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까봐야 안다"…대만 총통 후보 3인, 선거 전야 총력전
13일 대만 총통 선거 시작…1950만명 유권자 투표소로
(타이베이=뉴스1) 정윤영 기자 = 대만 총통 선거를 하루 앞두고 민진당·국민당·민중당 후보 3명이 막판 총력전을 펼치며 표심을 호소했다.
총통 선거 전야인 현지시간 12일 밤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는 신베이 반챠오 제2스타디움,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는 반차오 제1스타디움 그리고 민중당 커원저 후보는 타이베이 총통부 앞에서 각각 마지막 유세를 벌였다.
민진당은 집회 규모를 20만명으로 추산했고 국민당은 25만명, 민중당은 30만명이라고 집계했다. 세 후보의 유세에 대만 국민 총 75만 명이 참석한 셈이다.
이번 선거의 주요 현안은 양안 관계와 민생 문제로 축약된다. 국민들 대다수는 중국이 제기하는 위협을 인지하고 있지만, 어떤 후보가 국민들의 피부에 더 와닿는 경제 대책을 제시했는지가 이번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민진당 지지자들은 라이칭더의 마지막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일찌감치 행사장을 가득 채웠는데, 뒤늦게 스타디움에 도착한 이들은 행사장 밖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어 라이칭더의 연설을 시청했다.
라이칭더 후보는 연설에서 "내일 우리는 투표에서 함께 대만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모두가 일어나 투표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최종 승리를 거둘 것"이라면서 "전 세계는 대만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전 세계 65개국 이상에서 선거가 치러지는데, 우리는 대만만을 위한 승리가 아니라 세계 민주주의의 첫 번째 승리를 안겨줘야 한다. 대만의 미래를 염려하는 이들이 매우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마지막 1리(里)를 여러분들과 함께 걸어 우리가 바라는 목표에 도달하길 바란다"며 막판까지 표심을 호소했다.
라이칭더의 지원사격에 나선 차이잉원 총통 역시 "내일 세계의 키워드는 분명 '대만'이 될 것이다. 우리는 대만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고 계속해서 민주주의의 길을 따를 것임을 세계에 알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차이잉원 총통과 라이칭더 후보가 연설 도중 숨을 고를 때마다 지지자들은 '둥쏸'(凍蒜)을 연거푸 외치며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대만 현지에서 사용하는 민남어로 마늘을 뜻하는 둥쏸(凍蒜)은 당선(當選)과 발음이 같다.
민진당 집회에서 만난 44세 여성은 "대만의 안보 상황이 한국과 비슷하다. 한국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매일같이 겪고 있지 않는가. 심지어 한국은 북한과 선(38선) 하나를 놓고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는가"라며 "대만은 한번도 먼저 중국을 도발할적이 없는 반면 중국이 계속 대만 영공을 침범해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근래 중국의 무력 도발이 심각히 우려된다. 따라서 라이칭더와 민진당이 차이잉원 총통을 뒤이어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진영의 승리를 예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쉽게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는 "3개 정당 후보가 모두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이번 만큼은 어느 특정 후보가 우위를 점하고있지 않기 때문에 결과는 까봐야 알 것 같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20세 여대생은 "대만의 안보를 지키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 커원저와 라이칭더 중 누구를 선택해야할지 고민 중"이라면서 "두 후보의 공약을 제대로 살펴보고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라이칭더 집회에서 1.4km 떨어진 장소에서는 허우유이와 국민당의 집회가 열렸다. 허우유이는 국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전쟁' 또는 '평화'를 선택해야 한다면서 "라이칭더가 당선된다면 대만 해협은 전쟁의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이날 허우유이 지지자들은 대만 국기와 국민당 지지 푯말을 들어올리며 "전쟁이 아닌 평화", "나는 오직 허우우유이만을 지지한다", "하우(好·좋을 허)유이 총통을 주소서" 등 구호를 외쳤다.
국민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40대 남성은 "정의를 실천하는 것은 정말 사치다. 나는 국민들을 대표해 차이잉원과 라이칭더가 그동안 대만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선거 당일 민진당을 심판하겠다고 말했다.
커원저 선거 캠프는 이날 오후 4시부터 행사장이 개방된지 2시간30분 만에 1만8000석이 채워졌다고, 저녁 9시께 인파가 30만명을 돌파했다고 추산했다.
커원저는 연설에서 "국민들이 변화를 갈망하는동안 민진당과 국민당은 이념 논쟁만을 벌였다. 대만 사람들이 변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나는 국민들과 함께 이 나라를 되찾고 싶다. 공정하고 정의로우며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사회를 위해 민진당과 국민당을 물리치자. 나는 이 나라를 되찾을 준비가 됐다. 우리는 반드시 미래를 마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타이베이에서 꽃 사업을 한다는 28세 남성은 자신이 원래 민진당을 지지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커원저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커원저 후보는 썩어 문드러진 정치를 개혁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대만에는 부정부패가 만연하다. 차이잉원 정권은 청년들의 목소리를 청취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민진당으로부터 마음이 돌아서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커원저 후보는 사회적 문제를 세심하게 파악하고 구체적인 해결법을 제시할줄 안다. 예를들어 대만 청년들은 높은 집값 때문에 집을 도저히 살 수가 없다. 커원저가 당선이 안되더라도 투표를 통해 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내일 투표장에서 나는 커원저에 투표권을 행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지시간으로 13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실시되는 총통 선거는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다.
올해 유권자 수는 1954만명인데, 국민들이 지정학적 위기 고조 속 현 정부 체재를 이어갈지 혹은 8년간 집권한 민진당 정권을 심판할지 13일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될 예정이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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