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 대표 아니었으면 뇌물·징역·가짜 뉴스가 출마 적격일까

조선일보 2024. 1. 13.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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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황운하·노웅래 의원./뉴시스·뉴스1

민주당이 뇌물과 선거개입 혐의로 각각 재판을 받는 노웅래·황운하 의원에 대해 총선 후보자로 ‘적격’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노 의원은 2020년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경기 용인시 물류 단지 개발, 태양광 사업 등 청탁과 함께 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3월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돈과 청탁이 오가는 대화 녹음까지 나왔지만 적격 판정을 받았다. 황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모든 범죄가 나쁘지만 뇌물과 선거 범죄는 선출직 공직자가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범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1심 판결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됐다면 이런 사람은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공직을 맡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주당에선 ‘청담동 술자리’ 허위 주장을 퍼뜨린 김의겸 의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채널A 기자의 통화 녹취록을 거짓으로 꾸며내 KBS 기자에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신성식 전 수원지검장 등 가짜 뉴스 의혹 관련자도 모두 적격 판정을 받았다.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의원 일부도 적격 판정을 받아 다시 출마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앞서 고문 치사 사건에 연루돼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 정의찬씨에게 적격 판정을 내렸다가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하루 만에 번복하기도 했다.

민주당도 이런 사람들을 공천 적격으로 발표하면 여론의 비판을 받는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적격이라고 한 것은 이재명 대표 때문일 것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 비리, 선거법 위반,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등 7개 사건에 뇌물·배임 등 10개 혐의로 수사 혹은 재판을 받고 있다. 만약 민주당이 황운하·노웅래 의원 등을 부적격으로 판정하면 이 대표도 부적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비해 이 대표는 대선 패배 직후 기소돼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당헌을 고쳤다. 실제 기소되자 1·2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도 공천을 받는 데 지장이 없도록 다시 당규를 고쳤다. 이 바뀐 당규가 이번에 적용돼 이 대표뿐 아니라 많은 범죄 혐의자의 총선 출마 길을 열었다. 이 대표 한 사람 때문에 당의 도덕성이 하향 평준화됐다는 민주당 탈당파의 지적이 틀리지 않다.

이 대표는 12일 자택에서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첫 회의에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공정하고 독립적이며 투명한 공천 관리로 최고의 인재를 국민께 선보여 드리자”며 “미래의 희망을 선사하는 민주당을 만들자”고 했다. 뇌물과 돈봉투, 선거 개입 범죄 혐의자, 가짜 뉴스 유포자가 국회의원에 적격이라는 민주당이 국민에게 무슨 희망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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