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지수 "한국, 선진국 걸맞는 정치·외교 하고 있나"

조채원 2024. 1. 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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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 '대중관계' 아쉬워…정치권엔 '세계 전략' 부재"
"외교는 평화이자 일자리…기회·희망 여는 정치할 것"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는 지난 9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외교는 관계가 중요하고, 관계를 통해 얻어야 하는 건 국익"이라며 "정치는 미래세대에게 평화로운 한반도에 살 수 있다는 희망, 더 많은 일자리라는 기회를 열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종로=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종로=조채원 기자] "한국은 선진국에 걸맞는 정치, 외교를 하고 있나."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는 지난 9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선진국 외교를 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역량을 지닌 새로운 세력들이 정치권에 많이 들어와야 한다"며 "외교도 다변화한 시대를 반영하는 상상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외교는 경제, 우리의 시장을 넓히고 미래세대의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선택으로 정의한다. "정치권에 외교 전문가가 없지 않다. 그러나 미래 세대가 생각하는 외교란 무엇인지 알고, 글로벌 네트워킹 경험을 통해 새로운 판을 짜고 변화를 이끌 사람이 필요하다."

김 대표는 미국 컬럼비아대학원과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수학하고, 국가미래전략 싱크탱크 여시재 베이징사무소 소장을 지냈다. 그가 이끄는 한반도미래경제포럼은 미래세대가 어떻게 새로운 한반도와 통일을 만들 수 있을지 대해 고민·연구하는 단체다. 중국 보아오 포럼 총괄 등 다수 국제행사를 주최한 경험이 있는 김 대표는 그 스스로를 '글로벌 더불어민주당을 만들 차세대 주자'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는 정치권이 세계 전략에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선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세계 전략도 필요하다.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개발도상국·신흥국)를 겨냥한 수출 다변화와 국제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헌우 기자

김 대표는 "정치권 어느 누구도 우리만의 '세계 전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계 전략은 자국 이익을 위해 세계질서를 창출·유지하는 세계경영전략을 의미한다. 격렬해지는 미중 패권경쟁을 정책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넘어 주도적으로 한반도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반도체는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먹거리다. 기존 중국 시장을 지키기 위해선 대중관계 재정립이 중요하다. 글로벌 선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세계 전략도 필요하다.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개발도상국·신흥국)를 겨냥한 수출 다변화와 국제공조가 필요하다. 우리가 일본·대만·네덜란드 등 반도체 기술을 가진 나라와 '반도체 국제연맹'을 만들어 공급망 위기를 공동 대응할 수도 있다."

한반도의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정치에 입문했다는 김 대표. 여의도에 입성하면 꼭 하고싶은 일을 묻자 "미래 세대에 기회와 희망을 열어주는 정치,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내가 본 여야 정치인들은 모두 통일에 진심이던데, 국회 안에 3·8선이 있더라"며 "진보도 북한인권을, 보수도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가 여의도에 입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회의원 300명 모두의 역량도 끌어올려야 한다"며 당파적 시각과 상관없이 세계의 흐름을 보고 입법을 지원할 수 있는 국회 산하 싱크탱크, '국제전략연구처'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지수 대표는 지난 9일 그의 새 책 '도전왕 김지수' 출판기념회를 하루 앞두고 <더팩트>와 인터뷰했다. 2020년 정치에 입문한 김 대표는 2022년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출마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더팩트>에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글로벌 역량을 강화해야한다"며 "글로벌 협력, 미래아젠다를 제시할 수 있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박헌우 기자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중국에서 7년, 미국에서 7년 수학했다. 윤석열 정부 외교·통일 정책을 평가한다면.

우리 국민, 미래 세대에 이익이 되느냐를 기준에 두고 외교를 해야 하는데 여전히 냉전적 사고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표적으로 아쉬운 게 대중관계 관리다. 중국을 움직이지 않는 이상 북한을 아무리 압박한다고 해도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기 어렵다. 알다시피 북한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90%를 넘는다. 중국은 미중 패권경쟁 과정에서 북한을 완충지대로 삼기 위해 북한 정권을 더 지원할 거라고 생각한다. 예전엔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일삼으면 중국 외교부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명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두둔하는 모습을 보인다. 대중관계가 좋았으면 중국을 통해 평양을 움직일 수 있었다. 국제관계에 있는 협력을 이끌어가며 조절을 못했다는 건 한반도 위기 관리 능력이 부족했다는 걸 의미한다.

