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포→골칫덩이' 옐레나 어떡하나…이기고도 고개 숙인 사령탑 "이런 경기면,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MD인천]
[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
흥국생명은 12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도드람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한국도로공사와 홈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3-1(25-27 25-23 25-13 25-21)로 승리하며 파죽의 3연승을 달렸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초반 무섭게 내달렸다. 1라운드에서 5승 1패로 폭주했고, 3라운드 초반까지 파죽의 9연승을 질주하는 등 매서운 기세를 뽐냈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주춤한 모습을 보이더니, 5세트까지 가는 접전 경기가 많았던 탓에 어느새 승점 경쟁에서 현대건설에 뒤쳐지게 됐다. 하지만 이날 한국도로공사를 잡아내며 3연승을 질주,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다시 힘을 내는 분위기다.
이날 경기 초반 흐름은 썩 좋지 않았다. 흥국생명은 1세트 점수차가 6-14까지 벌어질 정도로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모습이었다. 마치 직전 페퍼저축은행전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흥국생명은 1세트 중반부터 도로공사를 추격한 끝에 '듀스'까지 경기를 끌고갔지만, 결국 흐름을 뒤집지 못한 채 1세트를 내줬다. 그러나 이 분위기는 2세트부터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흥국생명은 2세트 무려 9개의 범실을 기록할 정도로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속에 도로공사를 2점차로 따돌리며, 세트 스코어를 1-1로 맞추는데 성공했고, 이후부터는 도로공사를 압도했다. 특히 3세트에는 '배구여제' 김연경이 무려 11득점을 기록하며 '원맨쇼' 활약을 펼치며 압도적인 승리를 쟁취했고, 4세트에도 좋은 기세를 이어간 끝에 3연승을 달성하게 됐다.
'주포' 김연경이 건재한 것과 아시아쿼터 토코쿠 레이나가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옐레나 므라제노비치의 부진이다. 옐레나는 지난시즌 여자부 득점 랭킹 3위(921득점), 공격성공률 4위(42.79%), 세트당 서브 득점 2위(0.25득점)에 오르는 등 각종 공격 지표에서 상위권에 랭크될 정도로 좋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모습은 실망 그 자체다.
옐레나는 12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득점 7위(489득점), 공격성공률은 10위(40.05%)에 불과할 정도로 큰 부진에 빠져있다. 옐레나가 부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연경과 레이나 등 다른 선수들이 그 공백을 메워주면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대단할 정도다. 특히 12일 경기에서 옐레나의 존재감은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날 흥국생명은 4세트 경기를 치르는 동안 총 100득점을 만들어냈는데, 이중 옐레나가 기록한 득점은 8점에 불과했다. 비율로 따지자면 8%에 불과했던 것이다. 공격 성공률은 팀 내에서 가장 낮은 20%에 불과했고, 공격 효율의 경우 -10%였다. 범실 또한 4개로 가장 많았다. 문제는 단순히 이날 경기에서만 부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올 시즌 내내 옐레나는 분명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옐레나에 대한 질문에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만큼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사령탑은 '레이나가 잘 풀어나갔지만, 옐레나의 경우 공격력을 끌어올려야 할 것 같다'는 말에 "옐레나가 이렇게 경기를 하면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시아쿼터의 경우 큰 기대를 품지 않는 자리라고 한다면, 옐레나의 경우 팀 마다 한 명씩 밖에 쓸 수 없는 귀중한 슬롯인데, 이들의 활약이 너무나도 상반된다.
사령탑은 레이나에 대해 "업다운이 있찌만, 중요한 순간 블로킹과 공격에서 해결책 역할을 해줬다. 확실히 팀이 업그레이드 되는 부분"이라고 칭찬했지만, 옐레나에 대해서는 "외국인 선수가 공격 효율이 마이너스라고 하면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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