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존엄성 잃은 노인 간병, 이대로 둘 수는 없다
노인환자 불안감·우울증 심각
간병인 있으면 가족도 면회불가
경직성 풀고 유연함 되찾아야
최근 나이 드신 아버지의 입원 치료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노인 돌봄 서비스의 현장을 경험하게 됐다. 수도권의 종합병원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의 존엄성은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았다.
간호사와의 짧은 전화 통화나 간병인의 설명만으로는 아버지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워, 나는 휴가를 내고 가족 간병을 시작했다. 그제서야 나는 노인 환자의 간병 및 돌봄이 다소 비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경험한 간병 현장은 어쩌면 극히 일부 상황일 수 있어 이를 일반화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다. 하지만 적절한 감독과 조치 없는, 특히 보고, 듣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노인들을 마치 인지능력이 없는 사람 취급을 하는 광경은 매우 아쉬웠다. 노인 환자에게 반말이 일상적이었고, 드물지 않게 막말과 폭언도 있었다. 가족의 면회가 차단된 병실 현장은 적절한 감독이 부족했다. 어느 누구도 약자인 노인의 상황을 외부로 전달할 수 없는 구조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 병원은 보호자 1인만 상주하여 간병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노인의 경우, 노쇠한 배우자도 힘들고 경제활동이 바쁜 자녀들도 가족 간병을 하는 것이 어려워 직업 간병인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일부 노인은 명확한 의사소통이 어렵고, 입원이라는 환경 변화와 가족과의 격리로 비롯된 불안감으로 우울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그런데 직업 간병인이 환자를 돌볼 경우, 가족의 병실 방문이 안 되고 간병인과 가족의 동반 간병도 안 되는 등 너무도 경직된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감염 관리만 신경 쓰고 환자의 정신 건강 관리는 소홀히 하는 것이 과연 ‘환자 중심 의료’인지를 묻고 싶다. 환자의 정신 건강과 심리적 안정을 고려한다면, 또 폐쇄된 병실 운영에서 야기되는 부적절한 돌봄 서비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호자와 간병인의 동반 간병 등 유연한 운영 방식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확산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간호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는 부분도 가족이나 직업 간병인이 담당하는 입원 서비스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진료비보다 간병비가 더 많이 발생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아무 저항 없이 국민들이 감내하고 있다. 하루빨리 적절한 수가와 제도가 뒷받침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정착되어, 불합리한 구조가 개선되길 바란다.
미래 세대가 양질의 돌봄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돌봄 산업에 대한 윤리 강령 제정과 철저한 윤리 교육을 해야한다. 윤리 지침을 보이는 곳에 게시하여 돌봄 인력 스스로 늘 상기하고, 돌봄 공급자와 소비자가 상호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시설, 인력 등 구조 위주의 평가 기준은 물론, 환자 만족도 등 과정과 결과에 대한 평가 기준도 추가하여 요양 시설의 질적 수준을 평가해야 한다. 부모 돌봄 휴가 및 휴직을 수용하는 사회적 변화도 필요하다. 출산 및 육아휴직에 대해 긍정적인 만큼, 노부모 돌봄에 대한 사회적 지지도 커져야 ‘가족’이 단단하게 지켜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삶터 중심의 돌봄 서비스를 제안하고 싶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요양병원, 요양원에 입소하여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살던 삶터에서 맞는 죽음을 선호한다. 최근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시설 요양’에서 삶터 중심의 ‘재가 요양’으로 모델을 전환하여, 개인이 선호하는 노후와 존엄한 죽음을 맞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하루 3~4시간으로 제한된 재가 돌봄에 대한 장기요양보험 급여 지원이 확대되는 제도적 개선이 절실하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는 4명 중 1명이 노인이 된다. 더 많은 사람이 돌봄서비스를 필요로 하게 된다는 뜻이다. 부디 노인이 되어도 행복하게 살수 있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대한민국이 거듭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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