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주의역사저널] 이순신 장군과 노량해전
목숨 바쳐 임진왜란 승전 이끌어
2023년 12월 20일에 개봉한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새해 들어서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1760만 관객을 동원한 2014년의 명량, 726만의 2022년 한산에 이어 이순신(李舜臣·1545~1598) 장군 해전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노량해전은 1598년 11월 19일 새벽부터 진행된 전투로, 임진왜란 7년 전쟁의 마지막 전투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순신이 이 해전에서 전사하기 때문에 모든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이에 조명연합군은 동로, 중로, 서로, 수로의 네 개의 길로 일본군을 공격하는 사로병진(四路竝進) 작전을 준비했다. 이순신은 명나라 수군 제독 진린(陳璘·1543~1607)과 함께 고니시 유키나가의 순천왜성 공격에 나섰다. 다급해진 고니시는 진린에게 본국으로 돌아갈 퇴로를 열어줄 것을 청했고, 진린도 처음에는 이에 응했다. 그러나 이순신은 강력하게 이를 반대했고, 마지막까지 퇴각하는 일본군을 공격할 것을 주장했다. 순순히 이들을 보내면 훗날에 반드시 조선을 공격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진린도 결국 이순신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결전의 날 현재의 하동과 남해 사이를 흐르는 바다 노량으로 향했다. 당시 조선 수군은 판옥선 200여 척과 1만여 명의 병력, 명나라 수군은 300여 척의 함선과 1만여 명의 병력이었다. 일본 측에서는 사천성에서 승리를 거둔 시마즈 요시히로가 500여 척의 함선과 2만여 명의 병력으로 고니시의 지원을 위해 출정했다. 고니시의 전함 300여 척과 1만5000여 명의 병력이 합해지면서 일본군의 규모는 더욱 커졌다. 노량해전은 임진왜란 해전사에서 가장 많은 함선과 병력이 충돌한 해전으로 기억되는 까닭이다.
이순신은 진린이 포위당해 위험에 처했을 때 일본의 대장선을 공격해 포위를 풀게 하는 등 최전선에서 전투를 지휘했다. 격전 중에 일본군의 총탄에 가슴을 맞았지만, 군사들의 사기가 떨어질 것을 염려하며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전쟁이 바야흐로 급하니 삼가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戰方急 愼勿言我死)”는 장군의 유언은 유성룡(柳成龍·1542~1607)의 ‘징비록’을 비롯해 1795년(정조 20년)에 편찬한 ‘이충무공전서’에도 기록되어 있다. 유명을 받은 장남 이회(李?)와 조카 이완(李莞) 등은 끝까지 전투에 나섰고, 패주하는 일본 함선 200여 척을 격침시키고, 수천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다. 무엇보다 일본이 다시는 바다를 통해 조선을 침략하려는 의지를 확실하게 좌절시킨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징비록’에는 “이순신의 전사 소식을 들은 우리 군사와 명나라 군사들 군영의 통곡소리는 마치 자신들이 어버이를 잃은 듯했다. 영구(靈柩)가 지나가는 곳곳에 백성들이 제사를 베풀고 따라다니며 ‘공께서 우리를 살리셨는데, 공께서 우리를 버리시고 어떻게 가십니까?’라고 울부짖었다”고 기록했다. 명나라와 조선의 군사, 백성들 모두에게 존경을 받았던 이순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2017년 경남 남해군에서는 관음포 일대에 ‘이순신순국공원’을 조성해 차가운 겨울바다에서 순국한 장군의 마지막 모습을 널리 기억하게 하고 있다.
신병주 건국대 교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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