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먹튀' 마이클 조던 빙의했다…복귀는 아주 화려하네 "I'm back"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제이든 산초(23)가 친정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떠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에릭 텐 하흐 감독과 문제를 일으킨 뒤 유니폼을 갈아입는 데 성공했다.
도르트문트는 11일(이하 한국시간) 산초와 계약 소식을 발표했다.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는 완전 이적 옵션을 포함하지 않았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340만 파운드(약 56억 원)로 도르트문트 이적을 확정지은 산초는 웃으면서 빨리 뛰고 싶다고 이야기했다"라고 보도했다.
산초 활약 여부에 따라 임대료는 달라질 전망이다. 이 매체는 "300만 파운드의 임대료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산초의 경기 수뿐만 아니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획득 등에 따라 최대 340만 파운드까지 올라간다"라고 밝혔다.
산초 복귀를 알린 제바스티안 켈 도르트문트 단장은 "산초는 차이를 만들 줄 아는 선수다. 그와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이 도시와 우리 팬들, 우리 클럽을 알고 있다. 그가 최근 몇 달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그는 빠르게 정착할 것이다. 그는 최고의 컨디션을 찾아 자신의 재능으로 우리의 시즌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울 것이다"라고 밝혔다.
산초도 "오늘 라커룸에 들어왔는 데 집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구단 내부를 잘 알고 있고, 이곳 팬들과 가깝게 지냈다. 담당자들과 연락을 끊은 적도 없었다"라며 "팀 동료들을 다시 보고, 경기에 나서 얼굴에 미소를 띈 채 축구를 하면서, 골을 넣고 도움을 기록하며 도르트문트가 챔피언스리그로 향하도록 돕겠다"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산초는 잉글랜드 선수이지만 도르트문트에서 성인 무대에 데뷔했다. 2017-18시즌 도르트문트 1군 데뷔에 성공한 산초는 한때 유럽 최고의 재능으로 불렸다. 뛰어난 드리블과 볼 키핑, 오프 더 볼 무브까지 여러 강점을 갖추고 있다. 윙어로서 그의 영향력은 점점 커졌다. 분데스리가 이달의 선수로 3차례, 시즌 베스트 11에 2차례 뽑히는 등 두각을 보였다.
그에게 관심을 보인 구단이 많았다. 그중 산초는 맨유를 선택했다. 2021-22시즌 맨유로 합류할 당시 이적료 7,300만 파운드(약 1,222억 원)가 발생했다. 산초에 대한 기대치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맨유 합류 이후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첫 시즌 38경기 동안 5골, 이듬해 41경기서 7골을 넣었다.
지난 시즌 특히 어려움이 많았다. 공격적인 축구를 펼치는 텐 하흐 감독 체제에서 살아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그에게 쏟아지는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오히려 경기력이 떨어졌다.
텐 하흐 감독은 산초를 나무라지 않았다. 2022년 겨울 산초에게 가다듬을 시간을 줬다. 무려 4개월 동안 1군 팀 훈련에서 배제하고 마음 편히 몸을 만들 장소와 개인 코치까지 알아봐주며 산초를 살리려 했다.
이러한 배려는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 돌아와 골을 넣으며 살아나는 듯했다. 그러나 이내 침체됐다. 특히 산초가 책임져야 할 오른쪽 윙어에 안토니가 붙박이로 나서면서 산초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더욱 심각한 건 올 시즌 출전 기회를 잃었다는 점이다. 텐 하흐 감독과 충돌이 결정적이었다. 지난 9월 아스널전 패배 당시 산초는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텐 하흐 감독은 산초가 뛰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면서 "훈련에서 그의 경기력을 보고 투입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에 산초가 반박했다. SNS를 통해 "나는 훈련을 잘 해냈다. 다른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나는 오랫동안 희생양이 되었다"라고 언급했다. 감독을 두고 거짓말쟁이라고 낙인을 찍은 것이다.
이후 산초는 점점 팀과 동행이 어려워졌다. '데일리 메일'은 "산초는 텐 하흐 감독을 공개적으로 거짓말쟁이로 비난한 꼴이 됐다. 그는 1군 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혼자서 아카데미에서 훈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가 사과한다면 맨유 선수단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동료들도 산초에게 사과하라고 조언까지 했다는 후문. 하지만 산초는 이를 거절했다. 그러면서 팀과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단체 채팅방까지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 영국 매체 '더 선'은 "산초는 맨유 선수단과 다시 뭉치지 못하고 있다"라며 "텐 하흐 감독과 그의 스태프들이 선수들에게 주요 정보를 보내기 위해 사용하는 단톡방에 산초가 제외됐다"라고 밝혔다.
