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단맛 뒤에 숨겨진 착취의 쓴맛
13세기 인도서 제조기술 발전으로 전파
유럽인, 아프리카노예 착취로 대량 생산
아메리카 플랜테이션선 아시아인 이용
산업기술 발달로 노예적 노동은 사라져
과잉생산 되면서 비만·당뇨 주원인 꼽혀
사탕수수 재배 늘면서 환경 파괴 문제로
설탕/윌버 보스마/조행복 옮김/책과함께/3만5000원
만약 지금 부엌의 선반에 있는 포장식품 몇 개를 꺼내서 성분 표시를 살펴보면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식품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설탕은 현대인의 필수품이 됐다. 현재 서유럽 사람들이 소비하는 설탕과 감미료는 1인당 연평균 40㎏이고 북아메리카의 경우 1인당 60㎏에 육박한다.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추출하는 방법은 중동 지역으로 우선 퍼져나간 뒤, 이집트와 지중해 지역으로 다시 중국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그럼에도 사탕수수를 압착해 즙을 만든 뒤, 이 즙을 끓여서 고체의 설탕 결정을 만드는 수작업은 많은 시간과 비용, 노동력이 들었다. 그래서 이 시절 설탕은 왕궁 연회나 의식 혹은 의학적 용도로 조금씩 사용되는 귀한 물건이었고 상인들은 소량의 귀한 백설탕을 황제나 칼리파, 왕, 제후들에게만 팔았다.
이윤을 획득하기 위한 상품의 관점에서 본다면 설탕 자본주의는 13세기 인도에서 비로소 시작됐다. 이 시기 설탕 제조 기술은 인도를 중심으로 상당히 발전했다. 곧 인도와 중국, 이집트에서 설탕 생산은 주요 경제 부문으로 성장했다.
특히 아프리카 사람들의 희생은 설탕 자본주의 세계 형성에서 결정적인 요소였다. 아프리카에서 납치돼 대서양을 건너는 동안 살아남은 아프리카인 1250만명 가운데 적어도 절반에서 3분의 2가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농장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일요일도 쉬지 못하는 가혹한 노동에 시달렸고, 부족한 영양이 공급됐으며, 잔인한 처벌과 고문 역시 일상적이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스스로 목숨을 하늘로 내던지려 했겠는가.
18세기 말 자메이카의 플랜테이션 농장주 윌리엄 벡퍼드의 기록이다. “몇몇은 두려움을 무릅쓰고 펄펄 끓는 솥으로 뛰어들었고, 어떤 이들은 나무나 문에 목을 맸으며, 급류에 몸을 던지는 자들도 있었고, 어떤 이들은 칼로써 절망적 삶을 끝내려 했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신간에서 설탕이 대량생산되고 소비되는 시스템이 구축되는 과정을 생산과 유통, 소비 및 지역적 측면에서 추적하는 한편 현재와 같은 설탕 소비가 과연 바람직한지를 묻는다.
저자는 설탕을 둘러싼 이 같은 세계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법적이고 구조적인 변화와 함께 설탕의 과잉 소비 역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식품과 음료에 과도한 설탕 첨가를 금지하는 것은 절실히 필요한 변화의 시작일 뿐이지만, 이는 소비자의 돈을 아껴줄 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크게 개선할 것이다. 설탕 세계의 과잉생산과 과도한 착취, 과잉 소비라는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끊으려면 입법부를 바꾸어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요컨대 책은 설탕에 관한 책이면서 인간이 만든 설탕의 역사이기도 하고 설탕을 매개로 한 세계사이기도 하다. 설탕을 매개로 세계가 어떻게 연결됐고 세계사가 형성됐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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