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기억] 어른들은 볼 수 없는 ‘네버랜드’의 아이들
“차마 종이가방을 열어보자는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급하게 집을 나서기 전 챙겼을 물건들이 궁금했지만, 눈으로 확인하기가 두려웠습니다.”
사진가 신희수의 말이다. 그는 수년간 미진학, 자퇴, 퇴학 등으로 학업을 중단한 ‘학교 밖 청소년들’의 현실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노동 최전선의 노동자들과 사회의 외곽, 비주류에 속한 인물들을 스트레이트로 기록해 온 그이지만, 이번 작업에서는 아이들의 얼굴에 포커스를 맞출 수가 없었다. 대신 길 위에 서 있는 그대로, 그저 뒷모습만을 찍었다. 외출복으로 갈아입지도 못한 채 집을 뛰쳐나온 두 소녀의 잠옷, 딸기와 도형이 그려진 분홍색과 하늘색 잠옷이 이제 열다섯·열여섯인 나이를, 뒷모습을 비추고 있는 빛과 두 발이 향한 방향의 어둠이 ‘경계’에 선 아이들의 현실을 그 어떤 다큐멘터리 사진보다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종이가방과 비닐봉지 안에는 보호관찰소장으로부터 받은 ‘경고이유서’와 청소년의 집에서 받은 ‘상장’이 들어있었다. 그 사물들과 함께, 종이가방과 비닐봉지도 사진으로 기록했다.
사진 시리즈의 제목 ‘네버랜드’는 동화 『피터팬』에 등장하는 미지의 세계로, 관심이 없는 어른들은 볼 수도 찾을 수도 없다. 학교라는 경계를 벗어난 아이들은 자연스레 어른들의 관심 경계에서도 벗어난다. 19세 이하 청소년 중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이 1만 명에 달하고 ‘위기 아동, 청소년’ 범주에 포함되지만, 정작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유난히 눈이 많은 이번 겨울에도, 잠옷 바지에 슬리퍼 차림의 아이가 거리에서 서성이고 있을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이 아이들을 살피는 시선이 생기기를 바랍니다.” 사진가 신희수가 세상의 어른들에게 ‘네버랜드’를 보여주는 이유다.
박미경 류가헌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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