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 맞먹던 사치품이자 인류史 흐름 바꾼 ‘단맛’

유석재 기자 2024. 1. 13.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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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윌버 보스마 지음 | 조행복 옮김 | 책과함께 | 624쪽 | 3만5000원

인류 역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간 동안 별로 알려지지 않았고 의미도 없던 식품 한 가지가 있었으니, 바로 설탕이다. 설탕은 2500년 전, 결정질 백설탕은 고작 1500년 전에 등장했는데 황금과 맞바꿀 정도의 사치품이었다. 13세기에 설탕 제조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자 세계 곳곳에서 빠르게 조리법이 발달했고 드디어 일상적인 음식이 됐다.

그런데 이 책은 단순한 음식사(史)를 훨씬 넘어선다. 인류의 입맛에 자리를 잡은 설탕이, 그 뒤로 인류의 역사 자체를 바꾸는 국면을 만들어낸 것이다. ‘설탕 자본주의’는 유럽인의 아메리카 침탈과 더불어 노예제 기반의 농장 경제를 성립시켰고, 강제로 노예가 돼 대서양을 건넌 아프리카인 1250만명 중 3분의 2가 사탕수수 농장으로 끌려갔다. 설탕은 세계 경제 흐름의 원동력이자 바로미터였다.

설탕은 환경과 건강 문제까지 영향력을 확대했다. 농장을 넓히기 위해 숲을 불태우고 나무를 베어내 토양은 유실되고 물은 오염됐다. 충치와 비만과 당뇨병의 원인을 생각해 볼 때 설탕을 비켜 갈 수 있겠는가? 저자는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선 설탕 소비를 줄이는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결론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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