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문해력] 이용자 배려하는 공공언어

2024. 1. 12.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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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이나 음식점 차림표의 외국 문자 표기, 무인 자동화 기기(키오스크)나 공공기관의 낯설고 어려운 표현은 이용자에게 언어적으로 소외되고 차별받는다고 느끼게 한다.

더 나아가 먼지처럼 쉽게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차별 표현이지만 시나브로 사회 전반에 차별적 인식을 퍼뜨리는 제공자 관점의 언어 표현이 있다.

시민을 주체로 삼아 이용자 관점에서 언어를 표현해야 비로소 국민을 위하는 행정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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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이나 음식점 차림표의 외국 문자 표기, 무인 자동화 기기(키오스크)나 공공기관의 낯설고 어려운 표현은 이용자에게 언어적으로 소외되고 차별받는다고 느끼게 한다. 더 나아가 먼지처럼 쉽게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차별 표현이지만 시나브로 사회 전반에 차별적 인식을 퍼뜨리는 제공자 관점의 언어 표현이 있다.

행정기관의 민원 관련 표현 가운데 ‘서류 접수 방법’, ‘수납 창구’ 등의 표현은 서류를 접수하고 돈을 받는 행정기관 관점의 표현이다. 서류나 돈을 내는 것은 국민이기 때문에 이용자인 국민의 관점으로 바꾸어 ‘서류 제출 방법’, ‘납부 창구’로 표현해야 한다. 시에서는 “분리수거를 생활화합시다!”라고 홍보하지만 시민에게 홍보하려면 “분리배출을 생활화합시다!”라고 해야 한다. 내다 버리는(배출) 사람은 시민이고 가져가는(수거) 사람은 시청 직원이다. 시민을 주체로 삼아 이용자 관점에서 언어를 표현해야 비로소 국민을 위하는 행정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교통이나 공공시설물을 이용할 때 ‘표 파는 곳’, ‘도착’, ‘운영 시간’ 등의 표지를 보게 된다. 이용자 관점에서 바꾸면 이는 ‘표 사는 곳’, ‘나오는 곳’, ‘이용 시간’이 되어야 한다. ‘출입금지’라는 붉은색 안내판보다는 ‘그대의 발길을 돌리는 곳’이라는 안내판을 보면 이용자를 배려한 따뜻함이 느껴진다. ‘식수불가’라는 푯말이 어린이놀이터 옆 수돗가에 붙어 있는 것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어린이를 배려했다면 ‘못 마시는 물’이 되어야 한다.

최근 들어 무인 자동화 기기가 은행이나 식당, 관청 등에 우후죽순처럼 설치되고 있다. “영수증을 발행하시겠습니까?”라는 문구가 뜬다. 영수증은 누가 발행하고 발급은 누가 하는가. 기계가 주인인 꼴이 되었다. 이용자 관점에서 “영수증을 받으시겠습니까?”나 “영수증이 필요하세요?”로 바꿔야 한다.

먼지가 주변에 떠다니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처럼 어떤 표현이나 행동으로 미묘하게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것을 ‘먼지 차별’이라고 한다. 언어문화에 먼지처럼 묻어 있어서 말이나 행동을 한 주체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은연중에 가리키는 대상이나 집단을 차별적 지위로 내려놓는 표현을 주변에서 종종 본다. 언중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리 잡은 이러한 미세한 차별 표현은 미세한 먼지처럼 언어문화를 넘어 사회 곳곳에 해를 끼칠 수 있다. 즉, 공공언어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세심하게 배려한다면, 품격 있는 공공언어가 될 뿐 아니라 훨씬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김형배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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