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M2024] 올해 바이오 투자 포인트는 ‘항체약물·비만치료제·바이오시밀러’

샌프란시스코(미국)=허지윤 기자 2024. 1.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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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시총 1경원 규모 기업들 집결
삼바·셀트리온·유한·SK바이오팜 출동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헬스케어 투자 행사 '제 42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8일부터 11일까지 (현지 시각) 열렸다. 사진은 8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오른쪽)와 마이크 가이토 JP모건 글로벌헬스케어 투자금융 총괄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해당 기조 연설은 외부 비공개 전제로 진행됐다. JP모건은 그동안 언론 매체의 내부 촬영 보도를 철저히 금지해 왔는데, 올해 이례적으로 개막 첫날 현장 사진을 초청 언론 매체에 제공했다. /JP모건

이달 8일부터 11일까지(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코로나19 이후 경기 침체와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얼어붙었던 헬스케어 투자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켤 것이란 기대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JP모건에 따르면 올해 공식 발표 무대에 전 세계에서 614개 기업이 참여했다. 발표 무대에 오른 기업들의 전체 시가총액을 합치면 8조2000억달러(약 1경원)에 이른다. 올해 행사에서 진행된 일대일 비즈니스 미팅은 3만2000건에 이르고 이 중 1만3230건의 계약이 성사된 것으로 집계된다. 행사장인 웨스틴 세인트 프랜시스 호텔을 비롯해 주변 호텔들이 제약·바이오 산업 관계자와 투자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올해 행사에 국내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이 메인 트랙 발표 무대에 올랐다. SK바이오팜, 롯데바이오로직스, 카카오헬스케어, 유한양행은 아시아 태평양 세션(APAC)에 발표자로 공식 초청됐다. 올해 제약·바이오 투자 시장 주요 키워드를 정리했다.

ⓛ ADC·GLP-1 열풍 이어진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들은 올해 행사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가장 많이 거론한 연구개발(R&D) 트렌드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당뇨·비만 치료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이다. 바이오 업계 수많은 큰 손들이 ADC와 GLP-1으로 몰리고 있다는 의미다.

ADC는 항체에 약물을 붙여 몸 속에 넣어 치료 부위에만 정확히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일반 화학 항암제는 혈관을 타고 흐르면서 암세포뿐 아니라 건강한 세포까지 파괴해서 부작용이 심했다. 반면 ADC는 암세포 표면 항원과 결합하는 항체(유도장치)에 독성항암제(폭탄)를 붙여 투입한다.

올해 메인 트랙 발표 무대에 섰던 거의 모든 제약 바이오 기업들은 이 ADC 기술을 언급했다. 머크(MSD)와 길리어드, 애브비, 아스트라제네카, 노바티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은 포트폴리오를 공개하며 새로 선택한 분야로 ADC를 지목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부터 ADC 기술의 선점을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연내 인천 송도에 짓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의약품 공장을 완공한다”며 “ADC기술을 확보해 위탁개발부터 생산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라르스 프루에르고르 예르겐센 노보노디스크 최고경영자. 그는 회사가 최대 호황을 맞은 올해에도 주력 제품인 당뇨병과 비만, 심혈관 치료제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

살 빼는 약 열풍을 몰고 온 GLP-1 계열 당뇨·비만 치료제 개발 열풍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JP모건리서치는 올해 기조연설 주제로 ‘GLP-1′을 제시하고 “GLP-1 시장이 2030년까지 1000억달러(약 131조5000억원)를 초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GLP-1은 위·소장에서 음식을 먹으면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유사한 형태의 당뇨병 치료제는 지난 2005년 시장에 처음 출시됐다. 그뒤 비만에 대한 치료 효과도 확인되며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최근에는 미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약물 부족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현재 비만 치료 시장은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일리가 독점하고 있다. 비만 치료 판도를 바꾼 위고비와 오젬픽을 개발한 주역 덴마크 기업 노보노디스크는 이번 메인트랙 행사장에 참가한 글로벌 투자자와 기업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글로벌 투자자들로 만석이었고 발표장 입구 쪽에 서서 듣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라스 푸르어가르드 예르겐센 노보노디스크 CEO는 “올해 미국에서 위고비 물량을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노보노디스크 약을 쓰는 환자 4000만명을 확보하는 데 100년이 걸렸지만 이제 매년 환자가 400만명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대형제약사 일라이릴리의 발표도 제약사들의 주목을 받았다. 노보노디스크는 비만신약 잽바운드로 노보노디스크와 경쟁하고 있다. 데이비드 릭스 일라이릴리 CEO는 “3중 작용제인 리타트루타이드는 25% 넘는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다”며 “먹는 비만약과 함께 여섯 개의 추가 비만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JP모건리서치는 “GLP-1 시장의 잠재 수익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새로운 생명공학 기업은 의약품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며 “GLP-1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봤다.

