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폭발사고 이어지는데 안전점검 이행률은 21% 그쳐… “검사 늘려야”

세종=이신혜 기자 2024. 1.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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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등 소규모 시설, LPG 공급자 점검 위주로 ‘사각지대’ 여전
2021년 한시 진행한 안전지킴이 점검서, 공급자 안전점검 이행률 21%에 그쳐
가스안전공사, 공급자의 소규모시설 안전점검 유무 ‘랜덤’ 확인
가스안전공사 측 “인력 부족으로 전체 점검은 어려워”
그래픽=손민균

지난해 12월 24일 대전 식당 액화석유가스(LPG) 폭발화재부터 올해 첫날 평창 LPG 충전소 폭발화재까지 LPG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식당·학교 등 소규모 시설의 안전점검 의무는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아닌 LPG 공급자(판매 사업자)에게만 있어, 사실상 ‘안전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PG는 석유 성분 중 끓는점이 낮은 탄화수소를 주성분으로 가스를 상온에서 가압하여 액화한 것으로, 가스를 소형 압력용기에 충전한다. LPG는 운송과 저장이 간편해 가정용 취사와 난방용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가연성이 높은데다 공기보다 무거운 특징때문에 야외 저지대나 저층에 잘 모인다. 폭발할 시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13일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스 사고 수는 92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1년(78건), 2022년(73건)에 비해 늘어난 수치다. 가스 사고로 인한 사상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2021년 사상자는 65명(사망 3·부상 62)에서 2022년 79명(사망 8·부상 71), 지난해 83명(사망 8·부상 75)으로 계속해서 늘고 있다.

특히 3년간 발생 사고 건수(243건) 중 절반에 가까운 113건이 LPG로 인한 사고였다. 사용처별 LPG 사고 건수를 살펴보면 지난해 식품접객업소에서 발생한 LPG 사고는 10건으로, 2022년(4건) 대비 두 배 이상이 됐다. 이어 같은 기간 공장에서 발생한 LPG 사고는 3건에서 6건으로 늘고, 주택에서 발생한 LPG 사고는 14건에서 15건 이상으로 잠정 집계됐다.

새해 첫날 강원 평창의 작은 산골 마을을 초토화한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 폭발 사고 당시 LP가스가 '콸콸' 새는 모습.(가스폭발 피해 대책위원회 제공). /연합뉴스

LPG 사고가 늘고 있지만, 소규모 시설은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정기 검사 시설에서 제외돼 있어 사각지대에 놓인 상태다. 더구나 지난해 7월부터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인해 저장용량 250kg 미만 사용시설(식당·학교 등)의 경우 정기 검사 시설에서 제외됐다.

LPG 저장용량 250kg 이상 시설의 경우 가스공사 차원에서 1년에 한 번 정기검사를 진행하지만, 나머지 소규모 시설의 경우 가스공사가 LPG 공급자의 소규모 시설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사업자당 LPG를 공급한 5개 시설을 방문해 확인하는 데 그친다.

산업부 관계자는 “250kg 미만 시설의 경우 LPG 공급자가 이미 안전 점검을 하고 있으므로 중복 점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 시행규칙이 개정됐다”며 “가스안전공사에서 공급자들이 안전 점검을 잘하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LPG 공급자들의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 2021년 한국가스안전공사가 한시적으로 ‘안전지킴이 사업’을 진행하며 경북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LPG공급자의 의무적 안전점검 이행률을 조사한 결과, 5900여 개 시설 중 1200여 개 시설에서만 공급자 안전점검이 이루어졌다. 주택과 식당 등에서 공급자가 안전점검을 한 이행률은 21%에 그쳤다.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이하 액화석유가스법) 제30조에 따라 LPG공급자(판매사업자)가 6개월에 한 번씩 수요자의 시설에 대해 안전점검을 시행하고, 수요자에게 사고 예방 사항을 전달하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낼 수 있다. 그러나 가스안전공사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공급자의 안전점검 미이행을 통보해도, 지자체에서 ‘봐주기’ 관행으로 인해 벌금을 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공사 관계자는 말했다.

가스안전공사 측은 인력이 부족해 공급자 중심의 소규모시설 안전점검 실태를 전반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사 측에 따르면 전국에 LPG 사업자가 운영하는 공급소는 약 4500개다. 그리고 이 공급소들이 각각 많게는 수천 개, 적게는 수백 개 정도의 시설에 LPG를 공급하고 있다.

이에 한국가스안전공사는 200명 규모로 운영하는 LP가스 검사·평가팀 인력이 매일 소규모 시설에 방문해 LPG 공급자가 안전점검을 이행했는지 물어보며 확인하지만, 모든 LPG 사용 시설을 점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전수조사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LPG 점검에 투입될 수 있는 공사 인원은 한계가 있다”면서 “그래서 무작위로 5개 시설을 뽑아서 확인하는 샘플링 확인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당장 전수조사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LPG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공급자 중심의 안전 점검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검사 주기를 짧게 하거나 샘플링 대상을 늘려 위험시설을 점검해야 한다”며 “해외의 경우 LPG 사업자들이 교육받는 것도 (고객에게) 공개하는 부분을 참고할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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