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몸집 키운 역차별법 반복될까

양진원 기자 2024. 1. 13.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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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혁신 막는 '플랫폼법']②역차별 규제로 국내 사업자만 희생돼

[편집자주]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 추진에 정보통신업계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기업의 발목만 잡는 역차별이 발생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과거 판도라 TV 등 국내 동영상 플랫폼 기업이 저작권법 등의 규제를 받는 동안 해외 기업인 유튜브가 몸집을 키운 사례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플랫폼들도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결국 국내 기업들의 설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구글과 유튜브 로고. /사진=로이터
▶기사 게재 순서
①'플랫폼 규제' 본격 시동… IT 업계 우려 '고조'
② '유튜브' 몸집 키운 역차별법 반복될까
③中알리·테무 배만 불린다… 국내 기업 발목 잡는 플랫폼법
④플랫폼법, 혁신 생태계 살리고 독과점 막아야
정부가 추진 중인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가칭·플랫폼법)을 두고 국내 플랫폼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해당 법이 시행되면 국내 사업자들이 설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과거 규제에서 자유롭던 글로벌 플랫폼들이 빠르게 성장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외산 플랫폼들만 키워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유튜브, 규제 피해 사업 확장… 판도라TV의 몰락


플랫폼법이 본격화되면 국내 기업의 발목만 잡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 동영상 플랫폼들이 인기를 끌던 2010년대 여러 규제가 차례로 시행되면서 당시 1위 동영상업체 '판도라 TV'를 비롯한 국내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이 빠르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당시 서버를 해외에 둔 외국 기업 유튜브는 규제를 거부했음에도 제재받지 않았다. 결국 시장 판도가 뒤집혔다.

유튜브가 국내에 진출한 2008년 당시만 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시각이 많았다. 판도라TV, 엠엔캐스트, 엠군, 다음TV팟, 곰TV, 아프리카TV, 네이버 비디오 등 토종 서비스들이 확고한 입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6년 출범한 아프리카TV는 1인 방송 시대를 열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9년 4월 인터넷 실명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용자들이 국내 사이트를 사용할 때 실명 인증을 거치도록 한 것이다. 국내 업체와 달리 유튜브에선 ID를 만들 때 국가만 바꾸면 실명 인증 없이 동영상을 마음껏 볼 수 있었다. 수많은 이용자들이 유튜브로 옮긴 배경이다.

2009년 7월 말 시행된 저작권법 삼진아웃제(온라인상의 불법복제물 삭제와 반복적 게시자의 계정 정지 제도 등)는 국내 동영상 사이트에서의 이용자 이탈을 가속화 했다. 인터넷 실명제는 2012년 위헌 판결을 받았지만 떠난 이용자들은 돌아가지 않았다.

진출 초기 국내 동영상 시장점유율 2%에 불과하던 유튜브는 2013년 시장 점유율 74%를 기록하면서 동영상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 42%로 1위였던 판도라TV 점유율은 4%로 추락했다.

다른 국내 동영상 공유 플랫폼 역시 막대한 서버·회선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걸었다. 엠앤캐스트는 2009년 문을 닫았고 네이버도 2010년 동영상 서비스를 접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2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유튜브 이용률은 88.9%다. 최근에는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도 유튜브 전용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공중파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연예인이나 일반인들의 무대로 여겨졌던 유튜브는 스타급 연예인마저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플랫폼이 됐다.


음원, 검색까지 확장하는 유튜브… 제어 못 하면 소비자만 피해


/사진=로이터
유튜브는 동영상을 넘어 음원 시장까지 자리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음원 시장 최대 플랫폼 카카오의 멜론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국내 모바일 음원 시장에서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649만6035명으로 멜론(623만8334명)보다 많았다.

음원 애플리케이션(앱) '유튜브 뮤직'은 음악 저작권료 규정을 회피하며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8년 음원 저작권료 징수 규정을 변경해 음원 창작자의 수익배분률을 상향조정한 것이 계기가 됐다.

국내 음원서비스업체들의 저작권료 부담은 늘었지만 유튜브 뮤직은 음악 전문 서비스가 아니라는 정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저작권료 추가 지급 의무를 지지 않는다. 역차별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 속에 유튜브 뮤직 점유율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숏폼, 검색, 커머스 등 영역에서도 한국 플랫폼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 동영상 플랫폼을 장악한 유튜브는 배짱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광고 없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요금제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을 월1만450원에서 월1만4900원으로 약 43% 인상했다.

경제 상황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해외 다른 국가들과 달리 유독 한국서만 한번에 40% 넘는 인상률을 책정한 것은 과도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이 기습 인상되면서 한국보다 저렴한 인도, 튀르키예 등 해외 계정을 개설하는 웃지 못할 일도 만연하다.

유튜브에서 양산되는 허위 정보·혐오물 방송 등 콘텐츠들도 규제 사각지대다. 가짜 뉴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시정 요구가 빗발치지만 아직 유의미한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섣부른 규제로 이러한 구조가 고착화 되면 앞으로 유튜브의 이 같은 횡포는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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