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잘해서 레알 가겠습니다' 토트넘 팬들 벌써 한숨..."아직 계약서 잉크도 안 말랐어"
[OSEN=고성환 기자] 이 정도면 해고가 답이다. 라두 드라구신(22, 토트넘 홋스퍼)이 이적하자마자 에이전트의 망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토트넘은 12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제노아에서 드라구신을 영입하게 돼 기쁘다. 그는 우리와 2030년까지 계약을 체결했고, 등번호 6번을 달게 된다"라고 발표했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에 따르면 이적료는 기본 2500만 유로(약 360억 원)와 달성하기 매우 쉬운 옵션 500만 유로(약 72억 원)로 이뤄져 있다. 제노아는 지난해 8월 500만 유로를 지불하고 그를 데려왔지만, 반년 만에 토트넘에 판매하며 큰 이익을 남기게 됐다.
드라구신은 그는 191cm의 큰 키와 강력한 피지컬을 자랑하는 수비수다. 그는 어릴 적 유벤투스 23세 이하(U-23) 팀에서 15경기를 소화하며 이탈리아 3부리그에서 뛰었다. 그리고 유벤투스 소속으로 1군 무대에서 4경기에 출전했다. 이후 삼프도리아, 살레르니타나, 제노아에서 임대 생활을 거쳤고, 2023년 1월에 제노아로 완전 이적했다.
드라구신은 이탈리아에서 '루마니아 반 다이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최대 강점은 압도적인 공중볼 싸움 능력과 드리블 차단 능력이다. 그는 올 시즌 세리에 A에서 헤더 클리어링 1위(45회), 최소 드리블 돌파 허용(1회), 공 경합 승리 2위(88회), 블록 2위(12회) 등을 기록하며 철벽수비를 펼쳤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강력히 원하던 영입이다. 토트넘은 센터백 보강이 시급했기 때문. 믿을 만한 중앙 수비수는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미키 반 더 벤뿐인 데다가 둘 다 햄스트링 문제로 쓰러졌기 때문. 둘 중 반 더 벤만 이제 막 복귀를 준비 중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전부터 1월 이적시장 목표는 수비수 영입이라고 외쳤다. 그는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썼다. 이젠 아이들처럼 못된 짓을 했는지 착한 짓을 했는지 보고 어떤 선물을 받을지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라며 새 얼굴을 기다렸다.
그 소망은 드라구신 영입으로 현실이 됐다. 다만 바이에른 뮌헨이 막판 하이재킹을 시도하며 토트넘의 이적시장을 망칠 뻔했다.
하지만 최후의 승자는 토트넘이었다. 드라구신은 고민 끝에 바이에른 뮌헨이 제안한 더 많은 연봉을 포기하고 토트넘을 택했다. 그의 에이전트인 플로린 마네아는 "드라구신이 바이에른 뮌헨을 거절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며 "결정적으로 드라구신과 그의 가족들이 토트넘행을 원했다. 그들은 행복하다. 그는 어릴 적부터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길 꿈꿨다"라고 밝혔다.
어려운 결정을 내린 드라구신도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난 토트넘이 나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을 듣고 팀 합류를 결정했다. 토트넘은 내 경력을 위한 최고의 단계"라며 입단 소감을 전했다.
토트넘 이적을 결정한 데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역할도 컸다. 드라구신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내가 진정으로 이적하길 바랐다. 그는 내 경기 방식을 좋아했고, 내가 이 팀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가 내게 말을 건네자마자 유대감을 느꼈다. 이런 방식의 축구, 높은 수비 라인, 공격성을 선호한다. 정말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드라구신은 "나에겐 큰 발걸음이고 옳은 발걸음이라고 느낀다. 난 최고 수준의 축구를 하고 싶었고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내 꿈이 이뤄졌다고 말할 수 있다"라며 "도전할 준비가 됐다. 이 리그의 강력한 피지컬을 좋아했고 내가 성장하기에 정말 좋은 리그다. 토트넘에 합류해 정말 행복하고 정말 기대된다. 빨리 뛰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드라구신과 달리 에이전트인 마네아는 쓸데없는 발언으로 토트넘 팬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는 루마니아 '디지스포르트'와 인터뷰에서 "드라구신은 앞으로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우린 단지 여정의 시작에 있을 뿐이다. 우린 그가 세계 최고의 클럽에 도달하길 원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마네아는 "바이에른 뮌헨은 세계적인 클럽이고, 우리는 이적에 가까웠다. 하지만 드라구신의 꿈은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다. 그가 23살, 24살로 경험이 더 많았다면 바이에른 뮌헨으로 가기로 결정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이와 리그 등 여러가지를 고려했다. 3~4년 후에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그의 모습이 보인다"라며 폭탄 발언을 덧붙였다.
토트넘은 단순히 거쳐가는 팀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물론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이지만, 새로운 팀에 합류하자마자 내놓을 말은 절대 아니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스퍼스 웹'은 "드라구신의 에이전트는 미래에 대해 기괴한 발언을 했다. 그는 계약서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그가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로 이적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매체는 "이 단계에서 마네아의 대담함을 믿을 수 없다. 드라구신은 이제 막 커리어에서 가장 큰 이적을 마무리했고, 자연스럽게 토트넘 합류에 흥분하고 있을 것이다. 마네아는 대체 어떻게 지금 그런 발언을 멈춰야 하는 때라는 걸 깨닫지 못할 수 있는가?"라며 불편해 했다.
마네아는 이전부터 모든 협상 과정을 일일이 언론에 공개하며 많은 팀들을 불편하게 했다. 그는 드라구신이 1월 이적을 원하지 않는다는 깜짝 발언을 터트리며 언론 플레이를 펼치기도 했다. 토트넘으로서도 결코 달가운 일은 아닐 터.
영국 '데일리 익스프레스' 소속 찰리 고든도 토트넘이 마네아에게 만족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네아는) 토트넘과 잘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에이전트가 언론에 공개 발언을 하고, 그 말들이 기사에서 인용되는 건 정말 특이한 일"이라며 "드라구신이 토트넘에 합류하기 직전이고 팬들의 사랑을 받으려 할 때 그런 말을 하는 건 이상하다"라고 지적했다.
영국 '더 부트 룸' 역시 "드라구신의 에이전트는 조용히 지내는 기술을 한두 가지 배울 수 있다. 고객이 큰 이적을 앞뒀을 때 흥분하기 쉽고, 때로는 해서는 안 될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라며 "마네아는 처음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떠들었다. 이는 클럽을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일 뿐이다. 그는 정해진 절차를 따르며 적절한 때가 올 때까지는 사적인 일들에 대해 침묵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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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토트넘 홋스퍼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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