②살아나는 ‘M&A’ 불씨

마이크 가이토(Mike Gaito) JP모건 글로벌헬스케어 투자금융 총괄은 이번 행사 개막식에서 올해 제약·바이오 헬스케어 부문의 인수합병(M&A)이 활기를 띌 것으로 전망했다. 암 뿐만 아니라 당뇨병과 비만, 자가면역질환과 중추신경계(CNS)질환에 대한 투자 열기가 M&A 활동을 더욱 촉진시킬 것이라고 봤다.

실제 첫날에만 헬스케어 기업에서 총 64억달러(약 8조4236억원) 이상의 M&A 거래 소식이 발표됐다. 머크는 소세포폐암과 신경내분비종양을 타깃으로 한 치료후보물질 ‘HPN328′을 보유한 하푼 테라퓨틱스(Harpoon Therapeutics)를 6억8000만달러(약 8954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보스턴사이언티픽(Boston Scientific)은 요실금·대변실금의 신경자극치료 의료기기 회사인 악소닉스(Axonics)를 37억달러(4조 8673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존슨앤드존슨(J&J)은 ADC기술을 보유한 앰브릭스 바이오파마(Ambrx Biopharma)를 20억달러(2조6302억원)에 사들인다고 했다.

특히 블록버스터 신약의 특허 만료를 앞둔 글로벌 대형제약사들은 특허만료에 따른 매출 감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M&A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약 170개 의약품이 특허권 만료를 앞두고 있다. 연간 매출 4000억달러(약 525조64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블록버스터 항암제 키트루다를 보유한 머크는 이번 딜에 대해 “종양학 파이프라인을 계속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③ 존재감 커진 ‘바이오시밀러’

올해 11월 5일에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불안감도 감지됐다. ‘의약품 인하’는 대선을 앞두고 부각되는 단골 이슈다. 미국이 시행 중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영향에 따른 이익 감소와 신약 개발에 대한 악영향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환경이 오히려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시장의 성장을 촉진시키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은 IRA에 따라 미국 공공의료보험기관(CMS)에 특정 처방의약품의 약가 협상권을 부여하고, 바이오시밀러 처방 이후 환급받는 인센티브를 인상하며 시장 확대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이 9일과 10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메인트랙 발표 무대에 올랐다. 사진은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사업부 총괄 대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각 사 제공

한국 기업의 바이오시밀러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성장 기회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미국인 투자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메인트랙 발표 현장에서 “론자와 우시 같은 글로벌 위탁생산(CMO)기업들의 실적 부진 속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이 계속 성장을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브래드웨이 암젠 대표는 이번 메인트랙 기업 발표 무대에 올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크기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바이오 기술과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향후 성장 가능성을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코다니 시그나 CEO는 “미국 시장에 전문의약품 중 약 7%가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몇 년 동안 3.5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코다니 CEO는 “이는 의약품의 좀 더 저렴한 가격을 창출할 수 있는 엄청난 사회적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2023년이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전환기였다면 올해부터는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출시가 증가하면서 실질적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바이오시밀러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며 “경쟁을 환영한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쟁으로 우리가 약값을 낮추자. 그래서 돈이 없어서 의약품 치료 혜택을 받지 못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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