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모든 사물에 들어가는 시대, 교육은 걸음마 단계
이준기의 빅데이터
언론 보도를 보니 지드래곤도 CES 2024를 방문했다. 그의 방문 목적은 “AI 배우러 왔다”이다. 그렇다. 앞으로는 사업을 위해서든, 더 나은 직장을 위해서든, 아니면 그냥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든 인공지능을 배울 필요가 있다. 교육계에서도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AI 교육’과 관련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또 학교 교육과정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은 ‘AI 교육’을 기존의 코딩교육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AI 교육은 단순하게 기존 컴퓨터 사이언스 중심의 알고리즘이나 코딩을 구현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AI 교육은 인공지능의 이해뿐만 아니라, 구동 원리 그리고 인공지능의 여러 가지 편견의 문제 그리고 잘못 사용하였을 때의 사회적 문제점 등 AI와 관련된 포괄적 이슈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전자제품 박람회 CES서도 AI 화두
먼저, 인공지능에 대한 우리가 가진 잘못된 상식에 대해 알아보자. 나의 스마트폰은 사물인터넷으로 집안의 온도조절기와 연결되어 귀가할 즈음 날씨가 추우면 나는 스마트폰으로 실내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이것은 인공지능인가? 인디애나 대학의 연구진들은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의 개념을 교육하며 먼저 그들이 갖고 있는 5가지의 잘못된 상식에 대하여 조사를 했다(‘중학생들의 인공지능에 관한 일반적 잘못된 상식들과 이 아이디어의 진화에 대하여’ 출처: Education and information technologies, 2023). 이 연구에 따르면, 위의 예는 산업용 로봇의 대다수가 그러하듯, 단순 자동화와 사물 인터넷의 사례이지 인공지능의 예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이 연구에서 지적되었듯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완벽한 어떤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었으며 인공지능에서의 데이터의 역할, 특히 데이터의 품질이 어떻게 인공지능의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또한, 순수하게 인간의 개입 없이 알고리즘에 의하여 결정되는 모델들, 예를 들어 SNS의 뉴스편집, 카카오 택시의 배정, 또는 유튜브의 추천 등에 사용되는 인공지능이 왜 순수 알고리즘 결정임에도 인간의 철학이나 사업적 배경에 따라 한 계층에 불리하게 또는 편견을 조장하게 디자인될 수 있는가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러한 인공지능에 대한 편협한 지식이나 몰이해는 학교에서도 AI 교육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 미국의 한 고등학교 설문연구에 의하면 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인공지능에 대한 가장 큰 관심사는 숙제나 과제에서의 표절의 문제였지만, 익명으로 조사한 학생들의 답변에서는 실제로 챗GPT 등을 사용해서 숙제를 제출한 비율은 2%도 되지 않았다. 대신에 학생들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해할 것이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 또는 최소한의 이용 가이드라인을 요구하고 있었으며 인공지능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악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좀 더 폭넓게 지식을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최근 이러한 요구에 따라 인공지능을 교육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출현하고 있다. 쉽게 코딩을 교육하기 위해 MIT(매사추세츠 공대)가 ‘스크래치(scratch.mit.edu)’라는 툴을 제공했고, 최근 영국에서는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인 기계학습의 원리를 가르치기 위해 ‘ml4kids(Machine Learning for Kids)’를 개발해 스크래치, 파이썬 등을 함께 이용해 데이터를 넣으면서 인공지능을 직접 훈련할 수 있는 모델환경을 구현했다. 예를 들어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서 누가 생존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생성할 수 있으며, 단어를 훈련시켜 어떤 것이 좋은 댓글인지 나쁜 댓글인지를 판단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으로 어떻게 데이터가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데 사용될 수 있으며 좋은 데이터와 나쁜 데이터가 어떻게 알고리즘 성능을 결정하는 지를 배울 수 있다. 모든 것들이 약간의 코딩에 관한 기초 지식을 이용해 배우며 따라갈 수 있게 설계되어 있으며 무료로 제공된다. ‘Brilliant.org’라는 사이트는 무료이지만 프리미엄 서비스는 유료로 운영되는 커뮤니티로 인공지능과 데이터 사이언스에 대한 많은 기초 강의를 그림을 통해 쉽게 배울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MIT, ‘스크래치’ 툴 제공 교육 도와
AI 교육 중 인공지능의 책임성 교육은 프라이버시, 저작권 이슈, 편향성 이슈, 설명 책임성 그리고 인공지능의 사용에 따른 사회적 영향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이런 이슈들에 대한 교육은 이론과 토론 위주로 진행되기보다는 실제로 위에서 소개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직접 기계학습의 예제로 인공지능 모델을 구현하게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낙태나 동성결혼에 대한 인공지능의 의견이 훈련받는 데이터에 따라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은 인공지능이 생성한 결과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한 인공지능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는데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배울 수 있다. 또는 다른 종류의 LLM (Large Language Models)에 동일하게 정치적 견해와 같은 질문을 하고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을 비교 관찰할 수도 있다. 실제로 책을 중심으로 학습된 구글의 BERT 모델은 SNS 또는 인터넷의 정보를 중심으로 학습된 챗GPT 모델에 비하여 훨씬 보수적 성향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은 사회적 책임성이 중요하다’ 또는 ‘기업은 오직 주주들에게 최대한 이익을 주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라는 두 가지 문구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를 인공지능에 질문하면 책을 중심으로 학습한 BERT 계열은 기업 이익을 중시하는 두 번째 문장에 더 중요성을 두는 반면, 인터넷 중심으로 학습한 챗GPT는 사회적 책임성에 더 중요성을 두고 있다. 학생들은 이러한 실험을 통해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도 편향성을 갖고 있으며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사람들의 사진, 동영상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의 사진, 화면을 끼워 넣어 마치 그 사람이 정말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과 유사하게 만드는 딥페이크를 간단하게 구현하게 하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 딥페이크 기술은 점점 발달하여 실제와 거의 구별할 수 없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데, 정치적 선전이나 선거 등의 캠페인 광고에 악용될 경우 민주주의의 최대 적이 될 만큼 위협적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은 이러한 실습을 통하여 언제든 거짓 정보에 현혹될 수 있으며 개인이 정보에 대한 주관적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과 산업 생태계에 관한 교육도 AI 교육에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어떤 산업에 어떤 식으로 인공지능이 접합될 것인가를 토론하고,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창의적인 프로토타입을 개발해 보며 거시적으로 향후 인공지능을 통한 직업 세계 또는 직업관에 대한 변화 등을 생각하여 보는 것도 좋은 교육 기회가 될 것이다.
AI 교육에 대한 논의는 이제 막 시작한 단계이지만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와 우리 사회에서의 구현 정도를 보았을 때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교육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며 현재의 교육 시스템과 입시 시스템 등을 고려할 때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 가를 빨리 결정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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