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Insight] 신용 사면···'역차별' 후폭풍 우려
신용 기반 정책 지원 사업 경쟁률 오를듯
기존에 붙었을 성실 채무자가 탈락하면
당·정이 그때 내놓을 수 있는 답 무엇일까
총선을 약 세 달 앞두고 정부와 국민의힘이 내놓은 신용 사면 정책이 ‘역차별’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정책으로 다수 채무 연체자의 신용점수가 상승하면 당초 문제없이 정책 사업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을 성실 채무자가 되레 사업에서 탈락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소상공인정책자금, 신용보증 등 서민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 지원 사업 다수는 신청자 신용을 기반으로 보증·자금 지원 여부를 평가한다. 많게는 290만 명의 연체 기록을 없앨 수 있는 이번 신용 사면이 실제 각종 정책 지원 사업의 경쟁률을 크게 끌어올리면 이로 인한 파장은 단순 도덕적 해이 논란보다 클 전망이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달 11일 국회에서 ‘신용사면 당정협의회’를 열고 서민과 소상공인의 대출 연체 기록을 삭제하는 이른바 신용 사면을 하기로 했다. 2021년 9월부터 올해 1월 사이 2000만 원 이하의 채무 연체 기록이 있는 290만 명이 대상이다. 사면에는 올 5월 말까지 채무를 전액 상환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채무 연체자들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대출을 연체했지만 이후 연체 금액 전액을 상환해도 과거 연체가 있었다는 이유로 금융 거래와 경제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엄중한 경제 상황을 고려해 적극적인 신용 회복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정책은 신용을 기반으로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각종 정책 지원 사업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관여하는 각종 보증 사업과 소상공인진흥공단이 관리하는 소상공인정책자금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신청자들에게 신용점수를 제출받는다. 사업별로 담보 평가, 사업 계획서 평가 등 부차적인 조건이 따라붙지만 국민 세금을 기반으로 보증을 서거나 자금을 대여하는 사업이므로 신청자 신용 정보를 필수적으로 본다.
대규모 신용 사면으로 채무 연체자의 연체 기록이 사라지고 신용점수가 상승하면 당초 사업 신청에 필요한 최소 신용점수 요건을 맞추지 못했던 이들이 지원 자격을 얻게 된다. 이에 따라 경쟁률이 오르는 것은 필연적이다. 또 기존에는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을 성실 채무자가 되레 탈락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는 지난해에만 96만 5000건(24조 3000억 원 규모)의 대출에 보증을 섰다. 대부분 신청자 신용점수를 지원 대상 선정 때 고려했다. 현재 전국 17개 신용보증재단과 함께 지원하고 있는 133개 보증 사업 역시 전부 신청자 신용점수를 본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이 관여하는 11가지 소상공인정책자금도 마찬가지로 신청자들에게 신용점수 정보를 제출받는다. 올해 배정된 소상공인정책자금 규모는 3조 7100억 원에 이른다. 상당 부분 국민 세금으로부터 오는 재원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신용 사면 기자 간담회에서 연체 기록 삭제에 따른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5월까지 상환하는 분에게 혜택이 가서 적극적인 상환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며 “도덕적 해이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게임이론(경제 주체들의 의사 결정 과정을 분석하는 경제학 분야)을 연구하는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너무 쉽게 신용 기록을 없애주면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겠다"면서도 “2000만 원 이하 정도면 아주 심각한 액수는 아니라고 볼 수 있고 (이번 정책은) 오히려 갱생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측면이 강할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역차별이다. 이 금감원장이 공언한대로 이번 정책이 다수 연체자의 ‘적극적인 상환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면 이에 따라 수많은 연체자의 신용점수가 상승하게 된다. 그 결과 신용점수를 기반으로 국민 세금을 지원하는 각종 정책 사업 경쟁률은 크게 오를 수밖에 없게 된다. 경쟁률이 올라 기존에는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을 성실 채무자들이 각종 사업에서 최종 탈락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에 대해 정부와 국민의힘이 내놓을 답은 무엇일까.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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