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부인 노웅래, 법원엔 “‘부스럭’ 그날 돈 받았지만 합법 후원금”
사업가로부터 6000만원대 뇌물‧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검찰이 ‘돈 세는 소리가 녹음됐다’고 지목한 날 돈을 받은 사실이 있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법원에 낸 것으로 12일 전해졌다. 다만 노 의원 측은 “법적으로 후원 처리가 가능한 500만원 미만의 정치 후원금이었고 뇌물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노 의원 측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뇌물 혐의 등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이환기 판사에게 이 같은 주장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노 의원은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태양광 발전 사업 및 인사 관련 청탁과 함께 6000만원의 뇌물을 다섯 차례에 걸쳐 나눠 받은 혐의를 받는다. 그간 노 의원은 “뇌물은 한 푼도 받은 적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었다.
그러나 노 의원 측은 최근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2020년 7월 2일 국회 사무실에서 박씨의 아내 조모 교수로부터 500만원 미만의 정치 후원금을 받았는데, 실수로 신고 절차를 밟지 않은 적이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수가 후원 의사를 내비치면서 현금을 냈는데 실무상 착오로 이 돈을 정치후원금 계좌에 넣지 못했다는 취지다. 또 노 의원 측은 조 교수가 돈을 전달한 날 태양광 사업 관련 이야기를 꺼내기는 했지만 이는 부정한 청탁이 아니라 국회의원이 통상적으로 받는 민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검찰은 이날 조 교수가 태양광 사업 청탁과 함께 노 의원에게 1000만원의 뇌물을 건넸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두 사람이 만날 당시 돈 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녹음돼 있다면서 관련 녹취도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시절인 지난 2022년 12월 국회에서 노 의원의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노 의원이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돼 있는 파일이 있다”고 했었다. 당시 한 전 장관은 “구체적인 청탁을 주고받은 뒤 돈을 받으면서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제가 잘 쓰고 있는데’라는 목소리, 돈 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그대로 녹음돼 있다”고 했었다.
노 의원은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돈 봉투 소리는 조작”이라고 여러 차례 주장해왔다. 노 의원은 지난 5월 첫 공판을 앞두고 취재진에 “정치 검찰은 부정한 돈을 받을 때 돈을 세서 받느냐,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왜곡”이라고 했다. 지난 7월 한 라디오 방송에서도 “(녹취 과정에서) 잡음 소리가 들리는 것을 돈 봉투 소리라고 조작했다”고 했었다. 그러나 최근 법원에 낸 의견서에서 “녹취 당일 돈을 받은 사실 자체는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다만 노 의원은 ‘돈 봉투 소리’가 녹음된 날을 제외한 다른 날짜에는 여전히 “돈을 받은 적 자체가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편 노 의원 측은 지난 10일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검찰이 노 의원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는 조 교수를 기소하지 않은 채 그의 검찰 진술을 ‘참고인 조서’로 법원에 제출한 것은 기소편의주의를 남용한 것이어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취지다.
검찰은 “해당 규정들이 모두 대법원, 헌법재판소에서 적법하다는 판단을 받았다”면서 “노 의원 측이 총선을 앞두고 재판을 지연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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