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민감(敏感) 중국어] 실사구시
“실제에서 옳음을 구하라”는 실사구시는 마오가 당교를 위해 제정한 교훈(校訓)이다. 1938년 10월 중공 6기 6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마오는 “공산당원은 실사구시의 모범이어야 한다”며 “오직 실사구시만이 확정된 임무를 완성할 수 있다”고 했다. 덩샤오핑은 마오의 실사구시에 더해 독단에 빠지지 말라며 사상해방을 보탰다. 마오의 후계자 화궈펑의 권력 원천이던 “마오쩌둥이 생전에 내린 모든 결정과 지시는 옳다”는 이른바 ‘양개범시(兩個凡是)’를 물리친 마법의 주문이 실사구시였다.
지난해 말 실사구시가 중국에서 민감어 경계선에 놓였다. 중국 경제지 『차이신주간(財新周刊)』의 12월 25일 자 사설 ‘실사구시 사상노선을 되새기자’가 온라인 게재 하루 만에 삭제당하면서다.
글은 예리했다. “문혁 기간 국민 경제가 붕괴에 임박했지만 당국은 여전히 상황이 좋다고 반복했다”며 “실제 민생은 힘들고 빈궁하고 낙후했으며 선진국과 차이는 갈수록 벌어졌을 뿐 아니라 비약하는 주변국가보다 멀찌감치 뒤처졌다”고 지적했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용기에 가깝다(知恥近乎勇), 오직 실사구시를 따랐기에 중국이 절대 빈곤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로 인해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꼽히는 후수리(胡舒立·71) 차이신 대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소환설에 휩싸였던 후 대표는 1일 위챗(중국판 카카오스토리)에 “많은 축하를 받고 답장을 보낸다. 2024 새해 축하”라며 신년 인사를 올렸다. 그런데 그가 중국판 트위터라 불리는 웨이보(微博)에 올렸던 글들은 4일 모두 사라졌다. 같은 날 ‘차이신’은 온라인에 새로운 연재를 시작했다. ‘망명한 선배의 길을 다시 가다(重走前輩流亡路)’ 기행이다. 후 대표의 외가쪽 홍군의 이야기다. 왕치산·주룽지·원자바오·고(故) 리커창·태자당·월스트리트까지 두루 관계가 좋은 후 대표의 실사구시 외침이 예사롭지 않다.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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