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명확한 사실 단정 보도 MBC, 그 자체가 사과할 일

조선일보 2024. 1. 13. 03: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2022년 뉴욕 방문 당시 불거진 MBC ‘자막 논란’과 관련, 법원이 MBC에 정정보도를 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MBC는 명확히 판독되지 않은 윤 대통령 발언을 보도하며 ‘(미국)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달았다.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고, 미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지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음성 파일을 들어보면 무엇이 진실인지 도저히 가릴 수 없다. 법원이 선임한 외부 전문가 역시 ‘감정 불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도 “보통 사람이 듣기에 명확하지 않다”며 “이를 확정적으로 보도한 MBC 측도 너무 나간 것”이라고 했다.

언론이 취재·보도하는 과정에서 오보가 나올 수 있다. 시간에 쫓기거나 의욕이 앞서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불명확한 문제를 단정적으로 보도한 것이 밝혀지면 그 자체로 일단 사과하는 게 옳다. 그런데 MBC는 “잘못된 1심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 곧바로 항소하겠다”고 했다. 항소는 권리이지만 MBC의 경우엔 그런 원칙론으로만 볼 수가 없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종편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음모를 꾸몄다는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을 먼저 보도한 곳도 MBC였다. 해당 기자의 무죄 확정 판결로 ‘검언 유착’이 실체가 없었다는 게 밝혀졌는데도 아직 사과가 없다. 김건희 여사 논문 논란을 다룬 방송에선 김 여사와 내부 제보자들이라며 등장시킨 인물이 대역 배우였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

MBC는 기자들이 당파로 나뉘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내 정권 교체’가 이뤄져 왔다고 한다. 이번엔 윤석열 정부가 취임한 뒤에도 문재인파 기자들이 여전히 득세하면서 정부 비판이 아닌 정파적 보도를 하고 있다. 슬리퍼 차림으로 팔짱을 낀 MBC 기자가 대통령을 향해 언성을 높인 장면이 지금 MBC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강준만 교수는 “민주당 편을 드는 게 방송 민주화인 것처럼 행동한다” “공정성을 유린하는 MBC의 과도한 당파성을 지켜보는 게 괴롭다”고 했다. 이 말은 조금도 지나치지 않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