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돈에게 당한 양키스, 이번에는 ‘보라스의 유혹’ 떨쳐낼 수 있을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양키스는 보라스의 유혹을 떨쳐낼 수 있을까.
뉴욕 양키스는 이번 오프시즌 마운드 보강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팅을 신청한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영입하기 위해 등번호 18번에 이야기를 부여하며 '감성 작전'을 썼지만 실패했다. 야마모토는 처음부터 LA 다저스로 갈 생각이었다.
게다가 후안 소토 영입을 위해 마이클 킹과 조니 브리토, 랜디 바스케스 등 선발 자원들을 대거 포기했다. 물론 아직 선발 로테이션을 지킬 수 있는 투수들은 있지만 만족할만한 '에이스급 투수'는 드물다. 양키스는 에이스 게릿 콜의 바로 뒤를 이어줄 2선발을 계속 찾고 있다.
야마모토에게 외면당한 양키스는 다른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블레이크 스넬이다.
1월 12일(한국시간) MLB.com에 따르면 양키스는 스넬에게 계약을 제안했다. 아직은 '협상의 문을 여는 수준의 첫 제안'이지만 양측의 협상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는 의미기도 하다. 의견차이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양키스가 제안한 금액은 스넬 측이 원하는 조건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스넬은 지난해 사이영상을 수상했고 양대리그에서 모두 사이영상을 거머쥔 투수. 낮은 금액에 계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32경기 180이닝을 투구하며 14승 9패,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한 스넬은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 투수였다. 스넬이 합류한다면 양키스는 지난해 양대리그 사이영상 수상자로 원투펀치를 꾸리게 된다.
문제는 스넬이 꾸준한 투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스넬은 사이영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지만 전체 커리어에서 해당 두 시즌을 제외하면 위상이 상당히 달라지는 투수다. 스넬의 빅리그 8시즌 통산 성적은 71승, 평균자책점 3.20. 사이영상을 수상한 두 시즌에 35승, 평균자책점 2.07을 기록했고 나머지 6시즌 성적의 합계는 36승, 평균자책점 3.84다.
성적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바로 '건강'. 스넬은 8시즌 중 사이영상 시즌 2번을 제외하면 한 번도 규정이닝을 소화한 적이 없다. 심지어 단축시즌에도 규정이닝을 투구하지 못했다. 2018년 180.2이닝, 2023년 180이닝을 투구했지만 두 시즌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이 2017년의 129.1이닝이다. 특급 활약을 펼친 두 시즌을 제외하면 스넬은 '리그 평균을 조금 웃도는 건강하지 않은 투수'인 셈이다.
양키스는 선수들의 건강 문제에 매우 민감하다. 벌써 몇 년 째 주축 선수들의 건강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사실상 매년 부상 때문에 시즌 계획이 어긋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키스는 지난해에도 불안요소가 가득한 투수를 영입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바 있다. 바로 카를로스 로돈이다. 데뷔 후 6년간 건강 문제에 시달리며 리그 평균 수준의 공을 던진 로돈을 2021-2022시즌 2년의 활약에만 집중해 6년 1억6,200만 달러 대형 계약으로 영입했다. 그리고 로돈은 지난해 양키스 합류 후 커리어 최악의 형편없는 시즌을 보냈다. 건강과 기량 양쪽 측면에서 모두 최악이었다.
문제는 로돈과 스넬의 에이전트가 같다는 점이다. 바로 스캇 보라스다. 보라스는 선수의 가치를 부풀려 구단이 악성 장기계약을 떠안도록 만드는 것에 '도가 튼' 인물. 지난해 영입한 로돈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물론 스넬은 로돈보다 뛰어난 커리어를 쌓은 투수지만 비슷한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아마도 보라스는 양키스와 협상에서 마치 스넬이 남은 커리어 동안 지난해와 같은 성적을 몇 번은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몸값을 높이려 들 것이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0인 것은 아니지만 과거를 돌아볼 때 그렇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선택에 따라 양키스는 또 하나의 악성 계약을 떠안게 될 수도 있다. 이미 지안카를로 스탠튼과 로돈이 잡고있는 발목만으로도 걸음을 떼는데 방해를 받고 있는 양키스다.
이제 스프링캠프 소집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스넬은 '시장 최대어' 중 한 명임에도 유독 행선지에 대한 루머가 적다. 시장에서 생각하는 그의 가치와 보라스가 주장하는 가치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2009년 이후 한 번도 월드시리즈에 오르지 못한 양키스는 매년 야구계 최고 명문 구단의 자존심이 구겨지고 있다. 거액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좀처럼 만족스러운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결국 돈을 잘못 쓰고 있다는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양키스는 12일 선발투수 마커스 스트로먼과 계약에 합의하며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다. 스트로먼은 비록 사이영상급 투수는 아니지만 2-3선발 역할로는 손색이 없는 투수. 건강에 조금 불안요소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스넬보다는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도 꾸준히 3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는 선수다. 어쩌면 스넬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다. 스넬보다 겨우 한 살이 많은 스트로먼은 양키스와 2년 3,700만 달러 계약을 맺는다.
과연 올해는 '제대로' 돈을 쓰며 자존심도 되찾을 수 있을까. 양키스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블레이크 스넬)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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