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축구 '64년 恨' 풀까, '황금세대' 출격하는 아시안컵 온다[스한 위클리]

김성수 기자 2024. 1.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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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1960년 우승 이후 무려 64년간 아시아 정상 자리를 탈환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축구. 이번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은 그 한을 푸는 장이 될까.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 부임 후 가장 중요한 대회가 13일(이하 한국시간) 막을 열었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AFPBBNews = News1

▶'차범근-박지성'도 못한 우승, 그렇게 흐른 '64년'

한국은 초대 1956년 대회와 2회 1960년 대회에서 연속 우승한 이후 64년간 단 한 번도 아시안컵 정상에 서지 못했다.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면서도 아시안컵에서는 늘 약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거론되는 차범근과 박지성의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차범근은 26세(1979년)부터 독일에서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했고 이후 30세(1983년)까지 프랑크푸르트에서 뛰며 당시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 선수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정작 차범근의 아시안컵은 전성기 전 19세에 맞이한 1972년 대회가 유일하다. 당시 한국은 결승에서 이란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후 차범근의 독일 활동과 아시안컵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던 당시 국가대표 정책이 맞물리며 '차붐'의 아시안컵 활약을 더는 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승을 기대하기는 더욱 힘들었다.

박지성은 19세에 2000년 대회(3위), 23세에 2004년 대회(8강), 30세에 2011년 대회(3위)를 경험했다. 하지만 정작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며 최전성기를 누리던 27세의 2007년에는 아시안컵 대표팀에 함께하지 못했다. 박지성이 무릎 수술을 받아 목발을 짚고 있던 상황이기 때문. 당시 아시안컵은 7월에 열렸는데, 지금처럼 1월에 열렸다면 참가가 가능했을 것이다.

전성기의 박지성이 뛰지 못한 한국은 2007년 대회 당시 4강에서 '복병' 이라크에 승부차기 끝에 패해 우승을 내주고 3위에 머물렀다. 이후 차범근-박지성의 '한국축구 에이스' 계보를 이은 손흥민도 2011년 3위, 2015년 준우승, 2019년 8강의 성적을 거두며 아시안컵 우승에 닿지 못했다.

왼쪽부터 차범근, 손흥민, 박지성. ⓒ스포츠코리아

▶'손-황-김-이' 역대급 황금세대, '64년 무관의 한' 풀까

이번 아시안컵 대표팀은 역대급으로 화려한 명단을 자랑한다. 우선 스페인 라리가와 함께 세계 양대 리그로 불리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득점왕 경쟁을 펼치고 있는 한국인 공격수들이 모두 건재하다. 또한 바이에른 뮌헨(독일),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에서 각각 수비와 중원의 주축 자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도 이번 아시안컵 대표팀에 승선했다. 결국 '황금 세대'로 여겨지는 현재의 대표팀이 차범근, 홍명보, 박지성 등도 해내지 못한 아시안컵 우승을 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 '황금 세대'의 중심에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있다. 올해로 만 32세가 되는 손흥민은 이번 대회가 4번째 아시안컵이다. 사실상 전성기 기량으로 임할 수 있는 마지막 대회로 '라스트 댄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이 올 시즌 EPL에서 20경기 12골을 기록하며 득점 공동 3위를 달리는 등 최고의 폼으로 아시안컵에 임한다는 사실은 클린스만호에 든든한 무기다.

여기에 EPL 20경기 10골로 득점 6위를 달리고 있는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 독일 최고 명문팀 뮌헨에서 부동의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민재, PSG 이적 첫해부터 주축 미드필더로 뛰고 있는 이강인이 뼈대를 이룬다. 이외에도 조규성(미트윌란·덴마크),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 이재성(마인츠·독일) 등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활약했던 해외파들이 건재하다. 여전히 조직력에 의문 부호가 붙는 클린스만호지만 화려한 이력의 태극전사들과 함께 64년만의 아시안컵 정상을 노린다.

4번째 아시안컵에 임하는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 ⓒKFA

▶'최대 경쟁자' 일본과 '월드컵 수준' 강호들

한국이 이번 아시안컵 우승후보 중 하나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축구 통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옵타는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강력한 아시안컵 우승 후보다. 손흥민-김민재-이강인-황희찬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축구는 지금이 우승의 적기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호평했다.

하지만 옵타가 계산한 한국의 아시안컵 우승 확률은 14.3%로 본선 전체 24개국 중 2위였다. 1위는 바로 24.6%의 일본. 주축 선수 중에서도 스타급인 공격수 쿠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허벅지)와 측면 미드필더 미토마 카오루(브라이튼 호브 앤 알비온·발목)가 부상을 안고 대표팀에 합류한 것이 흠이지만, 주장이자 미드필더 엔도 와타루(리버풀), 수비수 토미야스 타케히로(아스날) 등 빅리거를 포함해 전체 26인 명단 중 20명이 유럽파일 정도로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다.

일본은 또한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엄청난 조직력을 자랑하며,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는 독일과 스페인을 모두 꺾고 조 1위로 16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역대 아시안컵 최다 우승국(1992, 2000, 2004, 2011)이라는 타이틀과 최근 열린 월드컵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클린스만호 '1호 경계 대상'이다.

옵타는 일본과 한국의 뒤를 이어 이란(11.2%), 호주(10.7%), 사우디아라비아(10.6%), 개최국 카타르(9.8%) 순으로 우승 확률을 매겼다. 이들 모두 지난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다. 이란은 한국과 아시안컵에서 무수히 많은 승패와 악연을 반복했고, 호주와 카타르는 각각 개최국으로 나섰던 2015, 2019년 대회에서 한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사우디는 카타르 월드컵 당시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유일하게 꺾은 팀이다.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대들로 가득한 아시안컵이다.

옵타 슈퍼컴퓨터가 매긴 각 팀 아시안컵 우승 확률. ⓒ옵타

대표팀은 아시안컵 E조에서 15일 바레인, 20일 요르단, 25일 말레이시아와 맞붙게 된다. '64년 무관'의 한을 풀기 위한 대장정. 클린스만호가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보물을 찾기 위해 닻을 올렸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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