 속사정 등에 대해 들어봤다.

-공익 제보를 결심한 이유는? ▶아내와 함께 장을 보러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당시 상사였던 배모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너무 놀란 아내는 ‘직장에서 무슨 잘못을 했길래 그 사람은 이렇게 사람한테 소리를 지르느냐’면서 당장 그만두라고 권유했다. 그리고서도 더 다니다가 퇴직한 뒤 차츰차츰 내가 이 지사 부부를 위해 했던 일들이 불법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이재명 전 도지사의 비서로 근무할 때 어떤 점들이 기억에 남는가? ▶일하면서 느낀 것은 이재명 부부는 특권의식이 성남시장 때부터 몸에 뱄다는 점이다. 당시 도청 의전팀의 한 공무원이 ‘올해 사모님(김혜경) 선물은 무엇으로 할까요’라고 물었다. 부부의 생일날, 명절 때 일가친척들에게 보낼 선물과 제수음식 등에 대해서도 모두 의전팀과 비서진이 상의해서 결정하고 준비해왔던 것이다. 이미 수 년 간 그렇게 해오지 않았을까.

나는 ‘과일가게(지금은 폐점)’에 가서 제수음식 각 세트에 일회용 접시와 과도까지 챙겨 마련해 이 지사 부부의 측근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 지사의 빨래도 내가 했다. 도지사 공관에 청소인력이 있지만 빨래까지 하지 않았다. 결국 내가 했다.

논란이 일었던 일제 고급 샴푸의 경우 청담동 미용실까지 왕복 4시간을 오가면서 직접 내 카드로 구입하고, 그 영수증을 도청 공무원에게 줘서 돌려받았다. 지금은 일명 이재명 샴푸로 불리는 ‘쿠오레’ 샴푸는 그 당시 백화점을 비롯해 시중에 파는 곳이 없었다. 해외직구 배송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소요되길래 내가 당시 상사인 배씨와 비서실 직원에게 ‘구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자 배씨는 ‘그 원장은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귀찮게 하는지’라는 취지로 혼잣말을 했다. 상황을 파악해보니 도지사 공관으로 이 지사의 헤어스타일 손질을 위한 출장 미용사(청담동 미용실 원장)를 불렀는데 그 미용사가 쿠오레 샴푸를 권한 것이다. 못 구한다고 보고를 하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쿠오레 샴푸를 청담동 미용실에 가서 사와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누가 시켰겠는가?

이 지사가 시킨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청담동까지 가서 샴푸랑 트리트먼트 500㎖씩, 8만3000원어치를 구입해왔다. 법카로 결제할 수 없으니 내 카드로 구입했고 영수증을 챙겨서 돌려받았다. 도청 세금이 이렇게 낭비된 것이다.”

-이재명 부부와는 어떻게 일을 하게 됐나? ▶성남문화재단에서 일하던 2010년 그가 성남시장에 당선되고 재단의 당연직 이사장이 됐다. 당시 나는 재단에서 공연기획과 진행, 안내 직원 관리, VIP 의전 등을 총괄했다. 성남시장 취임식 때 이재명 부부를 처음 대면했다.

그 후 김혜경씨는 성남시 간부 부인 모임 등의 행사를 성남문화재단 공연장과 미술관, 재단 VIP실에서 자주 열었다. 그 당시 행사에 필요한 일정 조율과 식당 예약, 동선 안내, 마무리 등을 내가 맡았다. 이들의 의전을 도맡다 보니까 가깝게 됐고 이씨가 도지사로 당선이 되면서 성남시절 인연이 도지사 때까지 이어졌다.

-어떤 점들이 특히 의문이 들었나? ▶이재명 전 지사 주변에는 공교로운 일들이 많이 생기곤 한다. 특히 비밀이 많다. 비서로 있을 때 ‘도지사가 당뇨약을 복용한다’는 사실은 기밀로 취급됐다. 도지사의 건강 사항은 도민들에게 공개돼야 하는 것 아닌가. 당뇨약을 먹는 게 어째서 기밀인지 이해가 안 됐다. 그런데 당뇨가 있는 그가 단식을 장기간 했다기에 내내 의문이 들었다.

-공익제보 이후 3년 간 심정이 어떤가? ▶공익제보자로 나서기 전 고민을 많이 했다. 가족들이 위험해지는 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아내는 ‘해야 한다’고 용기를 북돋워주었고, 아내 역시도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이것은 지금 이 순간도 계속 겪는 일이다.

계속 익명의 A씨로 남아 있었다면 법카 불법 사용에 대한 증인으로서 증언할 때 힘이 실리지 않는다. 당당하게 실명을 밝히고 나서야 이재명씨에 대해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계획은? ▶내가 겪은 이재명 전 도지사에 대해 최대한 자세하고 정확히 국민들에게 알리는 일이다. 민주당이 특검을 좋아하는데 가장 시급한 특검은 이재명과 김혜경의 세금 유용, 불법 의전 관련 특검이다. 이 건은 아직도 검찰이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증인과 증거와 피해자들이 있음에도 기소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특검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공익제보자들이 불이익을 받는 우리사회의 시스템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데 힘을 쓰고 싶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조명현씨는 “달걀으로 바위를 치는 격, 아니 과연 달걀이 그 바위를 치고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지만 멈추지 않고 소신을 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카'(천년의 상상)라는 책을 출판해 국회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기도 했다.

이재명 부부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세상에 알린 공익제보자 조명현씨가 최근 출간한 저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카>.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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