레전드도 산초의 행동을 나무랐다. 맨유 소속으로 프리미어리그 통산 632경기에 출전했던 라이언 긱스는 텐 하흐 감독이 산초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것으로 해석하며 "잘 판단하라"고 충고했다.
긱스는 "경기에 출전하는 건 이제 산초에게 달려있다. 이럴 때 '그래, 한번 보여줄게, 내가 할 수 있는 거 보여준다'라고 반응할 수도 있고 뾰로통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마음가짐의 차이를 강조했다.
이어 "텐 하흐 감독은 마지막 주사위를 던진 셈이다. 공개적으로 지적한 이후 산초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려는 것 같다"며 "내가 느끼기에는 산초를 살리려는 마지막 지푸라기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산초는 이를 거절했다. 그러다 보니 산초의 태도 문제가 다시 한번 화두에 올랐다. 'ESPN'은 "맨유 라커룸은 산초의 행동에 질색하고 있다. 맨유 동료들이 산초의 행동에 진절머리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는 도르트문트 시절부터 지속된 문제다. 도르트문트 시절 산초는 팀 훈련에 지각하는 경우가 잦았다. 잠을 잘 자지 못했다고 한다. 바로 게임을 오래 했기 때문이다. 당시 제시 린가드는 "나와 산초, 마커스 래시포드, 폴 포그바 등은 매일 규칙적으로 게임을 한다. 우리가 하는 게임은 '콜 오브 듀티'다"라고 말했다. 일상 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로 게임에 전념한 듯하다.
맨유 시절에도 자주 훈련에 지각했다. 최근 몇 년간을 돌이켜 보면 산초와 폴 포그바 등이 가장 자주 늦었다는 후문. 네마냐 마티치가 내부 징계위원회를 만들어 선수들에게 벌금을 내도록 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시즌 동안 벌금을 75,000파운드를 모았음에도 바뀌는 건 없었다.
텐 하흐 감독의 신뢰를 잃은 산초는 더 이상 맨유에서 뛸 가능성이 사라졌다. 이적 시장 전문가 파브리지오 로마노는 "99.9%, 그가 돌아올 가능성은 없다. 그는 1월에 떠날 것이다. 그가 이적할 모든 옵션을 찾아볼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결국 그의 선택은 친정팀 복귀였다. 등 번호 10번을 달게 됐다. 그는 도르트문트에서 활약을 통해 잉글랜드 대표팀 승선을 위해 노력할 전망이다. 오는 6월 독일에서 유로2024가 열린다.
도르트문트는 현재 분데스리가 5위를 기록 중이다. 7승 6무 3패로 승점 27점을 쌓았다.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4위 라이프치히와 승점 6점 차다. 이 간격을 좁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재 도르트문트는 수비 문제가 크다. 리그에서 실점이 6번째로 많다. 득점은 7번째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 공격력이 필요하다.
도르트문트 입장에서 산초의 복귀는 반가웠을 터. 그의 복귀를 알리는 문구로 'I'm back'을 선택했다. 이는 NBA(미국프로농구) 레전드 마이클 조던이 첫 번째 은퇴 이후 돌아올 때를 떠올리게 한다.
1984-85시즌 시카고 불스에서 데뷔한 조던은 3년 연속 우승과 3번의 MVP, 올스타 선정 등 각종 수상의 주인공이 된다. 그러던 중 그는 비극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1993년 8월, 그의 아버지인 제임스 조던이 강도가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이후 충격을 받은 조던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야구에 전념한다.
1년가량 MLB 선수가 되기 위해 도전하던 조던은 MLB 파업으로 인해 꿈이 잠시 중단됐다. 여러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조던은 NBA로 복귀하기로 마음 먹는다. 이후 미국의 언론사들은 한통의 팩스를 받았는데, 팩스 안에는 'I'm back'이라고 적혀있었다. 조던이 돌아온다는 짧고 굵은 한 마디였다.
어마어마하게 업적을 쌓고 돌아온 조던과는 다르게 산초의 복귀는 모양새가 빠질 수밖에 없다. 맨유에서 부진했고, 결별하는 과정도 깔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도르트문트 팬들에게 큰 기쁨과 희망이 될 것은 분명하다.
도르트문트는 행복하다. 전력의 보강과 함께 재정 부담도 적기 때문이다. 산초의 주급 33만 7,000유로(약 4억 8,635만 원) 중 맨유가 11만 6,000유로(약 1억 6,740만 원)를 보조하기로 결정했다. 도르트문트 입장에서는 주급 절반만 주고 산초를 6개월 동안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맨유는 주급을 보조하면서까지 골칫거리인 산초를 떠나보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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