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세상은 원래 그런 거라고? 아니, 난 내 색깔 그대로 살아갈래
색깔 없는 세상
쥘리에트 아담 지음 | 모렌 푸아뇨네크 그림 | 김자연 옮김 | 라임 | 48쪽 | 1만6800원
어린 소녀 솔린은 세상이 참 좋다. 엄마의 물방울 무늬 커피잔, 레모네이드가 담긴 유리컵에 맺힌 공기 방울, 고양이의 부드러운 털,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불꽃놀이, 가로등, 동화책…. 세상은 색깔로 가득하고, 해바라기처럼 샛노란 제 모습도 좋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그런 솔린이 걱정스럽다. 아빠는 원래 사탕의 분홍색, 엄마는 체리의 빨간색이었지만 지금은 회색. 늘 슬프고 심각한 표정이다. 친구들도 자라며 점점 회색으로 변해가는데 솔린만 그대로다. 의사는 말한다. “걱정마세요. 가끔 있는 일이죠. 제가 해결해드릴게요.” 다음날 의사는 솔린을 까마귀 날개가 달린 기차에 태워 여행을 보낸다. 솔린은 끝까지 아름다운 노란색의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 회색으로 변하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로 남은 친구들을 만나게 될까.
여행길에 처음 만난 바다 위, 폭풍우가 몰아치는데 목소리가 들려온다. “세상은 예측할 수 없어. 언제 폭풍우가 몰아칠지 아무도 모른단다.” 하지만 솔린은 개의치 않는다. 대신 바다 위를 비추는 번개, 날갯짓하는 갈매기들을 바라봤다. 대나무 미로에 들어서자 목소리는 또 말한다. “너는 자주 길을 잃겠지만 아무도 길을 알려 주지 않을 거야.” 솔린은 좁은 길을 이리저리 신나게 통과해 출구를 찾아낸다.
꽁꽁 언 얼음 나라와 뜨거운 사막 나라가 한꺼번에 솔린 앞에 나타나기도 했다. “세상은 절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법이 없지.” 솔린은 그 말도 듣지 않는다. 추위에 아랑곳없이 펭귄들과 썰매를 탔고, 더위 따위 신경쓰지 않고 신나게 뜀박질했다.
캄캄한 어둠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 “한 순간에 모든 걸 잃을 수도 있지. 네게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지도 몰라.” 솔린은 그 말도 듣지 않았다. 눈을 감고 한겨울에 꽃을 피우는 체리나무, 석류즙을 가득 채운 공중 수영장, 온화한 마법사들이 가득한 마법의 숲을 상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은 자기만의 색깔과 모양으로 빛난다. 솔린은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라는 체념의 목소리에 꺾이지 않고, 스스로 길을 찾고 제 색깔을 지켜낸다. ‘다 널 위해서’라며, 그저 자기 자신인 것으로 충분한 아이들을 깎고 다듬고 색칠해 무채색 세상 속의 개성 잃은 규격품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와 읽으며 커서 어떤 색깔의 어른이 되고 싶은지 함께 이야기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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