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냐 친중이냐…오늘 미중 대리전 '대만 총통 선거'에 전세계 촉각

정윤영 기자 2024. 1. 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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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미·독립' 민진당 라이칭더 vs '친중' 국민당 허우유이 vs '중도' 민중당 커원저 3파전
13일 오전 8시부터 4시까지 선거…밤 중 윤곽 나올듯
대만 총통 선거를 하루 앞둔 12일(현지시간) 국민당 허우유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2024.01.12.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타이베이=뉴스1) 정윤영 기자 = 8년만의 정권 교체일까, 민진당의 12년간의 장기 집권일까. 2300만 인구의 운명을 결정할 대만의 총통 선거가 13일 시작된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한국시간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실시되는 총통 선거는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데, 대만 유권자 1950만명은 4년간 국가를 이끌 총통을 결정하기 위해 일제히 투표소로 향할 예정이다. 이번 선거를 위해 대만 전역에는 1만8000여개의 투표소가 설치됐으며, 선거 결과는 밤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선거는 양안(중국-대만) 관계에 있어 '현상 유지'를 추구하는 민진당의 라이칭더, 중국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하는 국민당 허우유이 그리고 양안관계를 개선하길 원하는 민중당 커원저 후보간 치열한 3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숙원이 '대만 통일'인 점을 감안하면 대만의 정치 지형 변화 혹은 미국과의 갈등 심화에 따라 중국은 향후 무력 사용 옵션도 선택할 수 있다. 대만의 외교 정책이 결정되는 총통 선거에 전세계가 관심을 보이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 전 발표된 지지율을 살펴보면 민진당이 소폭으로 리드했지만, 후보자들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에 있고, 중국의 선거 개입과 재외국민의 귀향 투표 등 변수도 존재해 승부는 예측불허 영역에 있다.

대만 총통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구도가 전개되고 있다. 13일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 제1야당 중국국민당(국민당) 허우유이 후보, 제2야당 대만민중당(민중당) 커원저 후보 간 3파전 구도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집권 민진당 승리시...양안 관계 격랑 속으로

중국과 '현상 유지'를 추구하는 라이칭더는 차이잉원 현 총통의 친미 정책을 계승하고, 경제 교류는 유지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제안한 인물.

만일 라이칭더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그는 대만 역사상 최초의 의사 출신 총통이 된다.

또 1996년 총통 선거 이후 대만에서는 특정 정당이 8년 이상 정권을 이어간 사례가 없었는데, 라이칭더가 선출될 경우 민진당은 전례 없는 3연임 기록을 세우게 된다. 대만 총통 임기는 4년제이며 중임이 가능하다.

대만 국민들이 정권 유지를 선택할 경우 양안 해협에선 무력 충돌 위험이 고조될 우려가 커진다.

중국은 대만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양안 통일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해왔지만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대만에 대한 군사적·경제적 압박을 강화해 왔다.

중국의 숙원이 '대만 통일'인 만큼 대만의 정치 지형 변화 혹은 미국과의 갈등 심화에 따라 중국의 계산은 달라질 수 있다. 대만의 외교 정책이 결정되는 총통 선거에 전세계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만 문제를 담당하는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이번 총통 선거를 앞두고 라이칭더를 콕 집어 민진당 정권 유지시 대만에 전쟁 위험이 고조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 제1야당 국민당 승리시 中 '관계 개선' 급물살

허우유이는 양안 관계의 안정과 중국과의 경제 협력 등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인물로, 양안(중국-대만) 전략에 있어 억제(Deterrence), 대화(Dialogue), 긴장 완화(De-escalation) 등 '3D' 공약을 홍보해왔다.

그가 선거에서 승자로 거듭날 경우 대만은 역사상 최초로 경찰 출신 총통을 선출하게 된다.

아울러 대만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모든 총통은 국립타이완대학에서의 학위를 보유하고 있는데, 허우유이는 사상 처음으로 국립타이완대학 출신이 아닌 총통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허우유이는 대만 중앙경찰관학교에서 형사경찰학을 졸업했다.

국민당이 정권 교체를 이뤄내면 대만 해협의 긴장이 완화되고 차이잉원 정부 하에서 감소했던 양안간 무역, 관광, 문화 교류를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허우유이는 유세에서 양안서비스무역협정(CSSTA) 재개하자고 제안한 바 있는데, 국민당 정권 시절인 2013년 대만이 중국과 체결한 CSSTA는 중국·대만 간 금융·의료·관광·문화·통신 등 서비스산업 시장을 상호 개방하는 협정이다.

다만 이 협정은 대만 경제가 중국에 의존도를 높여 예속되는 위험을 높인다는 비판을 받는다.

국민당의 허우유이 대만 총통 후보가 4일(현지시간) 대만 지롱에서 선거운동 중 연설하고 있다. 2024.01.04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대만 총통 선거를 3일 앞둔 10일 밤,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 후보가 지룽에서 열린 유세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1.10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 제2야당 민중당 승리시 최초 제3 정당 집권

'양안일가친'(兩岸一家親·양안은 한 가족)을 호소하며 양안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커원저는 이념 대립이 아닌 국내 현안에 집중할 것을 외친 인물이다. 그는 대만에 새로운 미래를 제시해줄 것이란 기대감 속 젊은층의 지지를 가장 맣이 받는 인물로 알려졌다.

커원저가 총통에 선출될 경우 그 역시 라이칭더와 마찬가지로 대만 역사상 최초의 의사 출신 총통 기록을 세우게 된다. 특히 커원저가 당선될 경우 그는 대만 역사상 처음으로 민진당 또는 국민당이 아닌 제3 정당에서 총통이 탄생하게 된다.

커원저는 자신이 총통에 오를 경우 기본적 외교 노선은 차이잉원 총통을 따를 것이지만, 양안 관계에 있어서는 더 우호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어필해왔다. 이를 위해 그는 중국과 '서로 알고, 이해하고, 양해하고, 존중하고, 협력하자'는 '5대 상호' 원칙을 공약한 바 있다.

인구 2300만명에 민주주의 국가인 대만은 자국을 "중국의 양도 불가능한 일부"로 보고 있는 공산주의 국가 중국과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는데, 이 해협은 폭 180㎞에 불과하다. 중국이 대만에 대해 고압적인 태도를 점차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선거의 승자는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대만의 대외 정책을 이끌기 때문에 이번 대만 총통 선거는 전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미중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대만은 미국에는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과 같은 존재다. 그만큼 중국 견제에서 안보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중국이 대만에서 존재감을 크게 키우거나 점령하게 된다는 것은 미국의 핵심인 인도태평양 전략이 힘을 잃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중국에는 남중국해, 동중국해를 발판으로 태평양까지 힘을 뻗치려는 데 있어서 전략적인 요충지다.

또한 대만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TSMC의 주요 공장들이 있다. 이 때문에 대만은 첨단 반도체의 90% 이상을 생산하는데 그 반도체는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종류의 전자기기에 들어간다.

대만 총통 선거를 이틀 앞둔 11일(현지시간) 밤, 타이베이 대만총독부 건물 앞 카이다거란 대도에서 열린 대만 집권 민진당 소속 라이칭더 총통 후보의 유세에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2024.01.11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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