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개미 거느린 '삼·카·에'…올해는 이름값 할까
증시에 쏠린 개미들 시선
올해에도 삼·카·에를 향한 개미들의 사랑은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까지 이어진 주가 부진을 딛고 이후 반등, 어느덧 ‘8만전자’ 회복을 눈앞에 뒀다(2일 종가 7만9600원). 8만원대 주가를 기록하면 2022년 초 이후 2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물론 한국의 수출 전선을 옥죄던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9일 실적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전기 대비 16.6% 증가한 2조8000억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D램 적자 줄인 삼성전자, 실적 개선 국면
지난해 1분기와 2분기엔 영업이익익 각각 6000억원대에 그친 바 있다. 주력인 D램 부문에서 흑자 전환한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증가한 것이 호재로 작용 중이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스마트폰과 PC의 중국 쪽 판매량이 최근 괜찮은 상황”이라며 “수요 회복세에 비해 삼성전자가 지금껏 감산으로 공급 조절에 나서면서 반도체 가격이 오른 게 실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글로벌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의 평균 고정거래가격(기업 간 거래가격)은 지난달 1.65달러로 전월 대비 6.45% 올랐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128Gb 16Gx8 MLC)도 4.33달러로 6.02% 올랐다. 시장 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까지 더해져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평균 판매가격이 전기 대비 13~18%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는 개미들이 고대하는 ‘10만전자’ 달성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기존 9만5000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린 목표 주가를 제시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메모리 업황이 공급 조절로 우려보다 빠른 시기에 안정화 수순을 밟은 것, (삼성전자의) D램 부문 적자 축소 흐름이 가속화한 것 등을 고려할 때 꾸준한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단, 대만 TSMC를 추격 중인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 실적 회복이 더딘 것은 개선점이자 불안 요소로 지적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지난해 파운드리의 4나노미터 공정 가동률이 상승했음에도 수율(양품의 비율) 개선은 제한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 올 들어 기관·외국인 적극 매수
카카오는 지난해 김범수 창업자 등 경영진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언택트(비대면) 열풍의 최고 수혜 기업으로 꼽히면서 2021년 6월 한때 17만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지난해 10월 3만원대까지 고꾸라졌다. 하지만 이후 반등해 현재 6만원대를 회복한 상태다. 증권가는 이를 두고 “최악의 시기는 지난 게 아니냐는 시각, 외형 성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한 신뢰감 때문에 투자 수요가 다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올해 들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카카오 주식 매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8조2000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1년(6조1367억원)과 2022년(7조1068억원)을 넘어선 사상 최대치다.
카카오가 인력 구조조정 등의 비용 절감 노력과 함께 그간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됐던 방만한 조직 분위기 쇄신에 전념 중인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카카오는 지난해 사법 리스크 직후 경영 쇄신을 위한 독립 기구인 ‘CA(기업조정)협의체’를 구축했다. 카카오는 다음 달부터 매월 CA협의체가 주도하는 그룹협의회를 열 계획이다. 이를 통해 그룹 쇄신 전략을 집중 논의하고 의결, 실행 상황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당분간은 형식에 얽매지 않고 고강도 쇄신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카카오는 조만간 계열사 경영진 교체에도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증권은 9일 카카오의 목표 주가를 기존 5만8000원에서 8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광고 업황의 점진적 회복으로 광고주들의 비검색광고 집행비가 증가 중”이라며 “카카오의 ‘톡비즈’ 광고 매출이 지난해보다 14% 증가한 1조276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국내·외를 뜨겁게 달군 생성형 AI 앱 생태계의 활성화도 그 주요 플랫폼 부각이 가능한 카카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주요 계열사의 수익 개선이 기대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 역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관건은 수출 성과가 이어질지 여부다. 카카오는 내년까지 전체 매출 대비 해외 매출 비중 3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픽코마가 전개 중인 웹툰·웹소설 등 콘텐트 사업이 선봉장이다. 카카오픽코마가 운영 중인 일본 웹툰 애플리케이션(앱) 픽코마는 지난해 1~10월 누적 수익 6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2021년 10.2%에 불과했던 카카오의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18.4%로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카카오 위기론’은 내수 시장에서 체계적이지 못한 문어발식 확장으로 외형 성장 대비 내실 성장을 이루지 못한 한계 때문에 불거졌다”며 “조직 쇄신과 함께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거둘 경우 투자자들의 의구심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에코프로, 2차전지 저조해도 성장세 굳건
에코프로는 지난해 극적인 주가 변동으로 수많은 개미들을 웃고 울게 한 기업이다. 지난해 1월 10만원대였던 주가가 7월 장중 한때 150만원대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9월부터는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현재 60만원대를 기록 중이다. 올해는 어떨까. 일단 고성장세를 이어왔던 전기차 시장이 다소 흔들리고 있는 점은 불안 요소다. 지난해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 유럽 등 주요국의 보조금 삭감 등 악재가 겹치면서 전기차 산업과 2차전지 산업은 기대만 못한 성장에 그쳤다.
시장 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등록 대수는 약 1377만 대로, 지난해 상반기 예측치(1484만 대)에 비해 107만 대 줄어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2차전지 섹터는 전기차 배터리 판매량 감소, 평균 판매가격 하락, 일회성 비용 증가 등으로 지난해 4분기 저조한 실적이 예상된다”며 “양극재 기업들은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셀 기업들의 재고 소진이 이어지면서 저조한 가동률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일회성 비용까지 더해져 영업이익 적자(영업손실)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 정책이 유력한 상황에서 경기 불확실성 해소가 기대되는 점, 전기차와 2차전지 산업의 성장률이 예년보다 낮아지긴 했어도 성장세 자체는 굳건히 유지되고 있는 점, 에코프로의 경우 세계에서 4곳뿐인 하이니켈(비싼 코발트 사용 비중을 낮춰 만든 양극재) 생산 기업이자 최초 개발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구축한 점 등을 고려하면 주가 반등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적잖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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