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민원⑯ "폭력적 해촉 의결"...방심위 직원 149명 '류희림 청부의혹' 실명 신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류희림 위원장과 여권 방심위 위원들이 오늘 비공개로 열린 임시회의에서 야권 추천 방심위 위원인 옥시찬, 김유진 두 위원에 대한 해촉 건의안을 의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두 위원의 해촉을 재가하면 방심위원은 여 4, 야 1명 구도가 된다.
오늘 방심위의 해촉안 의결 강행은 폭력적이고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류희림 위원장의 이른바 ‘청부민원’ 의혹과 관련해 지난 3일 방심위 임시회의가 소집됐는데 류 위원장은 다른 약속을 핑계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가 열리지 못하자 김유진 위원이 기자들과 만나 이날 다룰 예정이었던 안건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서면으로 배포했는데, 이것을 ‘비밀유지의무 위반’으로 몰아갔다.
옥시찬 위원의 해촉 의결 사유는 ‘욕설과 폭력’이다. 지난 9일에 열린 방심위 전체회의에서 류 위원장이 청부민원 의혹 관련 논의를 또 다시 묵살하려 하자 옥 위원이 ‘니가 위원장이냐’라고 말하고 회의장에서 퇴장하며 욕설을 했다. 그 직후 옥 위원은 두 차례에 걸쳐 “우발적으로 마음을 다스리지 못 했다”며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러나 류희림 위원장은 이것을 빌미로 해촉안을 처리한 것이다.
오늘 해촉안이 의결된 김유진, 옥시찬 위원과 또 다른 야권 추천 윤성옥 위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폭력적인 회의 진행에 충격을 받았다"라고 입을 모았다. 옥시찬 위원은 “정연주 위원장 해촉 때부터 여권의 큰 죄는 덮어주고, 야권의 작은 죄는 키우는 등 그들만의 리그였다”며 “나름 그동안 있는 힘을 다해서 싸워 왔음을 믿어주시기 바란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김유진 위원은 “살면서 이렇게 폭력적인 회의는 처음이라 제가 해촉 건의된 것보다 더 충격”이라고 말문을 텄다. 그러면서 “이렇게 무리하게 해촉하는 것은 결국 ‘청부민원’ 의혹 진상규명에 대한 요구 자체를 언급하지 못하게 하려고 밀어붙이는 것”이라며 “류 위원장이 이 의혹에 대해서 두려워 하고 있고, 위원들을 설득도 못하고 잘라야만 된다면 류 위원장은 실패한 사람”이라고 일갈했다.
이제 야권 추천 방심위원으로선 홀로 남게 된 윤성옥 위원도 “발언권이 제한돼서 발언의 여지가 없었다”며 “결국 잘못 없는 두 위원의 해촉 건의 결정만 해서 대단히 유감”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어떤 국면이 가장 우려되냐는 질문에 “총선 국면이 가장 우려된다”며 “언론을 노골적으로 통제하고 있고, 최근에는 유튜브 링크 접속 차단까지 하며 규제하고 있다. 집권당이 언론이나 여론을 통제하고 싶어서 이러는 건데, 그런 방식으로 통제한다고 여론이 조작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답했다.
민간 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대통령 추천 3인, 국회의장 추천 3인, 국회 상임위 추천 3인 등 모두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옥시찬, 김유진 위원 해촉안을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하면 방심위원은 여야 4대 1의 구도가 된다.
옥시찬, 김유진 위원은 이전 정부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했기 때문에 이제 윤석열 대통령이 두 명의 빈자리에 새 위원을 추천할 수 있는 몫이 생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의장 추천 위원인 황열헌 전 문화일보 편집국장과 최선영 연세대 교수에 대한 위촉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방심위 직원 149명, 실명으로 류희림 위원장 권익위에 신고
한편 방심위 직원 149명은 오늘 실명으로,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한 ‘청부 민원’ 의혹을 받고 있는 류희림 위원장을 ‘이해충돌법 위반행위’ 혐의로 국민권익위에 신고했다. 방심위 전체 직원은 2백여 명인데 절반이 훨씬 넘는 직원들이 신고서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들은 신고서에서 “피신고자 류희림 위원장은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해, 독립적인 사무를 수행해야 하는 방심위의 존립 취지를 훼손한 행위로서 위원회의 장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자격을 상실했다”라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청했다.
김준희 방심위 노조 지부장은 “모든 직급과 직종을 불문하고 다수가 참여했다. 서명 운동이 아니라, 신고서 제출에 동참한 것”이라며 “권익위가 아직 조사를 하지 않고 있는데, 신속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방심위 직원들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3일에는 익멱의 신고자가 권익위에 류 위원장의 ‘청부민원’의혹을 신고한 바 있다.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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