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구색 갖추는 '정책 패키지'…힘 받는 '의대 증원'
의료계 요구 사항 반영…필수의료 법제화도
정책 갖춰가며 의대 정원 반대 명분 사라져
'350명 vs 3953명' 얼마나 늘리느냐가 관건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정부가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 패키지'를 구성해 나가면서 패키지 중 하나로 논의하기로 했던 의대 정원 확대 정책도 힘을 받는 모양새다.
13일 보건복지부 설명에 따르면 각 지역별 간담회를 통해 정책 패키지 관련 방안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필수의료 혁신전략과 의사인력 확충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전국을 돌며 8차례 '찾아가는 간담회'를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혁신 계정'이다. 현재 의료 수가는 의료 행위에 대해 지급하는 행위별 수가 제도가 주로 적용 중인데 인력이나 시설, 장비 유지가 필요한 필수의료 분야에선 기관 단위 사후보상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의료인 의료 사고 부담 완화 방안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의료 사고 책임 보험이나 공제 같은 보상 기전을 보편화하고 불가항력적 의료 사고는 국가 보상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또 의료인 형사처벌 특례 법제화 등도 지원할 예정이다.
보상 강화와 의료 사고 부담 완화는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 공식 소통 창구인 의정협의체를 통해 의협 측이 줄곧 요구했던 사안이다.
의협 측 협상단 구성원을 바꾸고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열렸던 17차 회의에서 의협 측은 "지역·필수의료가 무너지는 원인은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 때문"이라며 "이제라도 수가를 조정하고 의료 사고 특례법을 만들면 필수의료는 당연히 정상화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밖에 지역의 의원급 의료 인력이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하는 등 '공유형 인력 운영 시스템' 도입과 전문의 중심 병원, 지역·필수의료 분야 육성형 프로그램 등도 검토할 예정이다.
지난 12일에는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필수의료육성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공조를 맞췄다.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 정의를 명확히 하고 필수의료 분야에는 수가를 대폭 인상하는 방안이다.
또 민간, 공공 관계없이 필수의료를 수행하면 공공정책 수가를 적용하고 필수의료 분야 의료 사고 발생 시 의료인 민형사상 부담 완화, 형사처벌법 특례법 제개정, 공보의 복무 기간 단축 등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그간 의대 정원 확대는 지역·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일환으로 추진돼왔는데, 패키지 내 다른 정책들이 모양을 갖추면 의대 정원 논의를 미루거나 반대할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이 때문에 '정원 감축'까지 거론했던 의협 측도 가장 최근인 24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는 "국민 편에서 불안하지 않고 건강이 위험하지 않은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 고민하다보니 의대 정원을 포함해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간 의대 정원 논의가 '늘리느냐, 마느냐'에 초점이 맞춰줬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늘리느냐'로 집중될 전망이다.
최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의대 증원 규모로 350명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는데, 이는 복지부가 각 의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조사 결과에서 최대치 3953명과 비교하면 약 10분의1 수준에 그친다.
이에 대해 전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환자 단체 등 9개 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 활동 의사 수를 배출하려면 의대 정원을 3000명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에도 보건의료노조와 경남도가 각각 입장을 발표하며 350명 수준의 증원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의협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 대책 특별위원회(범대위)'는 무분별한 의대 증원을 반대하며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시위를 이어 나가고 있다.
이필수 의협 회장도 지난 11일 시위 현장을 찾아 "의협 회장 및 범대위 위원장으로서 끝까지 의료계의 입장을 대변해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을 저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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