중국이 좋고 싫음을 떠나 G2로 분류되는 패권 국가가 우리 바로 옆에 있다. 적어도 정치·사회 지도층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한중 사이 민간 차원의, 학술 교류조차 잘 안되고 있다. 중국 관방언론 기자들을 만나보니 "일본이 진짜 대국"이라고 평가하더라. '일본은 중국도 정부 대 정부 관계에서 여러 갈등현안이 있는 나라임에도 중국과 민간 차원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엄청난 물밑작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중국 '시장'을 지키되 대중외교엔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만의 판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종합 국력에서 무엇이 경쟁력이 있는지, 부족한지 규정하고 미중 사이에서 어떻게 각각 윈윈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주도적으로 한반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가 <더팩트>와 인터뷰 중 생각에 잠긴 모습. /박헌우 기자

-북핵 위협이 고도화하고 있다. 한미일 공조는 필연적이란 견해도 있는데.

​미국과 협력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중국을 배척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미국조차도 중국과 디커플링(탈공조화)이 실질적으로 되지 않으면서 디리스킹(위험 제거) 전략을 채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에이펙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3분 대화'하는 동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따로 정상회담을 가졌다.

​중국이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면서 미국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다자 경제협력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만들었다. 재밌는건 여기 겹치는 나라들이 많다. 어느 국가를 따라간다기보단 각자 자기 국가 상황에 맞게 협상에 참여해 이익을 챙기려 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제3자 변제안'을 통한 한일관계 개선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 세대에서 ​국익은 경제적 이익 뿐 아니라 국민으로서의 자존심도 포함한다. 그런데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과정에선 정부가 일본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엑스포 유치 투표에선 전국가적 역량을 동원하고도 '119대 29'로 깨졌다. 국민들이 받은 상처가 컸다. 국익을 챙겼다고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제3자 변제안' 역시 정치 지도자의 결단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국익 관점에서 볼 때 피해자들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는지, 어떻게 하면 우리 국민들이 덜 상처받을지 정부가 충분히 고민했는가를 지적하고 싶다.

김지수 대표는 9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묻자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이후 가장 위험한 곳은 대만과 한반도"라며 "전쟁 없는 한반도, 평화가 영원히 존속할 수 있는 공존의 길을 만드는 게 저의 꿈"이라고 답했다./박헌우 기자

​-미래세대가 생각하는 통일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추진돼야 하나.

​100명의 MZ세대를 만나고 인터뷰 해 '나는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란 책을 썼다. 미래 세대가 생각하는 한반도 통일의 모습은 정치, 군사적 통일만이 아니다. 어떤 사람에겐 유라시아까지 기차타고 갈 수 있는 이동권을 가진 나라, 누군가에겐 1인당 소득이 3만불에서 8만불로 향하는 경제 대국이다. 세계 10대 강국에 사는 MZ세대가 상상하는 '통일 한반도'와 국가 정책을 이끌어온 기성 세대들의 생각을 연결해 통일 이후 삶이 지금의 삶보다 어떻게 더 좋아질 지에 대한 어젠다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통일을 공론하는 장이 많아져야 한다. 이전 세대에서 말하는 통일은 북한 정권이 붕괴하지 않는 이상 100년 이상 걸릴 거다. 특히 정치권이 통일 방식, 평화·협력 방식, 통일 비용에 대해 공론장을 만들어 시민들과의 적극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남한에서 일방적으로 비용을 투입해 '먹여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국제원조나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투자 유치 등 여러 방안이 있다.

통일 중 진짜 통일은 '통합된 한반도 경제'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도 작은 실험을 해봐야 한다. 개성공단은 북한에 있고 같은 것들을 경기도 파주에 만들거나 남북 기업만이 아닌 미국, 중국, 일본도 참여할 수 있는 모델을 제안한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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