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DX·CDMA` 개척 주역… `ICT코리아 뿌리` 심었다
"사람들은 서 아무개라고 하면 TDX와 CDMA를 '성공'시킨 사람으로만 기억하는데, 정말 중요한 것은 개발 당시의 과정이었습니다."
서정욱(사진) 전 과학기술부 장관은 2010년 디지털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6년 1월 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상용화해 한국을 디지털 시대로 이끌었던 서정욱(徐廷旭) 전 과기부 장관이 11일 오전 5시30분쯤 향년 90세에 세상을 떠났다.
지난 1934년 11월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휘문고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텍사스A&M대에서 유학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창설 멤버로 들어가 진공관식 구형 무전기를 대체할 트랜지스터형 소형 경량 무전기를 개발하는 등 군 통신기기 개발 전문가로 이름을 떨쳤다.
이승만 대통령 당시 원자력 장학생으로 뽑혔던 고인은 오늘날 'ICT 강국 코리아'의 근간이 된 TDX와 CDMA 상용화를 이끌었다. 고인이 CDMA 상용화에 착수한 것은 58세 때였다. 당시 아날로그의 뒤를 이을 디지털 이동통신으로 유력한 대체기술은 시분할다중접속(TDMA)이었지만, 정부는 1989년 미 퀄컴이 발표한 CDMA 기술을 채택하기로 했고 1991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미 퀄컴사와 계약을 체결하게 했다. 금성·삼성·현대·맥슨 등 4개 사가 뛰어들었지만 시스템 개발이 난항을 겪자 정부는 1993년 8월 체신부 장관 자문기구인 전파통신기술개발추진협의회와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의 전신) 이동통신기술개발관리사업단을 만들고, 양쪽을 이끌 책임자로 고인을 임명했다.
"TDX 신드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1993년 7월 말 윤동윤 체신부 장관의 지시로 경상현 차관이 당시 한국과학기술원(KIST) 서정욱 원장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경 차관은 고인에게 ETRI가 주관하고 있는 CDMA 개발사업단장을 맡아 달라고 당부했다.
고인은 2010년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1993년 당시는 TDX 개발 성공으로 연구소는 정부가 사업단을 만들어 프로젝트만 주면 무엇이든 개발 해내는 줄로 아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면서 "국가 주도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인 TDX 개발사업이었지만, 이 성과를 이동통신분야로 제대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변화된 상황에 맞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전권에 가까운 권한을 받은 고인은 TDX 교환기를 도입하며 느낀 점을 바탕으로 CDMA 개발은 기업들이 경쟁할 수 있도록 철저히 '콘테스트'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결심했다. 당시 퀄컴의 핵심 기술인 CDMA를 선정했는데, 퀄컴의 핵심 기술을 이용하면 나머지 인프라 및 장비와 관련된 기술은 모두 우리가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컨소시엄을 통해 안정적으로 국가예산을 이용해 개발을 진행하려 했던 전략을 수정, CDMA 개발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개발이 급속도로 진행돼 불과 1년 만에 시스템 개발을 끝내고 상용화 시험을 한 데 이어 1995년 11월 시험통화에 성공했다. 1996년 1월1일에는 세계 최초로 인천과 부천 지역에서 서비스를 개시했다. 같은해 4월 12일부터 서울 지역에 CDMA 방식의 이동전화를 공급했다. 당시만 해도 CDMA 서비스를 고려한 나라는 미국과 홍콩 등 일부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후 전 세계로 퍼졌다.
고인은 CDMA 상용화를 이끈 공로로 지난 1996년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후 SK텔레콤 사장과 부회장, 초당대 총장, 1999∼2001년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냈다. 이후 명지대·서울대·이화여대·공군사관학교·순천대 등에서 강의했다. 현직에서 물러난 후 인재 양성에 힘쓰면서, 다양한 답을 놓고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방향의 교육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철탑산업훈장(1978), 국민훈장 동백장(1986), 황조근정훈장(1992), 정보통신대상(1996), 전자대상 한국공학한림원 대상(2002)을 받았다.
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는 "고인이 주도해서 만든 ICT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있었던 덕분에 그 위에서 우리나라 ICT 산업과 전자정부가 꽃 피울 수 있었다"면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도 네트워크가 생각보다 빨리 완성돼서 전자정부를 하고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대한민국이 오늘날 AI(인공지능), 플랫폼, 콘텐츠 시대에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토대를 닦은 분"이라고 평가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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