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으로 수준 높여야 한다” 아본단자 감독·김연경 한 목소리, V-리그 국내선수들은 왜 동기부여가 부족할까
[OSEN=인천, 길준영 기자]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V-리그가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시스템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흥국생명은 지난 12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4라운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7, 25-23, 25-13, 25-21)로 승리하며 3연승을 질주했다.
시즌 초반 리그 선두를 달렸던 흥국생명은 점차 페이스가 떨어지며 지금은 현대건설(17승 5패 승점 52점)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3연승으로 다시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18승 5패 승점 50점으로 현대건설을 승점 2점차까지 추격하는데 성공했다.
흥국생명은 최근 경기 초반에 부진하다가 경기 후반 집중력을 회복하며 힙겹게 승리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아본단자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인터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집중력이 흔들리는 부분이다. 랠리 중, 세트 중, 경기 중에 너무 기복이 있다. 기본적으로 멘탈에서 텐션이 다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선수들도 이기면 당연히 좋아한다”라고 말한 아본단자 감독은 “그렇지만 한 경기를 진다고 정말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해외리그는 경기를 계속 지다보면 2부리그로 내려갈 수 있고 그런 위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다. 그런데 한국선수들은 그런 스트레스는 덜한 것 같다. 패배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텐션이 유지가 되고 경기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은 선수들이 조금 배웠으면 좋겠다”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텐션이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라고 말한 아본단자 감독은 “관리가 되고 컨트롤 할 수 있다면 충분히 경기를 준비하는데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다. 당연히 모든 사람들은 이기고 싶어한다. 하지만 단순히 ‘경기에 나가서 승리한다’가 아니라 이기기 위해 준비를 하고 시작하는 단계부터 본다면 그런 부분이 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사실 시스템적으로 선수들이 그런 텐션을 유지할 수 없는 환경인 것 같기도 하다”라며 선수들의 마음가짐과 시스템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V-리그의 시스템에 대해 “선수들이 FA 자격을 얻는 것이 6년으로 알고 있는데 더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년 재계약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외국인선수도 일본과 한국이 가장 적은 리그로 알고 있다. 다른 해외리그들은 3~4명 정도의 외국인선수를 기용한다. 외국인선수와 FA를 확대해 선수들의 경쟁 강도를 높여야 한다. 그래서 선수 개인이 멘탈, 피지컬, 기술적인 측면에서 모두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포츠 뿐만 아니라 교육 등 어떤 분야를 보더라도 경쟁이 있어야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고 배울 수 있다. 경쟁을 통해 수준을 높여야 한다.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한국배구는 최근 국제대회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9월 개최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자배구는 7위, 여자배구는 5위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남자배구가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에 실패한 것은 1962년 이후 61년 만이다. 여자배구는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V-리그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팬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V-리그는 올 시즌부터 아시아쿼터 외국인선수 제도를 도입하며 팀당 외국인선수 제한을 2명으로 늘렸다.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은 지난해 11월 인터뷰에서 외국인선수 확대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오면서 리그 수준이 확실히 올라왔다”라고 말한 김연경은 “매 경기가 힘든 것 같다. 아시아쿼터를 포함해 외국인선수가 2명 정도는 있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시합을 진짜로 뛰어야 할 선수가 뛰어야 한다. 외국인선수가 1명밖에 없으면 나머지 한 자리는 국내선수가 뛰게 될텐데 그 선수가 뛰는 것이 맞는지를 생각해 봐야한다”라고 말했다.
김연경은 “경쟁을 통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국가대표팀을 보면 각 팀에서 주전으로 뛰는 3~4명 정도가 가게 된다. 결국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의 기량이 올라가야 대표팀의 경쟁력도 올라갈 수 있다. 리그 수준을 생각하면 외국인선수들이 많이 들어오는 것이 좋다. 그래야 진짜 경기를 뛸 자격이 있는 선수만 뛸 수 있게 된다. 선수들도 그만큼 긴장을 하고 경쟁을 해야한다”라고 설명했다.
김연경은 “잘하는 선수가 시합을 뛴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고 기록으로도 나오게 된다. 선수들도 모두 인정을 하는 부분이다. 국내선수들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경쟁을 해야한다. 우리 팀도 아시아쿼터 선수가 국내선수와 같이 경쟁을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아본단자 감독, 김연경 등 사령탑과 슈퍼스타가 V-리그 발전을 위한 의견을 내놓은 가운데 한국배구의 경쟁력이 좋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fpdlsl7255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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