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전 9기부터 70세 당선까지… “퇴고의 과정이 오늘 있게 해”
‘종심(從心)’에 동심을 꽃피워 동시 시인이 됐고, 9번째 응모에 시조 시인이 됐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증명해 보인 셈이다.
2024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12일 서울 세종대로 조선일보사에서 열렸다. 시 추성은(25), 단편소설 권희진(39), 시조 조우리(41), 동시 조수옥(70), 희곡 이정(47), 동화 김아름(36), 문학평론 최의진(24), 미술평론 김지연(39)씨가 각각 상패와 고료를 받았다.
당선자들은 새 출발을 앞둔 소감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권희진씨는 “막상 등단해도 뭔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그렇더라”며 “재미로 쓰던 글에 대한 책임감이 많이 느껴졌다. 누군가 제 글을 읽고 상처받기보다는, 힘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이정씨는 “오랫동안 다른 분야에서 글을 써오다가 한동안 슬럼프 같은 게 와서 글을 못 쓰고 있었다”며 “오늘의 영광을 그냥 추억으로 남기지 않고 또 다른 문을 열어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다시 열심히 써보겠다”고 했다.
당선되기 전까지 지난한 세월을 회고하는 당선자도 있었다. 최고령 당선자인 조수옥씨는 초등학교 교사로 퇴직한 이후, 만년(晩年)에 동시의 매력을 느꼈다. “여러 차례 낙방의 쓴 고배를 마셨어요. 매년 신춘문예 시즌이면 홍역처럼 앓아야 했던 신열의 순간이 떠오릅니다. 돌이켜 보면 쓰고 지우고 또 썼던 퇴고의 과정이 오늘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싶어요.”
조우리씨는 조선일보 신춘문예에만 9번 응모했다. 심사평에 몇 차례 언급된 적 있지만, 8번 떨어졌다. 그는 “지면의 심사평을 통해 9년 동안 늘 새로운 배움을 주신 정수자 심사위원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며 “부족한 제 처음 자리를 잊지 않고 시조의 길에서 좋은 작품을 쓰는 날을 다시금 꿈꾸겠다”고 했다.
작년 대학을 졸업한 20대 당선자들은 당찬 포부를 밝혔다. 추성은씨는 “시는 어려운 글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 장르지만, 사실 저는 가장 단순한 말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많은 사람에게 가 닿을 수 있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글을 계속해서 쓰고 싶다”고 했다. 최연소 당선자인 최의진씨는 “문학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며, 시작에 서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며 “작품을 오래 붙들고 있었음에도 여전히 남은 부족한 부분을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앞으로 글을 쓰면서도 부족한 것투성이겠지만, 그 부족함을 통해 더 깊이 사랑하며 쓰는 기쁨을 배워가고 싶습니다.”
당선자들은 각자 분야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었다. 김아름씨는 “‘강아지똥’을 쓴 권정생 작가는 좋은 동화 한 편은 백 번 설교보다 낫다고 말했다”며 “좋은 동화 한 편을 쓰기 위해서 낮은 자세로 온 마음을 다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김지연씨는 “미술비평은 작품과 독립된 하나의 글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제 글은 언제나 현장에 빚지고 있다”며 “언젠가는 쓸모 있는 비평을 생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정끝별 시인이 심사위원을 대표해 격려사를 건넸다. “계속 써야 합니다. 쓸 때 멀리, 높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이 5년 후가 아니라 50년 뒤의 한국 문학을 책임져야 할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정 시인은 부문별 당선자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당부했다. “매일매일의 글쓰기가 언젠가 여러분 앞에 무력감으로 다가올 겁니다. 그럼에도 글쓰기는 무력감에 맞서는 유일한 방책이자 힘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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