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돈 360억원 어디에 쓸까요” 토론 연다는 여성 정체

박선민 기자 2024. 1. 12.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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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화학 기업 바스프(BASF) 창업자 그룹의 상속인인 마를레네 엥겔호른(31). /유튜브

“제 돈 2500만유로(약 360억원)를 어디에 쓸지 정해주세요.”

오스트리아의 한 상속인이 자신이 물려받은 돈의 사용처 결정을 시민들에게 맡기고 나섰다. 현재 무작위로 시민 1만명에게 토론 참여 초대장 발송한 상태이며, 이 가운데 50명을 추려 토론단을 구성할 예정이다.

11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글로벌 화학 기업 바스프(BASF) 창업자 그룹의 상속인인 마를레네 엥겔호른(31)은 최근 오스트리아 시민 50명에게 자신의 돈 2500만유로 사용처를 정하기 위한 ‘재분배를 위한 선한 협의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엥겔호른은 “기부처를 결정하는 것조차 부당하게 얻은 특권”이라는 생각에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부유한 상속인들이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나 단체에 돈을 기부하거나 재단을 만드는 것 역시 부에서 나온 권력이라는 주장이다. 엥겔호른은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자기 마음대로 돈을 기부하는 건 정치적 실패를 해결하지 못할뿐더러, 내가 가져선 안 될 힘을 내게 주는 것”이라고 했다.

/엥겔호른의 '선한 협의회' 프로젝트 홈페이지

엥겔호른은 지난 9일 무작위로 고른 시민 1만명에게 토론 참여 초대장 발송을 마쳤다. 앞으로 이 중 참가를 원하는 50명을 뽑아 토론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토론단에는 16세 이상부터 참여할 수 있으며, 오스트리아의 인구 구조를 반영하도록 성별과 나이, 경제 수준 등을 고려해 구성된다. 토론단 50인이 선정되면, 이들은 잘츠부르크에서 6차례 모여 엥겔호른의 돈 2500만유로를 어떻게 쓸지 회의한다.

참가자들은 토론에 참여할 때마다 1200유로(약 172만원)의 참가비를 제공받는다. 토론 참석을 위해 필요한 숙박·교통비 등 추가적인 비용도 모두 엥겔호른 측에서 부담한다.

토론단 50인이 확정되면 엥겔호른은 이 프로젝트에 대한 모든 권한과 의사결정권을 잃게된다. 토론단이 내련 결정에 어떠한 거부권도 행사할 수 없다. 다만 불법적이거나 적대적·비인도적 단체나 개인, 영리 목적의 기관의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다. 참가자나 이들과 연관된 이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만일 토론단이 기간 내에 재산 사용처를 정하지 못하면, 돈은 다시 엥겔호른에게 돌아간다.

이번에 엥겔호른이 처분에 나선 2500만유로가 그의 전체 재산에서 어느 정도 비율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프로젝트 대변인은 NYT에 “엥겔호른 재산 ‘대부분’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한편 엥겔호른은 이전부터 자신이 물려받은 재산의 최소 90%를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자신을 포함한 상속인들이 노력 없이 부를 물려받을 수 있는 불평등 구조에 반대하며 상속세 복원과 부자 과세를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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