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박수 칠 때 떠나라? 전 계속 할 겁니다”
"후배들 성장 위해 중심 잡는 역할"
"남들보다 늦게 시작, 오래 뛰어야"
"올해 KIA 우승 적기, 놓치면 안 돼"
“저는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을 안 좋아합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죠.”
프로야구 KIA의 해결사는 올해도, 내년도 최형우(41)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1+1년 총액 22억 원의 대우를 받고 최고령으로 비(非)자유계약선수(FA) 다년 계약에 성공했다. 언제나 꾸준했던 최형우의 커리어를 감안하면 내년 연장 옵션도 어렵지 않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최형우는 “1년, 1년 상황을 보고 계약할 수도 있는데 구단에서 먼저 2년을 제시해 줘 고마운 마음”이라며 “책임감이 엄청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나)성범이처럼 ‘빵빵’ 치고, 한 시즌 100타점씩을 바라는 것 같지는 않고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기대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할 수 있는 때까지 하고, 도저히 안 된다 싶으면 은퇴
2010년대 ‘삼성 왕조’의 주역이었던 최형우는 2016시즌 후 FA 자격을 얻어 KIA와 4년 100억 원에 도장을 찍고,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FA ‘100억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이적 첫해인 2017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줄곧 KIA의 중심 타선을 지킨 그는 2020시즌을 마치고 다시 한번 KIA와 3년 47억 원에 사인했다. 2021년 성적(타율 0.233 12홈런 55타점)이 좋지 않았지만 2022년 반등 계기를 마련했고, 불혹이었던 지난해 타율 0.302 17홈런 81타점으로 나이를 잊은 화력을 뽐냈다.
올해 은퇴를 예고한 1982년생 추신수(SSG)보다 한 살 어리지만 은퇴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최형우는 “이대호 선배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환호받고 떠나는 것을 봤는데, 은퇴한 선배들이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는 게 낫다. 굳이 아쉬운 상태로 떠날 필요가 있나’라는 얘기를 한다”며 “하고 싶을 때까지 하다가 도저히 안 된다 싶으면 그때 관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021시즌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을 때 은퇴를 가슴에 묻고 뛰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슈퍼스타 선배들처럼 15년 채워야
숱한 시련을 이겨내고 최고 타자 반열에 오른 최형우의 성공 스토리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에서도 조명할 만큼 많은 애환을 담고 있다. 2002년 전주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한 최형우는 2004년까지 1군에서 6경기만 뛰고 2005년에 방출됐다. 이후 막노동 일을 하던 중 새로 야구단을 창단한 경찰청에 입대해 다시 꿈을 키웠고, 2008년 삼성의 부름을 다시 받았다. 그해 타율 0.276에 19홈런 71타점의 성적을 내고 20대 중반에 늦깎이 신인왕을 차지했다. 그 뒤로는 탄탄대로를 걸어 기록의 사나이로 정점을 찍었다. 통산 타점(1,542)과 2루타(490)는 ‘국민 타자’ 출신 이승엽 두산 감독을 넘어선 역대 1위다.
최형우는 “프로야구 선수 생명이 보통 15년이라고 하면 슈퍼스타 출신 선배들은 스무 살부터 활약했다”며 “나는 시작이 남들보다 늦었지만 마찬가지로 ‘15년을 채워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45세까지 뛰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엔 “몸만 된다면 그렇다”며 “다만 내가 잘하더라도 팀 상황이 안 맞으면 할 수 없는 것이고, 못하더라도 구단에서 1~2년 뛰어달라면 또 뛸 수 있는 거다. 모든 상황과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야구 인생을 나이대별로 돌아봐달라고 하자, 최형우는 “20대 때는 별생각 없이 부딪치는 느낌으로, 시키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야구를 하는 스타일이었다”며 “30대부터는 요령도 생기고 강약 조절. 40대인 지금은 후배들이 우르르 가면 뒤에서 쫓아다니며 엉덩이를 쳐주는 느낌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수만 받쳐주면 KIA 우승 전력
최형우는 지난해 9월 24일 KT전에서 넘어져 쇄골 분쇄골절 진단을 받고 아직도 재활 중이다. 그는 “프로 생활 내내 하늘에서 크게 안 다치고 살아오게 해 줬는데, 작년에 한번 큰 시련을 줬다”며 “재활이 힘들고 답답하지만 액땜했다는 생각을 하려고 한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최근 배트를 잡고 가볍게 휘두를 수 있는 단계까지 회복한 최형우는 올해를 우승 적기로 봤다. 그는 “후배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온 상태고, 나도 선수 생활이 얼마 안 남았다”며 “그간 5강 얘기만 했는데, 이제 우승을 얘기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외국인 투수만 받쳐준다면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을 라인업이다. 우승 적기를 놓치면 팀도, 선수도 발전이 더뎌진다”고 강조했다.
광주 =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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