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2.0] “한정 포토카드, 없어서 못 팔아”… 팬덤 산업 8兆 규모로
하이브, 공연 도시 전체를 아티스트로 물들여
위버스·버블서 일상 ‘덕질’, 매출 기여도 ‘쑥’
웹툰·게임·K팝·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가 한류 재도약을 이끌고 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K-콘텐츠가 전 세계 문화와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팬덤 비즈니스 등 새로운 산업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K-콘텐츠의 인기 비결과 산업 전망, 시장 공략 전략 등을 살펴본다.[편집자주]
지난 3일, 데뷔 20주년을 맞은 동방신기 콘서트 기념 특별 전시회 ‘TVXQ! EXHIBITION’이 열린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몰. 1000㎡(약 300평) 규모의 특별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니 암호 같은 숫자 현수막들이 줄줄이 걸려 있었다. 멤버 생일이나 첫 정규 1집 발매일 등 카시오페아(동방신기 팬클럽)라면 알아차릴 수 있는 숫자들이다.
안쪽에서 팬들을 처음 맞은 건 과거 미공개 영상을 비디오 아트처럼 꾸며낸 공간이다. 리더 유노윤호가 좋아하는 슬램덩크 만화책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인 최강창민의 맨유 유니폼 등 멤버들의 소장품을 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팬들은 멤버들이 보관하고 있던 오랜 팬레터, 손으로 고친 가사지 등을 연신 촬영했다.
간이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공간도 인기가 좋았다. 앉을 자리까지 마련된 이곳에서 팬들은 동방신기의 미공개 콘서트 영상을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여운이 가시지 않았을 팬을 위해 멤버와 사진 찍을 수 있는 공간부터 각종 한정 굿즈(goods·아이돌 관련 상품)를 구입할 수 있는 공간이 이어진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관계자는 “20년 전 멤버 사진과 비슷한 포즈의 최근 사진을 각도에 따라 달리 볼 수 있는 렌티큘러 포토카드는 없어서 못 팔 정도”라며 “동방신기 콘서트(2023년 12월 30~31일) 기간을 포함해 15일간 열린 특별전시회를 찾은 팬들이 5000여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위해 적극적으로 지갑을 여는 이른바 ‘코어 팬덤(Core Fandom)’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한번에 수십장의 음반을 사고, 함께 돈을 모아 수천만원짜리 생일 축하 광고나 수억원이 드는 비행기 래핑도 한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하이브, SM, JYP(JYP Ent.), YG(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 K팝 4대 엔터테인먼트사의 코어 팬덤 규모는 약 342만명으로 추정된다. 하이브가 160만명으로 가장 많고, SM(76만명), JYP(64만명), YG(42만명)가 그 뒤를 잇는다. 돈을 쓰는 코어 팬덤이 많을수록 엔터사 매출도 증가하는 구조다. 이를 기반으로 한 전체 팬덤 산업의 규모는 약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을 배출한 하이브는 지난 4년간 전 세계 19개국, 39개 도시에서 71개 팝업스토어(한시 매장)를 운영했다.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등에서 하이브 팝업스토어를 찾은 누적 방문객 수는 174만명에 달한다.
하이브는 아티스트 공연이 열리는 지역 기업 등과 손잡고 관련 제품, 이벤트를 대거 선보이며 판을 키우고 있다. 세븐틴 이미지를 래핑한 전철을 운영하고 역사 내부와 승차권에 세븐틴 초상을 넣어 ‘인증 명소’로 만드는 것이다. 공연을 찾은 팬들은 좋아하는 아티스트 지하철을 보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현지 식당에선 세븐틴 세트를 주문하면 특전으로 포토 스티커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 모델은 엔터사뿐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활기를 줘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코어 팬들이 일상에서 ‘덕질(연예인을 좋아하는 행위)’ 할 수 있는 플랫폼도 덩치를 키우고 있다. 하이브 자회사 위버스컴퍼니가 운영하는 위버스는 아티스트와 팬 간 커뮤니티(소통) 기능을 넘어 ‘팬덤 슈퍼 앱’으로 발전하고 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콘텐츠나 콘서트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을 즐길 수 있고 아티스트의 공식 상품·앨범도 살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위버스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수는 1억1300만건으로 가입자의 90% 이상은 해외 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기준 입점 아티스트는 46팀이다.
SM의 손자회사 디어유가 운영 중인 팬덤 플랫폼 ‘버블’은 팬과 아티스트가 1대1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서비스에 집중해 인기몰이 중이다. 114개 소속사, 254개 팀 아티스트가 입점(2023년 9월 말 기준)해 있으며, 월 4500원을 내는 팬은 230만명으로 늘었다. 디어유는 올해 일본 최대 팬 플랫폼 엠업홀딩스와 설립한 합작법인(JV)을 기반으로 현지 시장으로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아티스트와 콘텐츠의 주요 소비자로 부상한 핵심 팬층이 두터워지면서 주요 엔터사 매출에서 굿즈나 팬클럽 등 파생 사업의 기여도가 커지고 있다. 하이브는 위버스 등에 힘입어 관련 매출 비중이 2018년 31%에서 2022년 45%로 확대됐다. SM은 이런 2차 사업 비중을 2025년까지 4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류승희 삼정KPMG 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강력한 팬덤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면 그 안에서 콘텐츠가 확대 재생산되고 이러한 활동 자체가 놀이문화로 자리 잡으며 커뮤니티에 대한 신규 유입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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