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18억불 손실에 2만명 자른다…4분기 금융주 부진 [뉴욕마감]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4. 1. 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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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AFP=뉴스1) 강민경 기자 =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9월22일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욕증시가 전일에 이어 다시 혼조세로 이번주 장세를 마무리했다. 다우존스 지수가 하락했고, 나스닥과 S&P 500 지수는 강보합세를 유지했다. 지수는 이날 발표된 도매물가 하락에 힘입어 약세를 보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지난 연말처럼 강세를 유지할 요인도 높지 않은 상태에서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주 실적이 전분기와 달리 고꾸라지면서 다우 약세의 원인이 됐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일보다 118.04(0.31%) 내린 37,592.98을 기록했다. 반면 S&P 500 지수는 3.59포인트(0.08%) 상승한 4,783.83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은 2.58포인트 올라 지수는 전일과 비슷한 14,972.76에 마감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대형은행주들의 성적은 좋지 못했다. 1위 금융그룹인 JP모건체이스가 4분기 순이익이 전년비 15% 감소했다고 밝혔는데 주가는 의외로 0.73% 하락에 그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4분기 이익이 줄었다고 보고하면서 1.06% 떨어졌다. 씨티그룹은 대형사 가운데선 가장 좋지 않은 18억 달러의 분기손실을 보고해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고백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1% 가량 상승했다. 씨티 스스로가 10% 가량의 인원감축을 통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 투심을 샀다.

에드워드 존스의 수석 투자 전략가 모나 마하얀은 "지난 4분기 경제는 일부 강력한 추세와 반등이 있었지만 기업 성적표는 이와 달리 약간 반전된 모습을 보였다"며 "시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관망 모드에 돌입했고, 이번 실적 시즌에는 수익성장과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매물가 3개월째 하락세…중동확전이 변수
미국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지난 12월에 전월대비 0.1%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3개월째 하락세로 연초 물가전망을 밝게 하는 지표다. 이날 미국 노동부 통계국은 지난 12월 PPI가 전월비 0.1% 하락해 10월 -0.4%, 11월 -0.1%에 이어 3개월째 하락세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당초 전문가 예상치는 전월비 0.1% 상승이었는데 오히려 그만큼 더 줄어든 셈이다.

12월 도매물가가 전월보다 떨어진 까닭은 에너지 가격이 비교적 큰 폭(-1.2%)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비 0.2% 상승해 예상치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12월 집계가 완료되면서 지난해 전체의 PPI 증가율은 전년비 1.0%로 나타났다. 전년 증가율이 6.4%였던 것을 감안하면 물가상승 압력은 목표치 이내로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일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치는 전월비 0.3%, 전년비 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도매물가 역시 12월까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 초반으로 떨어지면서 상방 압력을 가지지 못했지만 최근 중동의 정세가 불안한 분위기도 바뀌면서 변수가 커졌다. 특히 미국과 이란, 서방과 이슬람계의 대립이 격해지면서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상태가 강화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세계 물동량의 30% 가량을 이 지역 해상로가 책임지고 있는데 이 길을 주요 선사들이 운항중단하면서 물류비가 급등하고 있어서다.

전일 이란은 미국 국적의 유조선을 뚜렷한 명분도 없이 나포했고, 미국과 영국이 주축이 된 군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예멘 후티 반군의 주요 기지를 공습했다. 러시아가 후티 반군을 두둔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하면서 국제사회 양분 대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동불안이 이어지면서 이날 국제유가는 1% 이상 올랐다.
씨티 금융위기 후 최악성적표…2만명 감원해 구조조정
월스트리트
미국 3대 금융그룹 가운데 하나인 씨티가 14년 만에 최악의 분기실적을 보고하면서 전체인력의 10% 가량인 2만명 이상을 감원하기로 했다. 이날 씨티는 지난 4분기에 18억 달러의 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씨티는 이와 관련해 같은 기간 중 러시아 관련 자산상각과 아르헨티나 페소화 평가절하 손실, 구조조정 관련 비용 등 약 40억 달러의 비용이 실적악화의 원인이라고 보고했다.

이번 분기 실적은 씨티가 지난 2009년 말 금융위기 이후 기록한 최악의 손실이다. 2017년 1분기에 18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는 이연 법인세 자산 가치에 영향을 미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대적인 감세와 관련된 비현금 비용으로 인한 것이었다. 금융그룹의 펀더멘털과는 무관한 상각처리였다고 볼 수 있다.

씨티 경영진은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지리적인 범위로 유지돼온 영업 방향을 물리적 장소가 아닌 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씨티는 조직 개편으로 5개 계층의 관리 계층을 제거하고 이를 13개에서 8개 계층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5개 사업 부문 책임자는 CEO(최고경영자)인 제인 프레이저에게 직접 보고하게 될 전망이다.

씨티은행은 올 3월까지 조직 개편을 완료할 예정이다. 은행은 금요일 인력 감축이 동시에 완료되지 않고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대출 부서는 지난 12월 말까지 1000명 가량을 해고했다.

최고 재무책임자(CFO) 마크 메이슨은 "조직 단순화가 1분기 말까지 완료될 것"이라며 "이것은 인원수 감소를 촉진하는데 도움이 되는 기회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씨티그룹은 지난해 초 24만명이었던 전체 직원 수가 2025년이나 2026년에는 18만 명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구조조정 과정을 통해 일자리가 삭감된 것 외에도 은행은 멕시코 및 기타 지역의 소비자 금융 사업에서 계획된 철수를 통해 추가로 4만명의 직원을 해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의 4분기 비용 40억 달러 가운데는 미국 연방 예금보험공사의 특별 평가에 지불해야 했던 17억 달러가 포함됐다.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분기별 수익은 2022년 4분기보다 20%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애널리스트들의 예상보다 나은 수치다. 분기별 매출은 3% 감소한 174억 달러를 기록했다. 연간 수익은 전년비 38% 감소한 92억 달러를 기록했다.

투자은행 부문은 좋은 성과를 거뒀다. 수수료는 5분의 1 이상 인상된 약 10억 달러에 이르렀다. 2년여 만에 최고 실적이다. 이자율 상승으로 대출 수요가 위축되면서 기업 대출 수익은 26% 감소했다. 연말 시장 변동성 감소도 은행 거래자들에게 타격을 입혔다. 채권과 상품, 통화의 판매와 거래로 인한 수익은 25% 급감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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