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한국계 미국인의 진심
“저는 늘 한국계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습니다.” 지난 2022년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 기업금융·투자은행 북미 총괄 대표에 오른 마이크 주는 최근 대화 내내 “한국계로서 월스트리트에서 더욱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그에게 월가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한국계 미국인들이 이메일로 ‘진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그는 “전부 다 답장을 해주지는 못하지만, 시간을 쪼개서 한 명이라도 더 답을 해주곤 한다”고 했다.
종종 성공한 한국계 미국인에 대한 기사를 쓰면 ‘왜 자꾸 미국인 이야기를 하느냐’ ‘그들은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이라는 반응을 듣게 된다. 맞는 말이다. 그들의 국적은 미국이다. 하지만 이들을 실제 만나보면 그렇게 단순하게 정의할 수는 없다. 한국을 생각하는 마음은 웬만한 한국인보다 크다. 지난해 특파원 부임 후 6개월간 만난 한국계 미국인을 곰곰이 되돌아보면 놀라울 정도로 다들 그랬다.
전 세계 유명 셰프들이 한판 대결을 벌이는 맨해튼에서 스테이크 하우스 중 유일하게 2023년 미슐랭 별을 획득한 식당은 한국계 사이먼 김이 운영하는 ‘꽃(COTE)’이다. 그는 “식당에 들어찬 수많은 손님 중 한국인을 보면 반찬 하나라도 더 주고 싶더라”라고 했다. 1937년 한국에서 태어나 1949년 미국에 정착한 재미(在美) 작가 존 배 프랫 인스티튜트 명예교수는 “처음 왔을 때는 냄새 난다고 밖에서 김치도 못 먹게 했는데 이제는 어디를 가도 한국을 얘기한다”며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했다.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유대인이 사는 뉴욕의 메이저 유대교 회당을 이끄는 수석 랍비 앤절라 워닉 북달도 서울에서 태어났다. 그는 “한국은 교육을 중시하고 가족에게 충성하는 나라”라며 “한국을 존경한다”고 했다. 2011년 한식당으로 세계 최초 미슐랭 별을 받은 후니 김 셰프, 미국에서 ‘식용 곤충 전도사’로 이름을 높이는 조셉 윤 등 많은 한국계 미국인이 한국이 뿌리인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기사에 일일이 담지 못했지만, 이들은 공통으로 한국, 한국인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방법을 모른다고 한다. 일부는 “내가 한국을 생각하는 만큼 한국인들은 나를 그렇게 보지 않더라”라며 서운한 감정도 보였다. 겉으로 ‘같은 한국인끼리 잘해봅시다’라며 악수를 한 뒤 뒤돌아서서 아무 연락이 없던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사이먼 김은 “뉴욕은 전 세계 1등이 모여 누가 최고인지를 겨루는 곳”이라고 했다. 이들은 그런 곳에서 때로는 수모와 실패를 겪으면서도 계속해서 전진했던 숨은 영웅들이다. 현대사회에서 국가 간의 경계는 이미 무의미해진 지 오래다. 세계에서 도약 중인 한국계는 한국의 자산이자 또 다른 유형의 기회다. 이역만리 떨어진 땅에서 그들이 내미는 손을 우리가 잡고 함께 걷는 것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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