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19] 할리우드의 두 스튜디오
로스앤젤레스 근교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스튜디오다. 1914년 독일 이민자 칼 래믈(Carl Laemmle)이 과거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던 땅을 구입, 동물원을 차리면서 시작했다. 1960년대부터는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영화 제작 스튜디오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고, 테마파크라는 장르를 결합했다. 현재 이곳에는 해리 포터, 쥬라기 공원, 닌텐도 등의 테마 놀이 기구, 4D 영화관 등 볼거리가 수두룩하다. 그래도 하이라이트는 여전히 스튜디오 투어다. 서부 영화 배경, 뉴욕 도심, 유럽과 미국 마을의 광장과 길거리들을 구경하며 ‘조스(Jaws)’의 해안 마을, ‘사이코(Psycho)’의 집 등 추억의 명화들이 촬영된 세트를 소개해 준다.
영화 제작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급변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XR 스튜디오’는 첨단 ‘확장 현실(eXtended Reality)’ 기술로 영화나 드라마 세트를 제작하는 곳이다. 초대형 블록버스터들은 여전히 실제 세트나 현장 로케를 이용하지만, 대부분 제한된 예산의 영화나 드라마, 뮤직비디오, 뉴스와 스포츠 방송들은 디지털 배경을 꾸민 지 오래되었다. 예를 들어, 8명이 서로 다른 도시 8곳에서 각각 다른 일화를 겪는 스토리를 실제 도시에 가서 촬영한다면 최소 3~4주가 소요될 것이다. 디지털 스튜디오에서는 하루 이틀이면 가능한 작업이다. 벽면은 물론 천장, 바닥까지 투영되는 배경에서 3D 카메라 수십 대가 다각도에서 촬영하고 디지털로 편집한다. 완성된 세트는 단지 해상도만 뛰어난 게 아니라 그 물성이나 질감이 실감나서 몰입감이 탁월하다. 도심의 거리, 초자연의 배경, 화려한 공연 무대 등 어떤 세트의 연출도 가능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스튜디오는 디지털 시대를 대비하지 못하고 사라진 ‘코닥 필름’의 구사옥에 있다. 건물 안 작은 상영관은 과거 오슨 웰스나 스티븐 스필버그가 시사회 때 앉았던 좌석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회사의 접견실 내부에도 과거 코닥 간판이 걸려있다. 영화 산업의 본거지 할리우드에 위치한 두 스튜디오는 현대인이 경험하는 두 가지 세상을 반영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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