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굴러가는 '부동산 PF'…고금리에 태영건설 멈췄다

김남이 기자 2024. 1. 1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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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속으로]태영건설, PF채권 발행 금리 2년 사이 2.3%→13.8%…국내 부동산PF 구조적 문제도
빨간불 켜진 태영건설 /사진=임한별(머니S)

건설업계 16위 태영건설의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 배경에는 빚에 의존하는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가 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는 다른 PF 사업장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PF 대출 보증채무 규모는 4조6332억원으로 이중 절반이 넘는 2조5259억원이 높은 우발채무의 위험을 갖고 있다. 브릿지론과 본PF 중 분양률 75% 미만인 보증채무가 각각 1조2193억원, 1조3066억원을 차지한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직접적인 이유는 PF우발채무의 대지급 부담을 이겨내지 못해서다. 태영건설은 자체 시행사업을 확대하면서 여러 PF사업장에 신용보강(보증)을 했는데, 사업장이 제대로 빚을 갚지 못하자 이를 대신 갚아줘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PF사업장은 대출채권, 수익증권, 부동산 등을 기초자산으로 PF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저금리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사업성 악화 등으로 발행금리가 크게 뛰었다.

태영건설의 PF유동화채권 발행 금리는 지난해 말 13.8%에 달한다. 2021년말(2.3%)과 비교해 1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태영건설이 높은 이자 탓에 채권발행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결국 만기가 돌아오는 PF 보증을 감당하지 못하고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이다. 윤세영 태영 창업회장도 지난 9일 "태영건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욕심이 과했던 탓이 크고, PF 대출의 롤오버(차환)가 안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과 시장 상황이 안 좋다 보니 단기자금으로 사실상 돌려막기를 한 것"이라며 "계속해서 금리가 오르자 돈을 빌리지 못하고 결국 다른 채무를 갚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부동산 PF 구조적 문제
금융권에서는 빚 의존도가 높은 국내 PF사업장이 가진 구조적 문제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금융연구원의 '우리나라 부동산 PF 구조의 문제점과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 아파트사업은 시행사가 총사업자금의 10% 정도를 출자하고, 토지매입에 필요한 금액의 70%에서 90% 이상은 브릿지론을 통해 조달한다.

은행권은 인허가·착공 전으로 사업성 불확실한 브릿지론에 참여하지 않는다. 이에 시행사는 2금융권에서 브릿지론을 조달하는데 그만큼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최근 고금리와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사업 진행이 늦어지면서 '짧은 다리(bridge)' 역할을 해야 하는 브릿지론에서 공회전하는 사업장이 늘었고, 금융부담이 커졌다.

인허가를 받고 착공 단계에 들어가도 본PF를 통해 돈을 빌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본PF가 건설자금뿐만 아니라 브릿지론 상환재원으로도 쓰인다. 이로 인해 본PF 단계에서 자금조달 부담이 크다. 수분양자의 계약금과 중도금대출도 사업비에서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분양률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또 대출기관은 수분양자에게 밀려 온전한 담보권 행사가 어려워 시공사에 신용보강을 요구한다.

미국의 경우 사업 시작 단계에서 총사업비의 20~30%를 초기 사업비로 마련한다. 토지매입을 위한 담보대출의 LTV(담보인정비율)는 40~50% 정도 수준이다. 국내 중소형 증권사의 토지담보대출 LTV가 평균 93.4%인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네덜란드와 일본도 시행사와 투자자 총사업비의 30% 이상을 부담한다. 그만큼 대출의존도가 낮다.

건설단계에서도 미국은 투자자들로부터 추가자금을 확보해 대출금을 모두 상환하고, 토지담보 등을 해제한 후에 건설자금만 조달한다. 또 수분양자의 자금을 사업비로 크게 활용하지 않아 대출기관이 토지와 건물에 담보권을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다. 다만 나라별로 부동산개발 환경의 차이가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이보미 연구위원은 "한국 부동산 PF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행사의 자본요건을 강화하고,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파트너십 구조를 유도해 부동산개발의 초기자본을 확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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